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인서트》

변요한·김무열 주연 범죄액션물 '보이스'
보이스피싱 실제 사례 담아
영화적 클리셰 있지만 오락성+유익성 갖춰
영화 '보이스'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영화 '보이스'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수요일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보이스피싱은 공감이란 말이야. 보이스피싱은 무식과 무지를 파고드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거지!"

영화 '보이스'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설계자 곽프로(김무열 분)의 극 중 대사다. 지난 15일 개봉한 이 작품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된 전직 형사 서준(변요한 분)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본거지로 쳐들어가 소탕하는 이야기다. 곽프로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 교활하고 야비한 범죄자들의 면면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오락성뿐만 아니라 유익성도 함께 갖췄다. '보이스'가 기존의 다른 범죄영화들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영화 '보이스' 스틸 / 사진제공=CJ ENM
영화 '보이스' 스틸 / 사진제공=CJ ENM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 스팸 문자와 수상한 링크를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해봐야 한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는 이유도 이것.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경솔함을 경고한다. 영화 속 서준의 아내는 재차 확인하고도 7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입금해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만다. 어디로 전화를 해도 보이스피싱 콜센터로 걸리는 '가로채기 앱'이 휴대폰에 깔렸기 때문이다.

영화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얼마나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지도 보여준다. 4~5명으로 이뤄진 한팀은 은행 직원, 금융감독원 직원, 형사, 변호사 등 신분을 가장해 일명 '대본'에 따라 타깃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번갈아 받는다. 이렇게 일하고 있는 이들이 얼핏 봐도 100명은 넘는다. 입금을 완료시키고 목표치를 달성하면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성과금도 지급된다. 범죄에 가담하는 이들이 더 열심히 '회사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비할 수 있는 지식을 알려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개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더 악질적이고 비열한 것은 피해자들에게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런 피해자들을 향해 "자책하지마라"며 다독이고 위로한다.

'보이스'가 무능한 경찰, 독보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주인공, 그런 주인공에게 추풍낙엽처럼 무너지는 상대 등 기존의 범죄액션 영화들처럼 클리셰를 답습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획, 실행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영화에 담긴 범죄 수법들은 금융감독원부터 화이트 해커 등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실제 사례를 활용한 것이다. 영화적 재미와 함께 공공의 유익성을 갖춘 범죄액션 영화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작품이 '보이스'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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