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영토 확장이 필수다. 2001년, 한발 늦게 케이블 시장에 참여한 MBC 플러스미디어는 채널의 특성을 확고히 하는 정책을 통해 게임, 스포츠, 드라마, 예능 등 장르별 채널 선호도 최정상을 달성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앨리스TV를 인수한 MBC 플러스미디어는 채널 재정비를 거쳐 10월 5일부터 고품격 생활문화 다큐멘터리 채널인 MBC LIFE를 개국한다. 9월 23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고급 교양 채널을 지향하는 MBC LIFE의 구체적인 편성 내용과 나아가 MBC 플러스미디어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었다.

새로운 TV 마켓의 소비자를 노린다

지난 7월, 교양다큐 전문 채널인 Q채널은 QTV로 개명하고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했다. 이는 케이블 시장에서 쉽고 자극적인 콘텐츠의 경쟁력이 월등함에 대한 방증인 동시에 정보 다큐멘터리 콘텐츠 채널은 이제 사양길에 접어들었음을 알게 하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MBC 플러스미디어는 새 채널의 편성표를 다큐멘터리와 문화 정보 프로그램으로 빼곡히 채워 넣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발상의 과정이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한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하기에는 나름의 과학적인 분석을 거친 결과라는 점이다. 젊은 세대의 TV 시청 시간이 급감하고 있는 방송 현실에서 MBC 플러스미디어가 주목한 계층은 방송 시간은 물론 인구 비율이 높은 중장년층이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미디어보다 TV 의존도가 높으면서 구매 결정력이 높은 이들은 최고의 소비 계층인 동시에 TV 마켓에서 가장 매력적인 집단인 것이다.

채널의 성격이 결정된 것은 타겟이 설정된 다음의 일이었다. 계층의 소비 성향을 반영하고,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기 위해 MBC LIFE는 ‘리치&페이모스’를 콘셉트로 결정하고 이에 걸맞는 편성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주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담아 낸 <명주천리>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문화특강>, 문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선학습 프로그램인 <정지영의 문화 이야기>는 특히 계층의 욕구를 적극 반영한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이다. 이에 더해 MBC LIFE는 10억 원의 제작비를 투여한 케이블 사상 최대 규모의 다큐멘터리인 <페이퍼로드>와 중국 문화에 대해 인문학적인 접근을 시도한 <인문기행 중국>을 통해 자체 콘텐츠의 고급화를 도모한다.

콘텐츠의 고급화 전략, 성공할 것인가

사업적으로 MBC LIFE의 계획은 구체적이다. 콘텐츠의 70% 이상을 HD로 제작하여 HD 채널 블록 진입을 겨냥하는가 하면 야심작인 <인문기행 중국>은 멀티 플랫폼을 통한 배급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르 중심의 기획에서 타겟 중심의 기획으로 발상을 전환한 과정은 논리적이나, 사람의 마음이 언제나 계산으로 도출되는 결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TV라는 매체의 특성상 예측한 계층이 반드시 고급 정보를 원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막연한 것이다. 고급 시청자 유입을 통해 케이블 시장에서 MBC 플러스미디어의 영향을 한층 확대하겠다는 채널의 야심은 대단하나, 그 결과는 개국 이후를 지켜 볼 일이다.

사진제공_ MBC LIFE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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