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딛고 일어난 28th BIFF 어땠나
줄어든 상영작 편수와 OTT의 확대
아쉬운 한국 영화
줄어든 상영작 편수와 OTT의 확대
아쉬운 한국 영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3일 막을 내린다. 축제는 화려한 듯 끝났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는 게 이번 행사에 대한 주된 평가다. 개최 전부터 조중국 전 운영위원장의 인사 논란과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성추문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행사를 준비했다.
악재가 겹쳤던 부산국제영화제는 행사 내용에 있어서도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영화계의 현실만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를 무사히 넘겼다는 것에 안도하지 않고, 다가오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속가능한 행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더 나은 미래로 향하기 위해 이번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어제'를 살펴본다.
◆ 확 줄어든 상영작 편수 354편 → 269편 올해는 공식 초청작 69개국 209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으로 총 269편의 상영작들이 관객들과 만났다. 작년에 치러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공식 초청작 71개국 243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111편을 포함해 354편이다. 내홍을 겪었던 만큼 상영작 수가 85편 정도의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물론 지난달 5일 열렸던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부국제 측은 "전체 예산이 줄면서 작품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편수 조정이 있었고, 그런 점에서는 작년보다 전체 편수가 줄었다. 올해 축제 규모는 109억 4,000만 원이다. 협찬 확보에 일부 어려움이 있었고 이에 따라 예산 규모가 줄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 평균이 120억 원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 OTT 시리즈·영화의 확대 이번 부국제의 가장 문제로 꼽히는 지점은 바로 OTT(Over The Top)다. 이미 여러 차례 OTT에 대한 언급이 나온바. 문제의 핵심을 짚어보도록 하자. OTT 작품이 초청된 '온 스크린' 부문은 재작년(2021년)인 제26회 부국제부터 신설됐다. 온 스크린 섹션은 OTT 드라마 시리즈 화제작을 월드 프리미어 혹은 아시아 프리미어를 상영하는 부문으로, 작년에는 '마이네임'(감독 김진민), '지옥'(감독 연상호) 등의 한국 작품이 상영됐다. 올해는 어땠을까.
온 스크린 부문에는 'LTNS'(감독 임대형, 전고운), '거래'(감독 이정곤), '러닝메이트'(감독 한진원), '비질란테'(감독 최정열), '운수 오진 날'(감독 필감성)의 한국 작품 5편과 '시가렛 걸'(감독 카밀라 안디니니, 이파 이스핀샤)의 인도네시아 1편으로 총 6편이 배치됐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정한석 프로그래머가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웹툰과 드라마 시리즈물의 영향력"으로 인해 많은 작품이 출품되었음에도 OTT가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비단 OTT 때문에 이번 한국 영화가 다소 부실하다고 느껴졌던 것일까.
작년 개막작은 이란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영화 '바람의 향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국제가 개막작으로 선택한 작품이 한국 장건재 감독의 영화 '한국이 싫어서'라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을 테다. 지난 4일 '한국이 싫어서' 기자 회견에서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겸 집행위원장 운영대행은 해당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남동철은 "'한국'이라는 특정한 국가를 지칭하지만 젊은 세대들을 지칭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언급했던 것. 그렇다면, '한국 영화의 오늘' 부문에 배치됐던 한국 영화들을 살펴보자.
◆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 구성 어땠나 개막작이 한국 영화로 선정된 만큼 '한국 영화의 오늘' 부문도 풍성한 작품들도 가득 차 있었을까. 이 질문에는 다소 망설이게 된다. '스페셜 프리미어', '파노라마', '비전' 등 3개의 섹션으로 나뉜 '한국 영화의 오늘' 부문에서 큰 성과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2022년 신설된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은 특별한 대중적 매력과 위상을 지닌 동시대 한국 주류 상업 영화의 최신작 및 대표작을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독전2'(감독 백감독), '발레리나'(감독 이충현), '화란'(감독 김창훈)으로 세 작품이다. 이 중 '독전2'와 '발레리나'는 극장용 영화가 아닌 넷플릭스 스트리밍 작품. '파노라마' 부문은 동시대 한국 영화의 역량과 흐름을 만끽할 수 있는 그해의 다양한 대표작 및 최신작을 선보이는 섹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감독 김혜영), '달짝지근해: 7510'(감독 이한), '보호자'(감독 정우성),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세기말의 사랑'(감독 임선애),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 '소풍'(감독 김용균) 등으로 총 7개 작품이 분포됐다. 이 중에서 최신작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세기말의 사랑', '소풍'으로 3개다.
