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새 시리즈 '퀸메이커' 4월 14일 공개
김희애 "킬힐 신으려니 나이 때문에 힘들더라"
문소리 "김희애와 첫 호흡, 눈 질끈 감고 다가가"
서이숙 "한국에도 이런 배우들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류수영 "연설 하는 장면, 사람 많을 때 오히려 좋았다"
김희애 "킬힐 신으려니 나이 때문에 힘들더라"
문소리 "김희애와 첫 호흡, 눈 질끈 감고 다가가"
서이숙 "한국에도 이런 배우들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류수영 "연설 하는 장면, 사람 많을 때 오히려 좋았다"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됐다. 선거판의 뜨거운 뒷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퀸메이커'다.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의 파워풀한 워맨스(여성간의 우정)가 기대된다.
11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오진석 감독과 배우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이 참석했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진석 감독은 "'퀸메이커'라는 단어는 저도 이번에 작업하면서 알게 됐다. 영어권 국가에서도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라더라. '킹메이커'라는 단어만 있는 것을 봐도 정치, 암투, 권력은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것이었다는 뜻이 아니겠나. 그런 면에서 우리 작품은 남성 위주였던 권력 세계에서 강렬한 두 여성이 서서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점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두 사람이 어떻게 충돌하고 연대하는지 본다면 드라마로서도 재밌고 가치 있는 작품"라고 소개했다.
이어 "대본에서 황도희가 오경숙에게 질문하는 장면이 있다. 돈, 명예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버하면서 약자를 위해 투쟁하느냐고 한다. 오경숙은 엄청난 철학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듯 '약자를 보호하는 좋은 세상을 만드려고 하는 거다'라고 했다. 울림이 있었다. 지금은 그게 낯설게 들리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했다. 센 캐릭터들의 강렬한 이야기지만 사실 소박한(평범한) 가치를 전달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희애는 전 은성그룹 미래전략기획실 실장이자 현 오경숙 서울 시장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 황도희 역을 맡았다. 김희애는 "전에 이런 이야기를 보며 예전에 남장하고 나오고 싶다고 할 정도로 부러웠는데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이 좋았다. 그 밑바닥에 깔려있는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 영리한 황도희의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야기의 치밀함, 반전도 대본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황도희는 재벌가의 비리를 받아내는 변기통, '황변'으로 조롱받았지만 오너일가의 리스크를 지키는 게 수천 명의 직원을 지키는 거라고 믿었지만, 오너 은씨 일가의 무책임한 태도에 충격을 받고 결국 회사를 관두게 된다. 김희애는 "황도희는 한 대 맞으면 두 대로 갚아주는 인물이다. 오만방자한 은성그룹을 깨부수고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새 목표가 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여러 면모를 황도희와 일치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지 메이커지만 퀸메이커로 가는 황도희의 성장 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모두가 가진 인간의 본성, 욕망을 보는 재미와 묘미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드러난다"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김희애는 단호한 이미지 구축을 위해 흐트러짐 없는 헤어스타일과 킬힐, 채도가 낮은 의상을 선택했다. 김희애는 "저는 주로 운동화를 신고 언제 하이힐을 신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역할이 절대 안 내려온다. 힘들었다. 제가 나이가 좀 있지 않나. 컷 되면 갈아신었는데도 영향이 있더라"며 웃었다. 이어 "은성그룹에서 나와도 절대 내려오지 않는다. 자기를 지키는 갑옷이라고 생각한다. 의상, 컬러 등 디테일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문소리는 18대 서울시의원이자 노동 인권 변호사에서 현재는 무소속 서울 시장 후보가 된 오경숙으로 분했다. 문소리는 "여성 서사 구조가 흥미로웠다. 제 캐릭터야말로 본 적 없는 캐릭터다. 한국에 수많은 드라마가 있었지만 이런 캐릭터가 있었을까 싶었다. '안 되겠다. 내가 해결해야겠다' 책임감마저 드는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또 이런 앙상블을 해보겠나. 여배우들이 많이 모여 '으쌰으쌰' 해볼까 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후 처음인가 싶었다. 그렇게 반갑게 이 시나리오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오경숙은 은성그룹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하자 은성백화점 옥상에서 두 달 넘게 고공 농성을 벌이다 옥상 투신으로 화제를 모은 변호사. 서울 시장 당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대립하던 황도희와 손잡고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도전을 시작한다. 