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골든벨> KBS2 토 저녁 5시 15분
샤이니 멤버 4명, 카라 멤버 전원, 소녀시대 멤버 4명, 2PM 멤버 4명, 2AM 멤버 1명. KBS <스타 골든벨> ‘아이돌 특집’에 출연한 아이돌은 총 18명이었다.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이 정도 인원의 아이돌이 출연하여 자유롭고 편안하게 토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스타 골든벨> 뿐이다. 15일의 ‘아이돌 특집’에서는 그간 인터넷 상에서 캡쳐로만 떠돌았던 아이돌 비교 버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숙소에 커다란 냉장고 두 개와 축구를 해도 될 만 한 거실이 있다는 소녀시대와 달리, 딱히 자랑거리가 없다는 카라는 ‘생계ㆍ방목형 아이돌’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고, 끊임없이 예능에 욕심내며 으르렁거리는 2PM과, 해사하게 웃으며 엉뚱한 말들을 던지는 샤이니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번 ‘아이돌 특집’은, 비록 자기소개와 개인기 한 두개만 보여주게 되더라도 <스타 골든벨>이 꾸준히 아이돌의 자리를 마련해두었던 것에 대한 보답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타 골든벨>의 터줏대감 김제동은, 언젠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스타 골든벨>에 대해 ‘고만고만하지만 그래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그 말대로 <스타 골든벨>은 타 방송사들이 끊임없이 동시간대 편성을 바꾸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도토리 키재기라고 하더라도, 이 ‘아슬아슬한 1위’는 <스타 골든벨>이 연예인들의 퀴즈쇼에서 아나운서와의 연예인들의 대결의 장으로, 짧지만 신인들이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무대로,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연예인들이 간단한 퀴즈를 풀며 토크를 나눌 수 있는 단체 토크쇼로 조금씩 변화해가면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만들어준 힘이다. <스타골든벨>은 무리해서 예능의 대세를 따르려고 하기보다, 꾸준하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변화해왔다. 단 하나, 누가 올라오더라도 쉽게 풀 수 없는 골든벨 문제만은 남겨두고 말이다.
글 윤이나

<탐나는도다> MBC 토-일 저녁 8시
주말 저녁 8시에 <탐나는도다>를 편성한 것은 MBC의 모험, 혹은 정말로 ‘버리는 카드’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첫 주 한 자리 시청률을 기록해 방송사와 제작사 측이 울상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이런 모험이라면 썩 괜찮은 경험일 듯하다. 무엇보다 드라마로 제작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요소들을 그대로 끌고 가면서도 그것을 작품의 장점으로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은 1년 이상의 사전제작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일이다. 제주도라는 변방의 무대는 장면마다 공을 들인 색감과 영상을 통해 살아나고, 밤의 모래사장과 바닷 속은 CG를 통해 동화적인 판타지를 그려내며, 서우와 임주환은 물론 ‘금발 푸른 눈의 사나이’ 윌리엄 역의 황찬빈은 브라운관에서 낯선 얼굴의 신인임에도 캐릭터를 제대로 연기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당대 조선과 제주도의 문화가 있다. 버진(서우)은 감을 빻아 천을 염색해 윌리엄에게 줄 갈옷을 만들고, 박규(임주환)는 버진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진상패 하나에 울고 웃으며, 해녀들의 대장 격인 대상군(김미경)은 거친 제주도 사투리 속에서도 현명한 리더로서의 모범을 보인다. 그래서 <탐나는도다>는 단순히 아무 것도 모르는 섬처녀의 좌충우돌 삼각관계 로맨스를 넘어 ‘전통’과 ‘문화’라는 요소가 드라마와 만났을 때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러니 영국 청년 윌리엄이 어떻게 며칠 만에 버진과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한국말에 유창해졌는가 따위 옥의 티는 슬쩍 눈감아주고 싶을 정도다.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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