물론 파노라마 부문은 기존 상영작을 다시 보는 의미도 크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작년에는 '오픈 더 도어'(감독 장항준),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고속도로 가족'(감독 이상문),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감독 장건재), '교토에서 온 편지'(감독 김민주), '드림팰리스'(감독 가성문) 등의 신작들이 처음 부국제에서 공개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약간의 씁쓸함이 생기는 지점도 분명 있다. 물론 뛰어난 작품성과 독창적 비전을 지닌 한국독립영화 최신작을 선보이는 섹션인 '비전' 부문도 있었다. '301호 모텔 살인사건'(감독 연제광), '딜리버리'(감독 장민준),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감독 김다민), '바얌섬'(감독 김유민), '장손'(오정민), '지난 여름'(감독 최승우), '한 채'(감독 정범, 허장), '해야 할 일'(감독 박홍준), '소리 굴다리'(감독 구파수 륜호이)의 한국 작품들이 선정된 바 있다. 완성도와 몰입도가 높은 작품들이 해당 부문에 포함됐지만,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한국 작품들이 지닌 위력이 많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할 터.
◆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이 지닌 의미 올해 부국제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나 '인도네시아 특별기획 프로그램: 인도네시아 영화의 르네상스' 등의 기획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의 경우, 신작보다는 '미나리'(2020), '버닝'(2018), '콜럼버스'(2017), '서치'(2018) 등의 다소 시간이 경과된 영화들을 상영하는 형태였다. 신작은 저스틴 전 감독의 '자모자야'(2023)와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2023) 정도. 물론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으로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재미교포 영화인들의 작품 세계를 심도 깊게 보는 좋은 기획이었지만, 작품들 간의 격차가 있기에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불거져 나온 OTT와 한국영화에 관한 사항은 비단 영화제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팬데믹 이후, 극장용 영화가 줄어들고 관객들이 영상을 소비하는 형태가 달라지면서 함께 따라온 것들이다. OTT 시리즈와 영화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게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도 좋은 시도일 테지만, 기존에 부국제가 지녔던 의미는 조금 옅어진 듯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한 번쯤을 질문할 필요가 있다. 극장용 영화만을 고집하는 것도 시대의 변화를 역행하는 일일 테지만, 이번 부국제가 OTT 관련 행사에 힘을 많이 준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영화제는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돌아볼 수 있는 하나의 소통 창구다. 올해 삐져나왔던 문제들을 내년에는 제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부산국제영화제가 30회를 2회 앞두고 위기에 봉착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악재가 겹쳤던 부산국제영화제는 행사 내용에 있어서도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영화계의 현실만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를 무사히 넘겼다는 것에 안도하지 않고, 다가오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속가능한 행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더 나은 미래로 향하기 위해 이번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어제'를 살펴본다.
◆ 확 줄어든 상영작 편수 354편 → 269편 올해는 공식 초청작 69개국 209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으로 총 269편의 상영작들이 관객들과 만났다. 작년에 치러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공식 초청작 71개국 243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111편을 포함해 354편이다. 내홍을 겪었던 만큼 상영작 수가 85편 정도의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물론 지난달 5일 열렸던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부국제 측은 "전체 예산이 줄면서 작품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편수 조정이 있었고, 그런 점에서는 작년보다 전체 편수가 줄었다. 올해 축제 규모는 109억 4,000만 원이다. 협찬 확보에 일부 어려움이 있었고 이에 따라 예산 규모가 줄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 평균이 120억 원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 OTT 시리즈·영화의 확대 이번 부국제의 가장 문제로 꼽히는 지점은 바로 OTT(Over The Top)다. 이미 여러 차례 OTT에 대한 언급이 나온바. 문제의 핵심을 짚어보도록 하자. OTT 작품이 초청된 '온 스크린' 부문은 재작년(2021년)인 제26회 부국제부터 신설됐다. 온 스크린 섹션은 OTT 드라마 시리즈 화제작을 월드 프리미어 혹은 아시아 프리미어를 상영하는 부문으로, 작년에는 '마이네임'(감독 김진민), '지옥'(감독 연상호) 등의 한국 작품이 상영됐다. 올해는 어땠을까.
온 스크린 부문에는 'LTNS'(감독 임대형, 전고운), '거래'(감독 이정곤), '러닝메이트'(감독 한진원), '비질란테'(감독 최정열), '운수 오진 날'(감독 필감성)의 한국 작품 5편과 '시가렛 걸'(감독 카밀라 안디니니, 이파 이스핀샤)의 인도네시아 1편으로 총 6편이 배치됐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정한석 프로그래머가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웹툰과 드라마 시리즈물의 영향력"으로 인해 많은 작품이 출품되었음에도 OTT가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비단 OTT 때문에 이번 한국 영화가 다소 부실하다고 느껴졌던 것일까.
