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봤어?]〈진짜 사나이〉'별 하나' 보다 값진 '작대기 하나'의 신파
방송화면 캡처 샘 해밍턴(위쪽), 손진영(왼쪽), 김수로" /><진짜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 샘 해밍턴(위쪽), 손진영(왼쪽), 김수로

MBC <일밤> ‘진짜 사나이’ 2013년 6월30일 오후 4시 55분



다섯 줄 요약

지난 주, 공포와 충격의 유격훈련을 끝마치고 드디어 일병 진급식을 맞이하게 된 우리의 ‘진짜 사나이’들… 팔굽혀펴기를 시작으로 윗몸일으키기, 3km에 달하는 뜀걸음까지, 다양한 체력검사를 통해 대한민국 일병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 받았던 한주였다. 김수로와 손진영은 유격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특별 방송을 통해 드러냈고, 나머지 병사들은 서로를 의자하며 힘든 진급 심사를 ‘함께’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리뷰

<일밤 : 진짜 사나이>는 영리하다. 익히 예측 가능한 이야기와 구성을 짐짓 모른 채 끝까지 이어붙이는 과단성은 둘째 치더라도, 시청자가 예의 ‘진정성’을 의심할만할 시점에 적절한 중화작용을 가하며 일정 수준의 ‘온도’를 유지하는 편집과 구성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미덕이다. 30일 방송분에서의 주 소재는 ‘일병 진급 시험’이었지만, 이미 ‘실패한 성공’의 정해진 결론을 뚝심있게 ‘신파 코드’로 밀어붙이고 조교들의 영상편지와 레펠 훈련, 가족과의 통화 등의 에피소드를 적절히 배합하는 솜씨는 투박하지만 설득력 있고, 간간히 채치가 넘친다.

인물들을 각자의 개성과 성격으로 군집하여 엮는 하모니 또한 훌륭하다. 적합한 음향을 연출하기 위하여 고음, 중음, 저음을 조작하는 이퀼라이저(각각의 음색을 혼합하는 장치)처럼, 각각의 케릭터들의 성장과 고뇌를 치우치지 않게 융합한다. 초반 구멍병사로서 포지셔닝된 샘 해밍턴의 사격 솜씨와 손진영, 김수로 이병의 건강악화, 장혁의 프로와 아마추어를 넘나드는 캐릭터 등은 매우 입체적이여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긴장감과 함께 건전한 기대감까지 가지게 하는데 마치 색색다른 전구들의 아름다운 병렬적 조화를 보는 듯하다. 한 편의 콜라주와 같은 이 프로그램은 결국 속된 말이지만 이렇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눈물과 감동, 그리고 웃음이 어우러져 있다”라고.

혹자는 이 밀리터리-예능을 두고 첨예하고 지리한 이데올로기 논쟁을 벌일 수도 있다. 또한 누군가는 지난 한 주 초미의 관심사였던 연예병사의 이야기를 들먹이며 비교할지도 모를 일이다. 예능을 예능으로만 보아야 하는 게 맞겠지만, 이러한 의견들은 결국 역설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의미를 환기시키고 언제든 “뜨거운 감자”로서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의미한다.

하지만 이 ‘보통 사나이’들의 버라이어티한 리얼 체험기는 아직 굵직한 서사를 창조해내진 못한, 소설로 치면 기-승-전-결의 ‘기’에 해당된다. 고작 새로운 맴버가 들어오고 일병으로 진급했을 뿐이다. 세론을 정제하여 담론으로 형성하기엔 아직은 리프레시를 가져다 주는 오락 프로그램일지 모른다. 우리는 이들의 땀과 눈물이 얽힌 ‘신파’를 지금까지는 소비하는 데 충실하면 될 것이다. 진짜 사나이들의 앞으로의 귀추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수다포인트

- ’헬기 레펠 한 번에 위험 수당 5만원을 받는다던데, 17만원 모으려면 세 번 하고도 한 번 더 해야 하나요?”

- “그래, 샘 이병 도하 때 나만 웃은 건 아니었어”

- “뒤쳐지는 병사를 도와 충분히 완주 할 수 있는 놈이, 그 까짓 전우애 때문에 같이 뛰었다고? 오늘부터 류수영 넌, 일주일 간 임시반장을 맡도록 해”(<여왕의 교실>의 마선생)



글. 강승민(TV리뷰어)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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