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출연 배우 고현정(중앙), 천보근, 김새론, 서신애, 이영유, 김향기(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
MBC 출연 배우 고현정(중앙), 천보근, 김새론, 서신애, 이영유, 김향기(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
MBC 출연 배우 고현정(중앙), 천보근, 김새론, 서신애, 이영유, 김향기(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

“평범한 너희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 바꿀 수 없다면 살아남아라”

현실에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말을 표독스럽게 외치는 여왕의 이야기도 어느덧 3부 능선을 넘어섰다. 16부작으로 기획된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3일 7회분 방송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는 카리스마 있는 냉혈한 마여진 선생(고현정)에 맞서는 반장 심하나(김향기)와 6학년 3반 친구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룬다. 왕따, 학원폭력, 교실 내 절도 등 실제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파격적이다 싶을 정도의 대사와 아역들의 열연으로 그려내 화제를 모았다.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이 공감하는 드라마’ 혹은 ‘현대판 잔혹동화’ 등의 상반된 평가도 오갔다. 그만큼 드라마의 정체성이 분명하다는 뜻일 터. 하지만 확실한 색깔이 아직 대중에게 공감으로 가 닿지는 못한 듯 보인다. 고현정의 3년 만의 드라마 복귀, 원작 드라마의 높은 완성도 등으로 초반에 기대를 모았던 것과 비교한다면 지금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진만 CP는 시청률 부진에 대해서 “대본이 재밌게 나오고 있으니 곧 올라갈 거다. 절대 떨어지진 않는다(웃음)”고 답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까지는 극의 베이스를 깐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역배우들의 집합체가 마 선생과 대립하는 한 축을 이루기에 그 틀을 형성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 때문에 고현정이 조연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이젠 아역들의 집합체가 자리를 잡았기에 그들과 마 선생의 대립, 그리고 마 선생이 겪는 고난을 통해 그녀의 과거사가 드러난다면 공감대 형성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여왕의 교실〉이 좀 세다고? &quot;그런 아이는 없고, 그런 현실만 있을 뿐이다&quot;
마여진 역의 고현정" /><여왕의 교실> 마여진 역의 고현정

김진만 CP는 마여진 역을 맡은 고현정에 대한 무한한 신뢰도 내비쳤다. 그는 “‘역시 고현정이다’ 싶은 순간이 많았다”며 “원작에선 수영장에서 멋지게 다이빙해 수영을 하는 장면이 있다. 고현정이 자신은 수영을 할 줄 모른다고 해서 그 장면을 제외시켰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까 본인이 의욕적으로 다이빙도 하고 헤엄도 치더라”하며 촬영장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원작의 캐릭터와 고현정을 비교하는 질문엔 “캐릭터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배우가 다르기 때문이다”며 “원작의 배우는 일본 전통 극 출신의 배우기에 발성 같은 것들이 기본적으로 일반 배우와 다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고현정은 “원작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며 “대사가 구체적이고 강한 부분이 있기에 미묘한 표정 변화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마여진 배역을 맡은 내가 해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 아이는 없고 그런 현실만 있을 뿐이다” 김진만 CP의 말마따나 <여왕의 교실>에선 원작보다 한국 교육현실이 더 직접적으로 녹아있다. 고현정은 “‘마여진의 교육방식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마여진은 ‘온통 아이들 생각만 하는 선생님’이란 설정이다. 마여진은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상처를 입고 내상을 안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그 때 그 때 치료할 수 있는 외상처럼 문제들을 좀 더 직접적이고 드러나게 하는 역할은 한다. 극의 후반부엔 드러나겠지만 마여진의 행동을 이러한 부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행동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김진만 CP는 “<여왕의 교실>을 ‘잔혹동화’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해서 현실을 과대 포장한 적은 없다. 드라마를 준비하며 취재를 할 땐 그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자주 발견했다. <여왕의 교실>에선 한국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만 강조했다. 이런 부분을 보변 ‘그런 아이는 없고, 그런 현실만 있다’는 어느 캠페인 문구의 말이 꼭 맞는다”고 설명했다. 또 “마 선생의 목적은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서게 하는 것이다”며 “드라마의 연출과 대본이 모두 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여왕의 교실〉이 좀 세다고? &quot;그런 아이는 없고, 그런 현실만 있을 뿐이다&quot;
김향기(왼쪽), 김새론" /><여왕의 교실> 김향기(왼쪽), 김새론

“굉장한 캐스팅이라 생각한다” 고현정은 아역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은 듯했다. 그녀는 “아이들의 실없는 농담에 정말 즐겁다”며 “아이들이 촬영 중에 NG도 없이 중요한 포인트를 잘 잡아낼 때 정말 느끼는 게 많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는 중에 계속해서 서로 농담을 주고받고, ‘방학’ 얘기로 운을 떼자 마냥 어린 아이 같은 대답을 늘어놓던 아역배우들도 작품 이야기를 꺼내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심하나 역을 맡은 김향기는 “<여왕의 교실>에 많이 공감한다”며 “각각의 인물이 모두 캐릭터가 살아있는 점이나, 선생님 오면 후다닥 자리에 앉는 것, 그리고 시험을 싫어한다는 점도 닮았다(웃음)”고 말했다. 또 성적은 언제나 1위지만 냉정한 소녀 서현역을 맡은 김새론은 “서현 역을 연기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용기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서 의미가 깊다”는 연기자다운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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