문소리는 "서울 시장 후보고 시의원도 했다고 하지 않나. 여성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며 딱딱한 이미지에 화려한 언변을 떠올릴 수 있지만 저는 자유분방한 사람이 정치인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정하고 출발했다. 기존 정치인에서 롤모델을 찾기보다 이 시나리오 안에서 새로운 정치인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문소리는 극 중 서울 시장 후보가 되면서 헤어스타일을 숏컷으로 자른다. 문소리는 "변호사 시절 정리되지 않은 긴머리를 자른다. 이전에 넷플릭스 '서울대작전'에서 펌을 한 걸 방치했다가 촬영이 이어져서 가만히 뒀더니 머리가 빗자루처럼 됐다. 그 긴 머리를 자르는 신은 메이크오버의 정점이었다. 이 작품을 하며 오랜만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후로 머리를 짧게 잘라봤다. 그러면서 서울 시장 후보로 나가는 사진도 찍었다. 각오가 남다른 장면이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우 감독은 황도희와 오경숙을 얼음과 불의 관계로 그려내려 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우 감독은 "얼음과 불이 떠올랐다. 얼음은 황도희다. 황도희는 어떠한 경우에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 얼음은 부서지더라도 끝까지 녹지 않는 얼음의 이미지를 생각했다. 오경숙은 옳지 않은 걸 대했을 때 물불 안 가리는 불의 에너지를 생각했다. 다만 그 불이 누군가를 태워없애는 게 아니라 주변을 데우는 따스한 이미지를 생각했다. 불과 얼음의 시너지가 모순적이고 어려울 수 있는데, 두 배우가 제 상상 이상으로 잘 표현해줬다. 연출자로서 흥분되는 촬영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김희애와 연기 경험에 대해 문소리는 "선배님과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했다. 한 배를 탔으니 눈 질끈 감고 다가갔다. 반나절 고민하다가 '선배님, 식사 같이 하실래요?' 그러기도 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하나 돼서 잘 나아가야 하는데 고민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선배님의 눈을 보니 극 중 황도희와 오경숙처럼 스르륵 맞춰진 순간이 있구나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김희애는 "문소리 씨 연기 말하고 범접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감독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배우들은 자기 것만 보는데 전체를 보는 눈이 있다. 처음에는 역할 상 대립하고 쌍욕도 한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지 않았겠나 싶다. 제가 단언컨대 오경숙 역할은 문소리 씨가 우리나라에서 최고가 아닐까 한다. 아니다. 전 세계에서 최고다. 오경숙이 자칫 가볍고 코믹스러워보일 수 있어서 밸런스를 유지하지 않으면 가짜가 될 우려가 있다. 역시나 해내더라. 그래서 '문소리 문소리' 하는구나 싶었다. 오경숙을 다른 누가 하는 건 상상이 안 된다. 지구에서, 우주에서 첫 번째다"라고 칭찬했다. 류수영은 국민 아나운서, 그린피플재단 이사장 출신 한국공화당 서울 시장 후보인 백재민을 연기했다. 류수영은 "이야기가 재밌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제가 했던 역할과 다른 면을 봤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성별을 지우고 봤다. 보실 때 '남성 정치인', '여성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 정치인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더 재밌을 거다. 저는 청일점이지만 성별 없이 같이 싸운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2023년인데 남녀 구분하는 건 좀 촌스럽지 않나"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들은 류수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희애는 "극 중에서는 아주 악역인데 선한 이미지이지 않나. 맨날 요리만 한다. 박하선 씨는 무슨 복이냐. 실제로 여리다. 촬영이 늦어지면 나와 있는 게 편할 수도 있는데 집에 있는 아이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단다. 문소리 씨가 '등짝을 때려줄까' 하기도 했나. 섬세한 사람이다. 제 마음속에 가장 핫한 배우다. 류수영의 재발견이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여자들 많은데 남자 혼자 있으면 어렵다고 하지 않다. 오히려 분위기를 주도하고 여러 사람들이 나오는 신이 많았다. 보조 출연, 단역들도 많았다. 100여명씩 있는 신도 많았는데, 그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주도하는 리더십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류수영은 "저는 작품을 찍으면서 이 사람이 변한 걸까, 원래 모습을 찾아가는 걸까 생각을 많이 한다. 백재민이 원래 저런 사람일까, 변해가는 걸까 생각하면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본인의 비도덕적인 면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 많에서 연설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던 류수영은 "드라마를 하다가 연극 무대를 많이 못하면서 여러 사람 앞에 설 기회가 적었다. 현장에 유권자 역할인 분들 중에는 배우 지망생들도 있고 해서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그 분들도 '듣는 맛'이 있도록 준비했다. 일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게 했다. '일하는 맛'이 있어야 한다. 호응을 많이 해주셔서 제가 업될 수 있게 해줬다. 아무도 없을 때보다 오히려 많이 계실 때 연기하기 좋았다"고 전했다.
