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가 5집 앨범 < Tonight >으로 2년 만에 가수로 돌아왔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드라마에서 자리를 확실히 잡은 이승기지만, 그만큼 가려진 가수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은 남다른 것이 아니었을까. 26일 성수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녹화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이승기는 오랫만이 컴백에 대해 많은 고민 끝에 내려진 자신만의 생각을 풀어냈다. 소년 시절을 졸업하고, 좀 더 자신만의 주관으로 자신의 진로를 말할 수 있게 된 청년 이승기가 풀어낸 바로 지금의 이야기.

5집 앨범: 기존 내 음악은 정통 발라드에 기반을 두고 외적으로 록이나 댄스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이승기의 기존 발라드 느낌은 없을 거다. 밴드적인 사운드나 독특한 사운드가 들어가 기존의 4비트 발라드보다는 듣고 같이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들이다. 나는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 악기를 잘 연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대신 사운드적인 부분의 신선함,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드리려 노력했다. 앨범 전체를 보시면 곡마다 창법 자체에 변화를 주려고 했다.

‘연애시대’: ‘연애시대’의 초안에는 내레이션과 랩이 없었다. 노래만 있었는데 노래의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남녀 사연을 라디오처럼 깔아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남자는 굳이 누굴 쓰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게 인건비도 좀 아낄 수 있고, 팬서비스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한효주 씨를 비롯해 팀이 다 같이 밥을 먹다가 불현듯 ‘아, 효주 씨한테 부탁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탁을 했고, 한효주 씨가 흔쾌히 해주신다는 결정을 내려줘서 그때부터 전면적인 수정에 들어갔다. 라디 씨가 한효주 씨 급이면 더 큰 비중을 줘서 한효주 씨가 참여했다는 티를 더 많이 내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 내레이션 가사도 내가 썼다. 한효주 씨가 처음에는 참 난감해 했었다(웃음).

춤: 내가 굳이 춤을 추지 않아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승기의 춤 실력이 이 정도구나 하는 것을 다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춤을 추는 것은 대한민국 가요계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웃음) 나는 충실히 노래만 하도록 하겠다.

콘셉트: 열여덟, 열아홉 어렸을 때는 콘셉트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 그땐 어떤 기획이나 회사 차원의 전략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면 스물다섯, 데뷔 8년 차 가수 이승기가 가야할 길은 콘셉트에 좌지우지되기 보다는, 이젠 가지고 있는 보컬리스트의 능력이 증명이 될 수 있는 과정을 걸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선희 선배님은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활동하지 않는다. 그냥 ‘가수 이선희다’라는 느낌이다. 그걸 보면서 나도 그렇게 다가가고 싶었다. 스물다섯 5집 가수 이승기는 사람들에게 딱 꽂히는 임팩트나 콘셉트보다는 가수로서의 역량이 중요해졌고, 그런 모습이 좀 더 드러나면 가수 이승기, 남자 이승기의 모습이 더 멋있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강호동 선배님의 빈자리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가수 겸 MC: 가수로서의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가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세 가지를 병행하면서 물리적으로 가수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다. 조금 더 가수 이승기의 실력을 갈고 닦을 시간이 충분치 않다.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MC를 하면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한 시간 방송 녹화를 하고 나면 목이 쉰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가수로서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이번 앨범 할 때만큼은 이선희 선배님과 함께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발성의 기초부터 다지면서 녹음을 했다.

강호동: 나도 그렇고, 시청자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강호동 선배님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채우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강호동 선배님은 예능에서 만난 좋은 선배님이다. 강호동 선배님이 어떻게 하라고 내게 하나하나 지시를 한 건 아니지만 선배님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깨너머로 여러 가지를 많이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자리에 없다고 해서 ‘내가 이걸 채워야지’ 하는 것보다는, 어쨌든 주어진 일이고 또 도망갈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단독 MC: 예능 프로그램은 팀플레이다. 개인이 잘해서 될 수 있다는 것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1박 2일’도 그렇고 도 그렇다. 고정 패널들도 중요하고, 에 정말 어렵게 나온 이경실, 조혜련 선배님들 같은 게스트도 그렇다. 25살짜리가 혼자 MC를 보는 자리에 게스트로 나오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흔쾌히 게스트로 나와 주신 것도, 나와서 좋은 말씀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하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런 걸 보면서 용기를 얻는 것 같다.

