주호민 사건, 17번 사과가 '치밀한 미사여구'로 보이는 이유 [TEN피플]
웹툰 작가 주호민이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가르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가운데, 사건에 대한 전문가의 일침이 주목받고 있다. 주호민의 사과가 치밀한 미사여구로 보인다는 비판이다.

주호민은 사건이 알려진 지 약 일주일 만에 2차 입장문을 내놨다. 입장문 속 사과라는 단어는 총 17번. 다만, 대중은 주호민인 자기 행동을 반성했다고 느끼지 못했다. 사과의 주체가 특정인이 아닐뿐더러 뭉뚱그려졌기 때문이다.

나사렛대학교 류재연 특수교육과 교수는 지난 4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일명 '주호민 사건'에 대해 평했다.

그는 주호민의 2차 입장문에 대해 "잘 쓰였지만, 중요한 건 거짓을 감추기 위한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음식으로 보면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 독을 탔다는 생각을 정서적으로 했다. 입장을 바꿨고,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모르는 거짓 내용이 있다. 그런 부분이 삭제됐다. 성격이 굉장히 치밀하다는 걸 느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 있다는 걸 내가 알고 있어서 화가 난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걸 알아서 삭제한 거 같다. 법도 잘 알고, 치밀하다. 공소장 나오는 걸 알면서 2차 입장문을 냈다. 공소장만 보면 죄와 관련된 단어를 나열한다"며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엄청난 죄인으로 단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 배경을 알고 자신의 입장문에서 '선처'라고 표현한다.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주호민 사건, 17번 사과가 '치밀한 미사여구'로 보이는 이유 [TEN피플]
주호민의 입장문에는 사과라는 단어가 17번 등장한다. 이중 다른 학부모에 대한 사과가 6번이다. 담당 특수교사에 대한 사과는 없다. 특수교사 전체를 향해 언급한 사과는 1번뿐이다. 또한 담당 특수교사에게 바랐던 것과 바라는 것에 대해 아쉬움으로 쓰인 사과가 8번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자신의 부족했던 점에 대한 사과가 아닌 상황을 이렇게까지 이끌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밝힌 것. 특수교사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 주호민의 관점에서 사건을 설명한 입장문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사건은 단순 주호민 개인사가 아닌 사회 문제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에 대한 혐오가 피어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나 SNS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에 대한 선 넘은 비판이 다수 게재되고 있다. 1년 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열광했던 시민들이 지금 자폐 아동 격리를 외치고 있다.

자폐 당사자이자 자폐 장애인 자조 모임 ‘estas’의 이원무 조정인은 "주호민 작가 논란에 편승해서 자폐 장애인을 격리하자고 하는 건 결국 장애인을 시설에 몰아넣어 사회와 격리하자는 주장과 같다"고 했다. 주호민 사건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건 안타까운일이다. 맹목적인 비난은 또 다른 2차 가해를 만들 뿐이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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