작년 개막작은 이란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영화 '바람의 향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국제가 개막작으로 선택한 작품이 한국 장건재 감독의 영화 '한국이 싫어서'라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을 테다. 지난 4일 '한국이 싫어서' 기자 회견에서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겸 집행위원장 운영대행은 해당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남동철은 "'한국'이라는 특정한 국가를 지칭하지만 젊은 세대들을 지칭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언급했던 것. 그렇다면, '한국 영화의 오늘' 부문에 배치됐던 한국 영화들을 살펴보자.
◆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 구성 어땠나 개막작이 한국 영화로 선정된 만큼 '한국 영화의 오늘' 부문도 풍성한 작품들도 가득 차 있었을까. 이 질문에는 다소 망설이게 된다. '스페셜 프리미어', '파노라마', '비전' 등 3개의 섹션으로 나뉜 '한국 영화의 오늘' 부문에서 큰 성과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2022년 신설된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은 특별한 대중적 매력과 위상을 지닌 동시대 한국 주류 상업 영화의 최신작 및 대표작을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독전2'(감독 백감독), '발레리나'(감독 이충현), '화란'(감독 김창훈)으로 세 작품이다. 이 중 '독전2'와 '발레리나'는 극장용 영화가 아닌 넷플릭스 스트리밍 작품. '파노라마' 부문은 동시대 한국 영화의 역량과 흐름을 만끽할 수 있는 그해의 다양한 대표작 및 최신작을 선보이는 섹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감독 김혜영), '달짝지근해: 7510'(감독 이한), '보호자'(감독 정우성),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세기말의 사랑'(감독 임선애),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 '소풍'(감독 김용균) 등으로 총 7개 작품이 분포됐다. 이 중에서 최신작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세기말의 사랑', '소풍'으로 3개다.
물론 파노라마 부문은 기존 상영작을 다시 보는 의미도 크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작년에는 '오픈 더 도어'(감독 장항준),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고속도로 가족'(감독 이상문),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감독 장건재), '교토에서 온 편지'(감독 김민주), '드림팰리스'(감독 가성문) 등의 신작들이 처음 부국제에서 공개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약간의 씁쓸함이 생기는 지점도 분명 있다. 물론 뛰어난 작품성과 독창적 비전을 지닌 한국독립영화 최신작을 선보이는 섹션인 '비전' 부문도 있었다. '301호 모텔 살인사건'(감독 연제광), '딜리버리'(감독 장민준),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감독 김다민), '바얌섬'(감독 김유민), '장손'(오정민), '지난 여름'(감독 최승우), '한 채'(감독 정범, 허장), '해야 할 일'(감독 박홍준), '소리 굴다리'(감독 구파수 륜호이)의 한국 작품들이 선정된 바 있다. 완성도와 몰입도가 높은 작품들이 해당 부문에 포함됐지만,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한국 작품들이 지닌 위력이 많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할 터.
◆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이 지닌 의미 올해 부국제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나 '인도네시아 특별기획 프로그램: 인도네시아 영화의 르네상스' 등의 기획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의 경우, 신작보다는 '미나리'(2020), '버닝'(2018), '콜럼버스'(2017), '서치'(2018) 등의 다소 시간이 경과된 영화들을 상영하는 형태였다. 신작은 저스틴 전 감독의 '자모자야'(2023)와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2023) 정도. 물론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으로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재미교포 영화인들의 작품 세계를 심도 깊게 보는 좋은 기획이었지만, 작품들 간의 격차가 있기에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불거져 나온 OTT와 한국영화에 관한 사항은 비단 영화제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팬데믹 이후, 극장용 영화가 줄어들고 관객들이 영상을 소비하는 형태가 달라지면서 함께 따라온 것들이다. OTT 시리즈와 영화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게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도 좋은 시도일 테지만, 기존에 부국제가 지녔던 의미는 조금 옅어진 듯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한 번쯤을 질문할 필요가 있다. 극장용 영화만을 고집하는 것도 시대의 변화를 역행하는 일일 테지만, 이번 부국제가 OTT 관련 행사에 힘을 많이 준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영화제는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돌아볼 수 있는 하나의 소통 창구다. 올해 삐져나왔던 문제들을 내년에는 제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부산국제영화제가 30회를 2회 앞두고 위기에 봉착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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