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내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연애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결혼하고 아이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많이 노출된다면 그런 연기가 보기에 조금 걸릴 수도 있다.
이선균 : 그렇게들 이야기하는데, 내가 얘기 안 한다고 해도 사실이지 않나. 다 알고 있는 건데, 뭐. 그걸 굳이 알리지 말라고 할 필요도 없고, 내가 직접 떠들 필요도 없고. 그냥 물어보니까 대답하는 정도다. 그런데 기사가 그거 중점적으로 나가면 억울하지. 한 시간 동안 영화 얘기 하는 데 사이드로 가족 얘기 한 것만 기사 나가면. 4일, 하루 6시간 동안 단내 나게 (웃음) 영화 얘기 하면 뭐하나 싶고. 어차피 나가는 건 그런 건데. 기자 분들도 주목을 끌어야하니까 이해하는 부분은 있지만 그런 건 사이드로 놓으면 좋겠다.

그게 스타가 되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배우로서 작품 속의 모습만이 아니라 이선균이라는 사람이 궁금하니까.
이선균 : 그것도 당연히 고맙게 받아들여야지. 그것도 좋은데… 우리는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웃음)

“는 주위 사람들이 가장 나 같다고 하더라”
이선균│“격정적인 건... 재미없지 않나, 오버 같고” -2
이선균│“격정적인 건... 재미없지 않나, 오버 같고” -2
앞서 말한 작품들로 만들어진 로맨틱 가이로서 받는 기대감은 어떤가. 부담스럽지는 않나.
이선균 : 녹화를 갔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나는 로맨틱한 역할을 그다지 많이 안했다. 다 의 여진이 남아 있는 거지. 그리고 일단 아무리 다른 캐릭터를 하더라도 드라마를 하면 그 밑바닥에 연애가 깔려있지 않나. 가령 의 최현욱은 정말 로맨틱하지 않은 인물인데도 그 기본에 연애가 깔려있는 것처럼. 그래서 그런 이미지가 쌓인 거 같다. 그러다보니 나는 작더라도 사실적인 영화를 하고 싶었던 거고.

그래서 가 눈에 띈다. 최근 작품 중 가장 다른 캐릭터를 보여줬다.
이선균 : 주위 사람들은 가장 나 같다고 하던데? 술 취한 거, 너야. 이렇게. (웃음)

작업은 어땠나.
이선균 : 는 찍을 때 같이 찍은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님이 2달 동안 영화 찍을 건데 일주일에 이틀만 빼달라고 했다. 그래서 에 급하게 들어가면서 했다. 그런데 이 최현욱이라는 놈이 이상한 놈 아닌가. 그래서 마음만 급하고 너무 고민하다가 현장에서는 부담 없이 들어갔다. 대본이 없으니까. (웃음) 뭐가 있어야 고민하지. 그래서 그 이틀이 휴가 같았다. 최현욱 때문에 고민하다가 이틀은 그냥 가서 주는 대본 보고 ‘할게요’ 하면 되니까. 그냥 매 신 매 신 집중력 있게 하니까 나중에 그런 캐릭터가 나와 있더라.

이 작품, 혹은 캐릭터를 통해 바라는 게 있었나.
이선균 : 우선 홍상수 감독님 영화가 되게 현실적이고, 나 역시 그렇게 현실적인 연기를 좋아해서 감독님과 잘 맞는다. 그걸 해야 나중에 포장되고 미화된 인물을 할 때 도움이 되고.

말한 것처럼 당신은 이 한성처럼 판타지적인 인물에도 일상성을 부여한다.
이선균 : 내 외모가 부담될 정도로 너무 멋지고 뛰어난 비주얼이 아니니까 옆에 그런 애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만 들면 될 거 같았다. 그래서 공감이 가게 하지 않았나. 판타지처럼 안 보이게끔. 한성이 이미 멋진데 그걸 굳이 내가 재수 없게 멋지게 하려고 하면 분명 과부하가 걸리겠지. 또 로맨틱한 인물이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틱한 척하면 우스꽝스럽지만 편하게 하다가 어느 장면 로맨틱하게 하면 로맨틱하게 보인다. 뭔가 열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보다 우선 이런 아이가 있다고 납득하는 게 중요하다.

