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를 영원처럼, <지붕킥>의 마지막 인사
의 마지막 인사" /> 마지막회 MBC 금 오후 7시 45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세경의 말과 함께 지훈은 세경을 돌아봤다. 그리고 흑백 화면과 함께 정말 모든 것이 정지했다. 차 안의 음악도, 그토록 익숙했던 엔딩곡 김조한의 ‘You are my girl’도 흘러나오지 않는 정적과 함께. 과연 그들에게 죽음을 안긴 교통사고가 그 후 몇 초, 혹은 몇 분 후에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순간에는 마음에 담아뒀던 사랑을 에두르지 않고 표현한 세경의 애틋한 심정과 미안함과 자신도 모를 감정에 흔들리는 지훈의 눈빛만이 차 안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세경의 바람이 정말 이뤄진 것 같은 마법 같은 경험. 방영 이전에도 그랬고, 방영 이후에는 더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의 결말을 새드 엔딩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슬프지 않은 엔딩이라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엔딩으로 볼 수 있는지 주저하게 된다. 물론 그 둘은 죽었고, 또한 정음과 준혁의 회한처럼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이 과거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죽음 자체도, 그것의 개연성도 아니다. 죽음은 삶이란 연속선의 끝이지만, 그 선을 이루는 건 결국 찰나의 순간들이다. 김병욱 감독의 전작 SBS 에서의 정수의 죽음과 그 후 1년 뒤를 보여준 엔딩이 시트콤의 세계 역시 죽음이라는 사건을 피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면, 의 마지막은 그 필연적 순간을 극복하는 것은, 오직 찰나를 영원처럼 살 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그리고 시트콤은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니다. 오직, 순간만이 빛날 뿐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