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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한 살의 웨인 쇼터는 땅딸한 체구에 등이 좀 굽어 보였다. 옆에 있는 다닐로 페레즈(피아노), 존 패티투치(베이스), 브라이언 블레이드(드럼)보다 키가 작고, 연주분량도 적었지만, 그 존재감은 거대한 봉우리 같았다. 다닐로 페레즈가 아이디어를 던지면 존과 브라이언이 능숙하게 받아 앙상블을 이루고, 그 위로 웨인 쇼터가 블로잉을 시작하면 드라마틱한 장면이 그려졌다. 이들은 단지 웨인 쇼터의 색소폰을 부각하는 팀이 아닌 네 명의 연주자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완벽한 퀄텟이었다. 명인들이 10년의 세월을 서로에 대한 존경과 우정으로 함께 했을 때 가능할 법한 그런 연주였다.

웨인 쇼터 퀄텟의 두 번째 내한공연이 열린 1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는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객석이 가득 찼다. 예매만 90% 이상이 이루어졌다니 웨인 쇼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지난 2010년 내한공연을 본 연주자 및 관계자들의 극찬이 대단했던 터라 이번 공연 역시 호연이 예상됐다.

공연은 아무런 멘트 없이 진행됐다. 첫 곡 ‘Smilin’ Through(스밀링 쓰루)’가 시작되자마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다닐로 페레즈의 피아노가 저음부 건반을 때리며 달려가자 존 패티투치와 브라이언 블레이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연주를 시작했다. 웨인 쇼터는 가만히 앉아서 숨고르기를 했다. 이어 차분하게 소리를 다잡더니 천천히 연주를 시작했다.

‘오빗(Orbits)’ ’스테어리 나이트(Starry Night)’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웨인 쇼터는 좀처럼 흥분하는 법이 전혀 없이 도인처럼 고고하게 연주를 해나갔다. 반면 나머지 세 연주자는 서로 기민하게 반응하며 마치 눈덩이를 불리듯이 사운드로 고조시켜나갔다. 아이디어 제시는 다닐로 페레즈의 몫이었다. 매 곡마다 정해진 테마를 연주하면서도 매 순간 새로운 멜로디를 제시했다. 페레즈의 사인을 받은 패티투치가 베이스로 밑그림을 그리면 거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브라이언 블레이드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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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곡은 15~20분 정도로 길게 연주됐다. 곡마다 연주자들은 점층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켜나가며 다양한 그림을 그려나갔다. 여타 재즈 공연처럼 단순하게 테마를 제시하고 솔로롤 나눠 연주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이들은 하나의 테마가 제시한 후 네 명이 서로 밀접하게 반응하며 그 테마를 점점 불려나갔다. 그런 식으로 앙상블은 여러 번 절정에 도달했고, 관객으로 하여금 호흡을 다잡게 만들었다.

웨인 쇼터의 연주는 근작 ‘위드아웃 어 넷(Without A Net)’ 만큼 적극적인 연주를 선사하지는 않았다. 블로잉을 아끼는 편이었으며, 솔로보다는 앙상블에 초점을 맞추는 듯했다. 오히려 젊은 연주자들의 솔로잉을 북돋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자제하는 듯하다가도 앙상블의 피치가 올라가면 날렵한 프레이즈를 들려주며 거장의 면모를 보였다.

이들 퀄텟은 웨인 쇼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넷이 동등한 위치를 점하는 진짜 퀄텟이었다. 이 기라성과 같은 연주자들이 모인 것이 2000년이다. 최고의 거장들이 10년 넘게 이어온 세월이 선물해준 응집력 있는 협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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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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