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 vs 주리랭
낸시랭 vs 주리랭
낸시랭
그녀의 직업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은 비단 솔비만은 아닐 것이다. 국내 최초 연예인형 아티스트를 자청하며 한 손에는 카메라, 한 손에는 애완고양이 ‘코코ㅆㅑ눼엘’을 들고 다니는 낸시랭은 예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큼은 자유의 여신이다. 세상의 금기에 대항하기 위해 이질적인 것들을 충돌시킴으로서 에너지를 창조하고자 하는 그녀는 ‘터부 요기니’ 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으며, 자신의 몸을 대중 앞에 드러냄으로서 신체의 터부로부터 스스로 해방되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 은 물론 각종 케이블 토크 프로그램과 심지어는 홈쇼핑 언더웨어 방송까지 섭렵하는 그녀는 아티스트의 상업성을 경계하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우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설명 했는데도 왜 그녀가 방송에 나와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그렇다면 의심을 없애주는 마법의 주문을 외우자. 큐티! 섹시! 키티! 낸시! 야옹-

주리랭
현대 미술의 기수 마르셸 뒤샹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에 콧수염을 그려 넣음으로서 권위에 도전하고 신화의 무게로부터 해방되었다. SBS 에서 정주리가 선보인 캐릭터 ‘주리랭’은 이를테면 뒤샹의 ‘L. H. O. O. Q’와 같은 것이다. 낸시랭과 유사한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갖추고 한쪽 어깨에 애완동물인 두꺼비 인형을 올려놓은 그녀는 예술에 앞서 문장을 통해 완성되는 현대 미술의 허구성에 일침을 가한다. ‘벨라인’에 앉아 뭇 남성들에게 팜므파탈이 되고자 몸부림치던 그녀의 아마조네스적인 에너지는 국제적이면서도 미스테리한 성(姓) ‘랭’을 통해 한층 일반적인 섹스어필을 장착하게 되었다. ‘공룡상’으로 분류되는 그녀의 얼굴은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원시의 강인함을 내제하고 있으며, 이것은 여성 억압의 현실에 균열을 예고하는 태생적인 징후다. 세상에! 아들의 상징이자 가부장제의 마스코트인 떡두꺼비를 쥐고 흔드는 손길이라니. 시대의 잔다르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탄생할 줄이야!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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