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균열을 담은 현실 공포
사이버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경계
오는 8월 30일 개봉
영화 '타겟'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타겟'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타겟'에 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우리가 늘 손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이라는 온라인 공간에는 수많은 개인정보가 담겨있다. 이 말은 정보의 바다인 온라인 공간은 노출되기도, 표적이 되기도 쉽다는 말을 이르기도 한다. 어쩌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상은 깨진 거울처럼 조금씩 균열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상의 공포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타겟'(감독 박희곤)은 얼굴도 모르는 타인과 '중고 거래'를 하면서 삶이 균열하기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다. 극 중에서 수현(신혜선)은 막 이사를 끝내고 새로운 집에 거주하고 있는 상태다. 오래된 세탁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망가지면서 어쩔 수 없이 중고 거래를 하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타인과 중고 거래를 하는 문화는 우리 일상 곳곳에 퍼져있다. 영화는 오프닝에서부터 지하철과 도심 사이를 비추며 보이지 않는 인터넷 창에서 중고 거래를 하는 다수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필요한 물건을 기존에 책정된 금액보다 이하로 구매하는 일종의 문화는 비단 영화 속의 일만은 아니다.
영화 '타겟'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타겟'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타겟'은 보이지 않는 온라인 공간이 오프라인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포착한다. 무엇보다 수현은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집의 시공 현장을 오가는 캐릭터로 설정돼있다. 완공되지 않는 작업장처럼 이사를 막 마친 수현도 그곳을 오가지만 제집처럼 편한 상태는 아니다. 풀지 못한 박스의 짐과 아직 손때가 묻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신혜선이 연기한 수현은 불의의 상황을 참지 못하고 원리원칙에 따라 끝까지 대응하는 캐릭터다. 망가진 세탁기로 인해 중고 거래를 하지만 이것이 사기였음을 깨닫고 참지 않거나, 사기범을 잡기 위해서 경찰서를 방문하고 장시간 홈페이지를 뒤져 범인을 찾아내는 집요함을 보인다. 베테랑 형사 주형사(김성균)은 밀려있는 사건의 순서대로 일처리를 해서 적어도 3~4달은 걸릴 것이라고 하지만 수현에게 이 시간은 견디기 힘들다.
영화 '타겟'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타겟'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경찰에게 수사를 맡기던 수현의 인내심이 터져버린 사건은 코인 세탁소에서 빨래하고 돌아오던 길에 세탁한 빨랫감의 봉투가 찢어지면서 발생한다. 분명 안락하고 사적인 공간인 집이 아닌 공개적으로 노출된 세탁방을 찾아서 세탁해야 하는 상황에 분노가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수현은 집념을 통해 범인을 색출하고 게시물에 또 다른 사기 피해자를 막기 위한 댓글을 단다. 사소한 침범 하나에 범인은 경고를 날리지만, 수현은 이를 무시하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대응한다.

수현이 범인의 게시물에 단 댓글 하나는 역으로 수현의 공간을 침범할 수 있는 일종의 방아쇠가 된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온라인 공간에 남긴 하나의 흔적은 수현의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역추적 당하는 사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중고 거래 사기범은 수현을 농락하면서 마구잡이로 그녀의 삶을 난도질한다. 범인은 수현의 연락처를 무료나눔 관련 게시물에 무단으로 올리거나 배달 음식을 수현의 집 주소로 시키고 심지어는 파트너를 구하는 남자들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기도 한다. 멈추지 않는 고통에 수현은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범인과 수현 사이의 섀도복싱은 지속된다.
영화 '타겟'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타겟'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아이러니하게도 경찰들이 단서를 좇던 중에 범인으로 의심되던 남자의 집에서 오히려 시신이 된 남자를 목격하면서 사건은 빠르게 수사에 착수한다. 사이버 범죄의 특성을 이용한 현실을 조망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인지 극 중에서 주형사와 동료 나형사(강태오)는 해결할 수 없음에 무기력함이 드러난다. 수현과 범인의 끝날 듯 끝나지 않던 줄다리기는 이내 오프라인 공간에 범인이 발을 디디면서 실마리를 찾게 된다.

사소한 상황으로 인해 일상이 전복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포착하는 '타겟'.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박희곤 감독은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나 JTBC '뉴스 르포'에서 다뤘던 중고거래에 대한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작은 피해들이 중첩되어 있었다. 심각한 피해를 보신 분은 괴담처럼 데이터로 되어있더라. '이걸 왜 아무도 영화로 안 만들었지? 라는 생각에 쇼킹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오싹하고 불쾌한 현실의 단면을 파헤치는 박희곤 감독의 '타겟'은 공감 가는 서사로 이뤄져 있다.
영화 '타겟'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타겟'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극 중에서 수현이 범인의 심리를 자극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구조는 다소 무리가 있다. 몸을 날려서 놓쳤던 범인을 잡기 위해서 유인책을 써서 위험에 뛰어들거나 안이하게 집에 머무는 태도가 그렇다. 영화 내내 수현의 태도가 답답하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수현을 연기한 배우 신혜선은 "직접적으로 죽음의 공포가 다가왔을 때, 각성을 한 것 같다"라며 아마 짧은 시간에 이사 가는 대처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만큼 '타겟'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에 우리를 놓이도록 한다.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는 수현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고. 올여름 시장에서 '타겟'의 관객들의 과녁판을 제대로 명중할 수 있을지 기대가 주목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