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협/ 사진 제공=F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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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슈팅스타》
김지원 텐아시아 가요팀 기자가 '슈팅스타'처럼 톡톡 튀고 시원하게 가요계를 맛보여드립니다.

데뷔를 앞둔 신인을 위해 10년 차 소속사 식구를 들러리로 삼았다. 웹드라마부터 조연까지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온 이승협과 달리, 하유준은 데뷔부터 주연으로 올라선다. 이승협을 뒤에 세운 채 말이다.

FNC엔터테인먼트의 새 밴드 멤버 하유준은 SBS 드라마 주연으로 대중 앞에 선다. FNC는 내년 신인 밴드 AxMxP를 선보일 예정이다. 보컬 멤버인 하유준은 SBS 드라마 '사계의 봄' 주연으로 발탁됐다. 주인공 사계 역을 맡은 그는 인기 밴드의 보컬 겸 기타 멤버로, 갑작스러운 사고 후 한주대에 들어가 김봄(박지후)과 얽히기 시작한다.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이 주연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은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씨엔블루 정용화가 걸어온 길과 비슷하다. 정용화는 지난 2009년 10월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로 데뷔했다. 드라마가 종영하고 두 달 정도 지난 2010년 1월에는 밴드 씨엔블루의 멤버로서 대중 앞에 섰다. '미남이시네요'는 시청률 10.9%를 찍으며 흥행했고, 정용화는 드라마에서 얻은 인지도와 인기를 등에 업고 활동에 나섰다.
이승협/ 사진 제공=FNC
이승협/ 사진 제공=FNC
하유준이 출연하는 드라마에는 소속사 선배 엔플라잉 이승협도 출연한다. 이승협은 지난 2015년 밴드 엔플라잉으로 데뷔해 했다. 프런트맨으로 활동했지만 밴드씬 외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웹드라마부터 시작해 TV 드라마 조연으로 차근차근 나아갔다. 2021년 JTBC '알고있지만,', 2022년 tvN '별똥별'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올해 tvN '선재 업고 튀어'에서 백인혁 역을 맡으면서 비로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먼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고 음악 활동에 나서는 방법은 전략적이다. 실제로 정용화 사례로 효과가 증명됐다. 이를 경험한 FNC가 오랜만에 야심 차게 내놓는 신인 밴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직 이승협도 주인공 자리를 못 꿰찼는데 연기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신인이 먼저 주연으로 발탁됐다는 점이다. 사계 역은 엔플라잉의 프런트맨인 이승협도 충분히 잘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었을 것이다. 10년간 함께해온 이승협에 대한 예의는 없었다. 지난 21일 진행된 '2024 SBS 연기대상' 무대에도 이승협이 아닌 하유준이 프런트맨으로 섰다. 드라마 설정을 반영한 것이겠지만, 신인 밀어주기에 집중하느라 먼저 데뷔한 아티스트 뒷전인 모양새가 됐다. 신인인 하유준에게도 도움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 이런 배경 탓에 조금이라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더 날 선 반응이 돌아올 수 있어서다. 다소 부담스러운 자리가 됐다.
사진='2024 SBS 연예대상' 갈무리
사진='2024 SBS 연예대상' 갈무리
이름도 들어본 적 없고, 얼굴도 본 적 없는 신인이 소속사의 힘을 빌려 주연부터 시작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근래 들어 아이돌 그룹이든, 밴드든 서사와 메시지가 중요한 요소가 됐다. 곡을 통해 공감을 사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이들이 걸어온 길이 그 기반이 된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밴드 데이식스도 작은 공연장에서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을 달려와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이들이 성장하며 쌓은 서사는 곡에 힘을 실었다. 반면 AxMxP 멤버는 데뷔도 전에 너무 쉽게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면서 서사를 쌓을 기회를 하나 놓쳤다.

드라마가 흥행하더라도 마냥 꽃길이 열리진 않을 전망이다. 특정 멤버만 인지도가 높을 경우 그룹 전체가 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먼저 얼굴을 알린 하유준으로 인해 다른 멤버들이 가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라는 국민 밴드를 배출한 FNC다. 밴드 명가로 이름을 떨친 기획사에서 오랜만에 내는 밴드라는 점에서 이미 화제성이 높았다. 올해 시작된 밴드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미남이시네요'가 흥했던 과거와 달리 TV 드라마 시청률은 점점 낮아만 진다. 흐름과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 올드한 전략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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