후보자들이 먹을 만한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요청에 류수영은 "남성 후보자들은 제육볶음돈가스. 여성 후보자들은 맛있지만 많이 먹어도 살 안 찌는 음식이 좋을텐데, 그걸 개발한다면 제가 당선되지 않겠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이숙은 은성그룹 회장 손영심으로 등장한다. 서이숙은 "여성 서사가 흥미로웠고, 한국에도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있다고 자랑도 하고 싶었다.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을 비롯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김희애의 말처럼 대기업 회장, 정치인 등을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이 작품은 여성들이 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된 거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서사나 삶이 배우로서 흥미로웠다. 탄탄하게 잘 이뤄져있었다"고 말했다.
서이숙은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스타일링에도 신경 썼다. 그는 "전 세계가 보는 넷플릭스 시리즈인데 한국에도 이런 배우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가발을 여러 개 써서 스타일링해봤다. 다들 (가발인줄 모르고) 속더라. 의상에 대해서 감독님이 잔소리가 많았다. 현장에서도 작업 점퍼 같은 거 안 입고 자기가 배우인냥 온다. 그만큼 스타일에 예민한 분이다. 같이 의논해서 좋은 스타일이 나왔다"며 웃었다.
배우들은 '퀸메이커'의 재미를 자신했다. 김희애는 "어떻게 평가받을지 겁이 나기도 한다. 마치 연극 무대처럼, 마치 재즈를 연주하듯이. 배우들이 각자 준비해온 연기가 있는데, 어떤 걸 해도 받아줘서 연기자로서 쾌감이 있었다. 열심히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김희애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서이숙은 "배우들의 쫀쫀한 연기를 보는 맛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퀸메이커'는 오는 14일 공개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11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오진석 감독과 배우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이 참석했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진석 감독은 "'퀸메이커'라는 단어는 저도 이번에 작업하면서 알게 됐다. 영어권 국가에서도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라더라. '킹메이커'라는 단어만 있는 것을 봐도 정치, 암투, 권력은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것이었다는 뜻이 아니겠나. 그런 면에서 우리 작품은 남성 위주였던 권력 세계에서 강렬한 두 여성이 서서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점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두 사람이 어떻게 충돌하고 연대하는지 본다면 드라마로서도 재밌고 가치 있는 작품"라고 소개했다.