드라마: 드라마는 올해 초부터 계속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시기적으로도 잘 맞지 않았고 작품도 원하는 작품이 성사가 되지 않아서 올해는 어려울 것 같다. 하고 싶다고 아무 작품이나 할 수는 없고, 좋은 작품을 기다려야 하니까 언제 한다고 확답을 할 수는 없다. 다만 단순히 바라는 시기를 말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드라마로 인사를 드리고 싶다.

“‘연애시대’는 연애하고 싶은 마음의 끝에 나온 가사다”

모범생 이미지: 나는 솔직히 내가 가진 이미지를 벗어나거나, 깨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그런 이미지가 답답했던 시기는 어느 정도 지났다. 예전에, 어렸을 때는 또래들이랑 더 놀고 싶기도 했지만 그 시기를 잘 참고 나니까 그런 답답함은 덜해졌다. 다만 요즘 추세가 ‘나쁜 남자가 인기가 많다’, ‘차가워져야 한다’, ‘까칠해져야 한다’고 많이 그러는 것 같아서 ‘인기 많으려면 이제 나는 까칠해져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다양한 색깔을 가진 많은 분들이 있어야 한다면, 그 중 하나는 나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일부러 모범생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행동할 뿐이다. 다만 다들 갖고 있는 부분 중 착한 이미지가 부각됐을 뿐이다.

남성 팬: 남성 팬보다 여성 팬이 많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26일 ‘저축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으러 갔었는데 거기서 ‘옆 사람이 너무 좋아하면 나도 같이 좋아하기보다 괜히 질투심이 생겨서 채널을 돌려버리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인기가 너무 많거나, 조각처럼 너무 잘생긴 것도 안 좋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내겐 나이가 좀 있으신 팬 분들이 많다. 자녀가 있으신 어머니들께서 나를 좋아하셔서 TV 앞에 앉아 있다가 자녀 분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나와 비교해서 칭찬하기보다 구박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 당연히 이승기가 좋을 리 없을 거다(웃음). 그래서 10대 남성 분들이 나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어떤 분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그 분들이 내 군대 선임으로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웃음).

군대: 군대는 자연스럽게 갔다 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청년, 남자로서의 의무이기도 하고. 너무 길게 보고 있진 않다. 어느 정도 마음속에 정해진 것은 있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밖으로 말해버릴 수는 없다. 다만 너무 늦게는 안 갔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몸이 건강하고, 아저씨 느낌보다는 풋풋한 청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때 가는 게 좋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

연애: ‘연애시대’가 선 공개됐을 때 많은 분들이 어떤 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이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하셨다. 지금까지 데뷔한 이래 염두에 둔 분은 참 많은 것 같다. 마음속으로만 (웃음) 일을 하면서 참 많은 분을 뵙고, 또 이 쪽 일을 하는 분들이 정말 아름다운 분들이 많기 때문에 염두에 둔 분은 참 많다. ‘연애시대’는 우연찮게 가사가 써졌다. ‘1박 2일’에서 박찬호 선수를 만나러 일본에 갔다 왔었다. 일본에 하루 더 남아서 숙박을 하게 됐는데, 나와 매니저가 한 방을 썼다. 같이 방에 누워 있다 보니 처지가 너무 우울한 거다. ‘이 밤에 남자 둘이 이렇게 누워 있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곡이 나왔다. ‘우리 연애할까, 나 오랫동안 솔로여서 연애가 서툴지 모르지만’ 이 후렴 가사를 가장 먼저 썼다. 연애하고 싶은 마음의 ‘끝에’ 나온 가사다.

사진 제공. 후크 엔터테인먼트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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