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콘서트>, 개그의 세계는 냉정하다
, 개그의 세계는 냉정하다" /> 일 KBS2 밤 9시 5분
아직도 코너의 매력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개그의 ‘달인’이 틀림없는 김병만이 말했다. “‘1박 2일’은 이틀 찍어서 한 시간 (방송) 나가지만 은 2시간 녹화해서 80분 나갑니다.” 그러나 는 2시간의 녹화를 위해 일주일 내내 고민과 회의와 연습을 거듭하는 방송이다. 그 덕분에 의 몇몇 코너들은 아직도 유효한 웃음을 유발시킨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참신한 바탕 위에 뛰어난 관찰력으로 완성된 개인기를 부려놓는 ‘슈퍼스타 KBS’는 특히 신인들의 시험무대로써의 유연성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되는 코너다. 그리고 스타 연기자 없이 꾸려진 ‘시간여행’은 코너가 시작 된 지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특한 맥거핀 구조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선생 김봉투’는 최근 여장개그로 노선 변경을 노리고 있는 유민상의 투입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이 코너들의 선전은 허안나, 정태호, 허민 등 신인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고무적이다. 물론 아쉬운 순간들도 있다. 예컨대 ‘짐승들’과 ‘상상형제’는 과거의 몇몇 코너들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재탕의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에서 황현희의 자기복제나 오지헌의 판박이 같은 ‘봉숭아 학당’의 신입생 송영길의 역할도 실망스럽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으나 레퍼런스에 잠식당해서는 웃음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이 냉정한 개그의 세계다. 항상 억지와 능청으로 일관하는 것 같지만 매번 캐릭터의 포인트를 조금씩 달리하는 박영진의 성공률이 높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모범답안을 베껴 쓰는 것보다는 한계를 돌파하는 과감한 발상이 때로는 힘을 갖는 법이다. 남성우월자의 독설로 여성들을 웃게 하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 아닌가.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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