이어 "대본에서 황도희가 오경숙에게 질문하는 장면이 있다. 돈, 명예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버하면서 약자를 위해 투쟁하느냐고 한다. 오경숙은 엄청난 철학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듯 '약자를 보호하는 좋은 세상을 만드려고 하는 거다'라고 했다. 울림이 있었다. 지금은 그게 낯설게 들리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했다. 센 캐릭터들의 강렬한 이야기지만 사실 소박한(평범한) 가치를 전달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희애는 전 은성그룹 미래전략기획실 실장이자 현 오경숙 서울 시장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 황도희 역을 맡았다. 김희애는 "전에 이런 이야기를 보며 예전에 남장하고 나오고 싶다고 할 정도로 부러웠는데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이 좋았다. 그 밑바닥에 깔려있는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 영리한 황도희의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야기의 치밀함, 반전도 대본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황도희는 재벌가의 비리를 받아내는 변기통, '황변'으로 조롱받았지만 오너일가의 리스크를 지키는 게 수천 명의 직원을 지키는 거라고 믿었지만, 오너 은씨 일가의 무책임한 태도에 충격을 받고 결국 회사를 관두게 된다. 김희애는 "황도희는 한 대 맞으면 두 대로 갚아주는 인물이다. 오만방자한 은성그룹을 깨부수고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새 목표가 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여러 면모를 황도희와 일치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지 메이커지만 퀸메이커로 가는 황도희의 성장 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모두가 가진 인간의 본성, 욕망을 보는 재미와 묘미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드러난다"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김희애는 단호한 이미지 구축을 위해 흐트러짐 없는 헤어스타일과 킬힐, 채도가 낮은 의상을 선택했다. 김희애는 "저는 주로 운동화를 신고 언제 하이힐을 신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역할이 절대 안 내려온다. 힘들었다. 제가 나이가 좀 있지 않나. 컷 되면 갈아신었는데도 영향이 있더라"며 웃었다. 이어 "은성그룹에서 나와도 절대 내려오지 않는다. 자기를 지키는 갑옷이라고 생각한다. 의상, 컬러 등 디테일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문소리는 18대 서울시의원이자 노동 인권 변호사에서 현재는 무소속 서울 시장 후보가 된 오경숙으로 분했다. 문소리는 "여성 서사 구조가 흥미로웠다. 제 캐릭터야말로 본 적 없는 캐릭터다. 한국에 수많은 드라마가 있었지만 이런 캐릭터가 있었을까 싶었다. '안 되겠다. 내가 해결해야겠다' 책임감마저 드는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또 이런 앙상블을 해보겠나. 여배우들이 많이 모여 '으쌰으쌰' 해볼까 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후 처음인가 싶었다. 그렇게 반갑게 이 시나리오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오경숙은 은성그룹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하자 은성백화점 옥상에서 두 달 넘게 고공 농성을 벌이다 옥상 투신으로 화제를 모은 변호사. 서울 시장 당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대립하던 황도희와 손잡고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도전을 시작한다. 문소리는 "서울 시장 후보고 시의원도 했다고 하지 않나. 여성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며 딱딱한 이미지에 화려한 언변을 떠올릴 수 있지만 저는 자유분방한 사람이 정치인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정하고 출발했다. 기존 정치인에서 롤모델을 찾기보다 이 시나리오 안에서 새로운 정치인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문소리는 극 중 서울 시장 후보가 되면서 헤어스타일을 숏컷으로 자른다. 문소리는 "변호사 시절 정리되지 않은 긴머리를 자른다. 이전에 넷플릭스 '서울대작전'에서 펌을 한 걸 방치했다가 촬영이 이어져서 가만히 뒀더니 머리가 빗자루처럼 됐다. 그 긴 머리를 자르는 신은 메이크오버의 정점이었다. 이 작품을 하며 오랜만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후로 머리를 짧게 잘라봤다. 그러면서 서울 시장 후보로 나가는 사진도 찍었다. 각오가 남다른 장면이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우 감독은 황도희와 오경숙을 얼음과 불의 관계로 그려내려 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우 감독은 "얼음과 불이 떠올랐다. 얼음은 황도희다. 황도희는 어떠한 경우에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 얼음은 부서지더라도 끝까지 녹지 않는 얼음의 이미지를 생각했다. 오경숙은 옳지 않은 걸 대했을 때 물불 안 가리는 불의 에너지를 생각했다. 다만 그 불이 누군가를 태워없애는 게 아니라 주변을 데우는 따스한 이미지를 생각했다. 불과 얼음의 시너지가 모순적이고 어려울 수 있는데, 두 배우가 제 상상 이상으로 잘 표현해줬다. 연출자로서 흥분되는 촬영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김희애와 연기 경험에 대해 문소리는 "선배님과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했다. 한 배를 탔으니 눈 질끈 감고 다가갔다. 반나절 고민하다가 '선배님, 식사 같이 하실래요?' 