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그러했지만,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태도. 새침하게 예쁜 얼굴의 아가씨가 보여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그 천진난만함 때문에 이성민은 상대방을 계속 웃게 만든다. 이 여자가 MBC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에서 따박따박 제 할 말만 하는 얄미운 이PD라니. 자꾸 확인하지 않으면 기억하기 쉽지 않은 사실이다. 마치 고양이가 첫 키스를 보내듯, 천천히 눈동자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낯선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이내 하하하, 문장마다 웃음을 덧붙인다. 불쑥, 상자를 펼치듯 이미 마음은 열려있다. 어떤 경계심도 없이 진심을 드러내는 이성민의 태도는 너무나 순수하게 비어 있어서 새롭다.

긍정의 에너지를 예쁘게 빚어 만든 그녀

“사실 원래 성격이랑 달라서 스스로 억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즐거워서 제 순서가 되면 기분을 가다듬어야 할 정도에요. 그리고 제가 워낙 말이 느리거든요. 이PD처럼 도도하게 말하는 게 쉽진 않아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성민의 눈은 웃음을 머금는다. 심지어 평소에 좀처럼 소리를 지르는 일이 없어 “화내는 연기가 가장 어려운 것”같다고 할 정도로 그녀는 유난히 밝다. 세상의 긍정적인 에너지만을 모아서 빚은 사람처럼 “여간해서는 심각한 고민도 잘 하지 않는 편”이라서 그런지, 촬영이 없는 날 선배들의 연기를 배우려고 세트장에 놀러 가는 것도, 쉬는 날 굳이 메이크업을 하고 인터뷰를 하러 오는 것도 모두 재미있는 일이다. 카메라 앞에서는 신나게 춤도 추고, 질문을 들을 때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듯 “그쵸오~”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싱싱하면서도 유쾌한 그녀의 매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늦은 나이에 얻은 딸을 유난히 예뻐하던 어머니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배우들 보다 니가 더 예쁘다”며 딸의 용기를 북돋웠고,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광고 모델 일을 제의받은 후 본격적으로 연예인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되었다. 게다가 한국에 돌아와 참가한 광고 모델 선발 대회에서 덜컥 수상을 하고, 대만 지역 CF의 주인공이 되면서 꿈은 점점 더 현실적인 것으로 영글어 갔다. 그리고 단단해진 꿈은 드디어 욕심이 되어 이성민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다. “아직 작품을 많이 한건 아니지만 할수록 연기가 재미있어져요. 가능하다면 아주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결혼하고 아기 낳고 나서도 할 거에요. 그래서 자연스러운 모습, 내 말 같은 대사를 보여주려고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녀답게 계획도, 과정도 씩씩하다. 믿어주지 않으면 안 될 만큼이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능성의 예감으로 가득하다.

“요즘 저답지 않게 고민을 좀 해요”

주변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건강함이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재산이다. 그러나 직접 만나지 않은 사람에게 그런 느낌을 쉽게 전할 수 없다는 것은 그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리고 “대박이다!”라는 한마디로 인상을 남겼던 쇼핑몰 광고 속의 도시적인 모습이나 이선균의 무등을 타고 출연한 도넛 광고 속의 청순한 모습을 한데 모아 광고 모델이 아닌 배우 이성민을 만들어 나가는 것 역시 그녀의 몫이다. “요즘 저답지 않게 고민을 좀 해요. 선배님들처럼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요. 이왕 하는 거 사람들이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절 기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미소가 햇살처럼 빛난다. 조급해 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아서 그 걸음이 조금 여유로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뒷걸음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토록 빛나는 긍정의 힘이 있는 한, 이성민의 여정은 언제나 에너지로 충만할 테니까 말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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