너무 격정적인 연기는 별로인 건가.
이선균 : 비록 최현욱이 ‘버럭’대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어떤 감정을 끄집어내서 푸시하는 건 안 좋은 거 같다. 격정적인 건… 재미없잖나. 오버 같고. 취향이겠지만 나는 음악도 너무 열창하는 가수들 좀 듣기 거북하다. 나 진짜 잘 불러, 보여주는 거. 힘 빼고 부르는 게 공감도 더 잘 되고 듣기도 편하다. 옛날에는 열창하면 노래 진짜 잘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고, 연기도 격정적이면 전에는 에너지 죽인다고 했는데 지금은 꼭 저렇게 해야 하나 싶다.

“지금보다 조금 더 연기 잘 해서 쭈욱 가면 좋겠다”
이선균│“격정적인 건... 재미없지 않나, 오버 같고” -2
이선균│“격정적인 건... 재미없지 않나, 오버 같고” -2
이선균│“격정적인 건... 재미없지 않나, 오버 같고” -2
이선균│“격정적인 건... 재미없지 않나, 오버 같고” -2
그런 진폭이 크지 않은 디테일 때문에 연기 변신을 안 하는 것 같은 착시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의 한성과 의 영수는 많이 다른 인물이지만 그 안에 인간으로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교집합을 연기로서 드러내니까.
이선균 : 의 하정우 같은 살인자를 맡아야 연기 변신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이상한 거 같다. 이게 똑같은 게 아닌데, 그런 걸 안 해서 다양하지 않다는 건가? 로맨틱 가이라는 것도 내가 하던 게 아닌데 이 너무 잘 되니까 다 묻히는 거다. 그래서 그런 거에 신경 쓰지 말자, 하다가 요즘 그런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한 번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센 거. 주어진 것 중에 내가 해야 할 걸 잘 찾아서 하면 되는 일이지만.

정말 확 다른 걸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없나.
이선균 : 이런 건 있다. 최현욱을 할 때 처음에 되게 힘들었다. 그렇게 분량 많고 중요한 역할은 처음이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구체화가 안 되는 거다. 역할에 납득이 가야 표현이 되는데 이게 너무 어려워서 너무 예민했다. 그런데 끝나고 나니까 내 것이 되어 있더라. 딱 보면 내게 왜 들어왔는지, 내게 뭘 원하는지 딱 알겠는 대본이 있다. 그런데 내게 원하는 게 뭐지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도 역할이 마음에 들면 해봐야겠다는 걸 배운 게 다. 실패하더라도 내가 배우를 좀 더 오래, 잘 하려면 이런 과정을 겁내지 말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내 것이 쌓여서 더 많이 더 오래 하겠지.

그렇다면 의 대본을 볼 때는 어땠었나. 얻고자 하는 바가 있었나.
이선균 : 내게 원하는 게 명확한 캐릭터였지. 사실 나 같은 연기를 할 때 더 편할 때가 있다. 진중하고 휑한 연기가. 로맨틱 연기가 편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인물이 약간 떠있어서 더 힘들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영화를 찍다보니 다음 영화를 찍을 땐 발랄한 코미디를 해보고 싶었고, 이 작품이 들어온 거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런 로맨틱 영화를 할 수 있겠나. 애 아버지가 된 마당에… (웃음) 이런 톤의 영화가 언제까지 들어온다는 보장도 없어서 선택했다.

나이에 대한 조급함 같은 게 있나.
이선균 : 나이를 먹다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패가 어린 나이 때 가지고 있던 것들인데, 나이 먹고 들고 있어야 할 패가 별로 없다. 조급함은 아니다. 조급해한다고 될 문제도 아니고. 앞서 말한 것처럼 겁내지 않고 도전하다 보면 뭔가가 생기겠지. 내년이 힘들 거 같다. 그런 도전을 해볼 시기이기 때문에. 이번에 박중훈 선배님과 이라는 블랙코미디 영화에 형사로 들어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되게 힘들 거 같다.

그럼에도 하면 될 거라는 믿음이 있나.
이선균 : 실패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이런 건 하지 말자, 라고 배우겠지.

그런 게 연륜이겠지만 오히려 신인 때 잃을 게 없어서 겁나지 않을 수도 있다. 흥행을 얼마만큼 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으면 도전이 어려울 거 같은데.
이선균 : 나는 뭐 책임… 흥행… 그 정도는 아닌 거 같다. (웃음) 송강호 선배, 김윤석 선배 정도 되면 그럴 수 있겠지. 몇 백만을 데리고 다니는 배우니까. 내 영화 중 흥행적으로 잘 된 건 없다. 자유롭게 하려면 지금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길게 가면 좋겠는데. 너무 책임지고 잘 되려고 하기보다는 지금보다 조금 더 연기 잘 해서 쭈욱 가면 좋겠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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