그러기도 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하나 돼서 잘 나아가야 하는데 고민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선배님의 눈을 보니 극 중 황도희와 오경숙처럼 스르륵 맞춰진 순간이 있구나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김희애는 "문소리 씨 연기 말하고 범접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감독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배우들은 자기 것만 보는데 전체를 보는 눈이 있다. 처음에는 역할 상 대립하고 쌍욕도 한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지 않았겠나 싶다. 제가 단언컨대 오경숙 역할은 문소리 씨가 우리나라에서 최고가 아닐까 한다. 아니다. 전 세계에서 최고다. 오경숙이 자칫 가볍고 코믹스러워보일 수 있어서 밸런스를 유지하지 않으면 가짜가 될 우려가 있다. 역시나 해내더라. 그래서 '문소리 문소리' 하는구나 싶었다. 오경숙을 다른 누가 하는 건 상상이 안 된다. 지구에서, 우주에서 첫 번째다"라고 칭찬했다. 류수영은 국민 아나운서, 그린피플재단 이사장 출신 한국공화당 서울 시장 후보인 백재민을 연기했다. 류수영은 "이야기가 재밌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제가 했던 역할과 다른 면을 봤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성별을 지우고 봤다. 보실 때 '남성 정치인', '여성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 정치인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더 재밌을 거다. 저는 청일점이지만 성별 없이 같이 싸운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2023년인데 남녀 구분하는 건 좀 촌스럽지 않나"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들은 류수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희애는 "극 중에서는 아주 악역인데 선한 이미지이지 않나. 맨날 요리만 한다. 박하선 씨는 무슨 복이냐. 실제로 여리다. 촬영이 늦어지면 나와 있는 게 편할 수도 있는데 집에 있는 아이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단다. 문소리 씨가 '등짝을 때려줄까' 하기도 했나. 섬세한 사람이다. 제 마음속에 가장 핫한 배우다. 류수영의 재발견이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여자들 많은데 남자 혼자 있으면 어렵다고 하지 않다. 오히려 분위기를 주도하고 여러 사람들이 나오는 신이 많았다. 보조 출연, 단역들도 많았다. 100여명씩 있는 신도 많았는데, 그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주도하는 리더십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류수영은 "저는 작품을 찍으면서 이 사람이 변한 걸까, 원래 모습을 찾아가는 걸까 생각을 많이 한다. 백재민이 원래 저런 사람일까, 변해가는 걸까 생각하면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본인의 비도덕적인 면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 많에서 연설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던 류수영은 "드라마를 하다가 연극 무대를 많이 못하면서 여러 사람 앞에 설 기회가 적었다. 현장에 유권자 역할인 분들 중에는 배우 지망생들도 있고 해서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그 분들도 '듣는 맛'이 있도록 준비했다. 일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게 했다. '일하는 맛'이 있어야 한다. 호응을 많이 해주셔서 제가 업될 수 있게 해줬다. 아무도 없을 때보다 오히려 많이 계실 때 연기하기 좋았다"고 전했다.
후보자들이 먹을 만한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요청에 류수영은 "남성 후보자들은 제육볶음돈가스. 여성 후보자들은 맛있지만 많이 먹어도 살 안 찌는 음식이 좋을텐데, 그걸 개발한다면 제가 당선되지 않겠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이숙은 은성그룹 회장 손영심으로 등장한다. 서이숙은 "여성 서사가 흥미로웠고, 한국에도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있다고 자랑도 하고 싶었다.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을 비롯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김희애의 말처럼 대기업 회장, 정치인 등을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이 작품은 여성들이 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된 거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서사나 삶이 배우로서 흥미로웠다. 탄탄하게 잘 이뤄져있었다"고 말했다.
서이숙은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스타일링에도 신경 썼다. 그는 "전 세계가 보는 넷플릭스 시리즈인데 한국에도 이런 배우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가발을 여러 개 써서 스타일링해봤다. 다들 (가발인줄 모르고) 속더라. 의상에 대해서 감독님이 잔소리가 많았다. 현장에서도 작업 점퍼 같은 거 안 입고 자기가 배우인냥 온다. 그만큼 스타일에 예민한 분이다. 같이 의논해서 좋은 스타일이 나왔다"며 웃었다.
배우들은 '퀸메이커'의 재미를 자신했다. 김희애는 "어떻게 평가받을지 겁이 나기도 한다. 마치 연극 무대처럼, 마치 재즈를 연주하듯이. 배우들이 각자 준비해온 연기가 있는데, 어떤 걸 해도 받아줘서 연기자로서 쾌감이 있었다. 열심히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김희애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서이숙은 "배우들의 쫀쫀한 연기를 보는 맛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퀸메이커'는 오는 14일 공개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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