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FF11│오즈 야스지로를 만나다
JIMFF11│오즈 야스지로를 만나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본다는 건, 한 사람의 일생을 만나는 것과 같은 경험이다. 1903년 12월 12일에 태어나 1963년 12월 12일 사망하기 까지, 1927년 데뷔작 부터 1962년 유작 까지, 오즈 야스지로의 55편이라는 적지 않은 영화들은 그의 일생의 기록이다. 오즈의 영화에서 한 편, 한 편은 곧 전작이 되고, 전작은 한 편의 세계를 모두 담는다. 제 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시네마콘서트’에서 라일리 리의 사쿠하치(퉁소와 흡사한 일본 전통악기) 연주와 함께 만나게 되는 무성영화 (1932년), (1933년)은 오즈의 영화 일생으로 치자면 청소년기 작품이다. 최초의 발성영화인 1936년 작 전, 무성영화를 만들던 시절의 오즈는 피어나는 푸른 기운을 숨기지 않는다. 과감한 편집과 카메라 무빙 뿐 아니라 후기 대표작인 나 등에서 보여진 관조와 회한 대신 슬랩스틱과 실없는 농담, 눈물과 격정을 과감히 드러내는 식이다.

이후 오즈 영화의 얼굴이자 페르소나였던 류 치슈가 젊은 조, 단역으로 출연하던 무렵, 무성영화 시절의 대표 아버지의 얼굴은 사카모토 타케시다. , 등에서도 만날 수 있는 사카모토 타케시는 에서는 외아들을 키우는 홀아비 키하치로 등장한다. 마을의 젊은 아가씨에게 마음을 뺏기는 아버지의 설레는 마음과 그 ‘지나가는 마음’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외아들, 부자가 결국 서로의 뺨을 세차게 때리다 와락 부둥켜안는 순간, 필름에 기록되지 못한 울음소리는 관객의 입을 통해 새어져 나올 것이다. 의 형제 중 동생으로, 에서 아들 토미오로 등장하는 아역배우 도칸 고조는 오즈가 그려낸 전후 일본 어린이들에 대한 가장 사실적인 초상이었다. 폐허 속에서 나고 자란, 적당히 철들고 적당히 되바라진 아이. 아버지가 회사 상사 앞에서 비굴하게 쩔쩔매는 모습을 비웃고, 공장에 늦은 아버지를 발로 차거나 급기야 몽둥이를 드는 아이들의 모습. 그것은 어쩌면 잿빛유산만 안겨준 부모들을 꾸짖고 품으면서도 강건히 자라주길 바랬던, 다음 세대에 바치는 오즈 야스지로의 가장 명랑한 전상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글. 백은하 기자 o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