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에서 방송 중인 도올 김용옥의 (이하 ) 특강의 축소 방송에 대해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은 지난 9월 1일부터 한신대에서 강의 중인 도올 김용옥의 강의를 중계하는 형식의 프로그램. 당초 36부작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EBS 측에 따르면 편수를 줄이는 것을 검토 중이다.

EBS의 강의 중단 추진은 한겨레 신문의 조현 기자가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EBS, 도올 특강 방영 갑작스런 중단 왜?’라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이어 도올 김용옥은 25일 MBC 이상호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나의 목소리가 이 사회에 전달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되는, EBS에 영향을 줄 만한 어떠한 힘이 작용한 것 같다”며 정치적 외압설을 제기했다. 이어 도올 김용옥은 “내가 어떤 말을 했다고 해도, 건강한 여론으로 수용하거나 최소한 방치할 만한 배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게 문제다. EBS에게 방송을 그만두도록 압력이 들어온다는 것은 내 상식으로는 정치적 압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4대강 비판에 대한 외압” vs “비속어 사용이 문제”
도올 김용옥은 왜 더 이상 EBS에서 고전을 강의할 수 없나
도올 김용옥은 왜 더 이상 EBS에서 고전을 강의할 수 없나
외압설의 주 근거는 특강 내용이 담겨 있는 이라는 책 서문에서 도올 김용옥이 현 정권의 4대강 사업과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도올 김용옥은 4대강과 관련해 “대도(大道)가 행해질 때는 사람들이 천하를 공(公)으로 삼지만, 대도가 은폐하게 되면 천하를 사가(私家)로 삼는다. 그렇게 되면국민의 실수요와 무관한 토목공사만 늘어난다는 게 공자의 놀라운 통찰이다”라면서 “합리적인 예(禮)에 근본하지 아니 하는 자가 최고의 지위에 있는 사회를 재앙의 사회라고 불렀다”고 썼다.

이에 대해 EBS의 박성호 홍보부장은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성호 홍보부장의 말에 따르면 “강의 방송 중단이나 축소도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과 협의 중인 단계였는데, 도올 김용옥 선생이 외부 기자와 먼저 얘기하면서 일이 커졌다”는 것. 박성호 홍보부장은 “4대강에 대한 비판은 방송 내용 중에는 있지도 않았다”면서 “심의실에서 제기한 문제는 지속적인 비속어 사용과 특정 종교, 특정 직업에 대한 비하 등이었다”고 전했다. 박성호 홍보부장의 말에 따르면 “강의 중 ‘개구라’, ‘새끼’ 등의 비속어가 지속적으로 사용된데 대해 EBS 심의실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했으나 시정이 되지 않아, 지난주에 제작진에게 심의와 방송 축소 등의 여부를 타진한 상황”이라는 것. 이어 박성호 홍보부장은 “지속적인 비속어 사용은 특히 EBS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고, 파장이 크다”면서 “학생들 대상의 다른 교과목 수업 방송에도 용어 사용을 엄격하게 따진다”고 말했다.

도올 김용옥의 강의 중단에 대한 정치적 외압설은 민주당 대변인실에서 서면 브리핑으로 입장을 발표하는 등 점차 파문이 커지고 있다. 26일 오전 민주당의 이용섭 대변인은 “EBS가 도올 김용옥 선생의 중용 강의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현대판 분서갱유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남북관계에 대한 비판이 빌미가 됐다는데 학자적 양심을 건 강의가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이를 막는 것은 학문에 대한 탄압이다”면서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가 도올 김용옥의 1인 시위 현장에 지지 방문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올 김용옥은 26일 오전 광화문에서 이번 사태를 규탄하고, 젊은이들에게 시대의 엄혹함을 알린다는 취지로 1인 시위에 나섰다.

사진 제공. EBS, KBS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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