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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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이고 충동적이에요. 회사에서 '이거 왜 하냐' 할 때도 있어요. 제가 재밌고 신선하다고 느끼는 걸 선택합니다. 충동적으로 끌리는 편이죠. 개런티 같은 것보다 작품의 재미를 따라가요. 기준은 없어요. '보고타'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한인 상인들이 속옷 밀수하는 소재라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이희준이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보고타')을 선택한 건 이같은 이유였다. '보고타'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네 가족이 현지 한인 사회에 적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희준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이자 통관 브로커 수영 역을 맡았다.
송중기 불편했던 이희준…"나는 프레디 머큐리·송중기는 톰 크루즈"('보고타') [TEN인터뷰]
수영은 대기업 주재원으로 보고타에 갔다가 IMF로 문을 닫자 현지에 눌러앉았다. 보고타에 폼 나는 쇼핑몰을 세우겠다는 야심 찬 꿈이 있다. 이희준은 짙은 콧수염, 구릿빛 피부로 캐릭터의 야망가적 면모와 현지화된 모습을 표현했다. 이희준이 의도한 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였지만 완성된 모습은 프레디 머큐리에 더 가까웠다. 이희준은 "브래드 피트 같은 느낌이고 싶었다. 민소매를 입고 반바지도 엉덩이가 타이트하게 입었다. 현장에선 거의 프레디 머큐리라고 불렀다"라며 웃었다. 또한 "콧수염은 밀도가 높지 않나. 그때는 몰랐다. 좀 밀도를 줄였어야 했나 싶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영화 속 자신의 모습을 언급했다.

"저는 테스트할 때 어색하다고 생각했지만 감독님, 스태프들이 다 좋다고 해서 했어요. 제 실제 콧수염과 비교해보면 밀도가 높은 편이라, 다시 한다면 밀도를 낮출 것 같아요. 하하. 많은 콜롬비아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수염을 기르는 편이더라고요. 멀끔하게 보이는 것보다 현지에 적응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아요."

이희준은 찰영차 간 콜롬비아에서 살사댄스 학원을 다니며 현지 분위기도 익히고 여가 시간을 알뜰히 보냈다. 그는 "살사댄스 학원은 (누가 제안한 게 아니라) 제가 먼저 갔다"라며 웃었다.

"제가 워낙 자기계발 중독이에요. 친한 사람들은 '다 계발됐으니 그만 계발하라'고 해요. 하하하. 서울에서도 촬영 쉬는 날에 꼭 등산하거나 복싱하거나 새로운 걸 하려는 편이에요. 그래야 깨어있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콜롬비아에서 휴차 날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다들 거기서 살사를 많이 추니까 궁금해서 가봤어요. 재밌었어요."
이희준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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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은 이번 영화에서 송중기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희준은 송중기의 책임감 있고 리더다운 면모를 칭찬했다. 외국 단역까지 챙기는 송중기에 대해 이희준은 "오지랖이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저는 중기 배우가 톰 크루즈 같더라. 영화 전체를 책임지고 끌고 가려고 한다. 톰 크루즈가 그런 이미지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극 중 수영은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해내는 국희를 눈여겨보고 자신보다 어린 국희를 '동생'처럼 챙긴다. 그렇게 국희를 포섭하면서도, 국희가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인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되자 경계하기도 한다. 이희준은 "국희가 커졌을 때 어떤 게 기분 나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고도 털어놓으며 송중기가 불편하게 느껴졌떤 이유를 밝혔다.

"1년 반~3년 정도 그런 생각을 지나치게 계속했더니 영화가 다 끝나고 중기와 술자리를 하는데 엄청 불편했어요. 주위에 다른 동료도 '중기한테 뭐 있어?'라고 묻더라고요. 하하. 극 중에서 '죽여버린다' 할 때도 가짜로 되는 건 아니라서 '죽여버리고 싶다'는 정도의 마음을 많이 상상하는 편이에요. 중기한테는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어요. 전혀 모를 거예요. 이제는 중기가 많이 편해졌어요. 하하. 제가 배역에서 못 벗어나는 걸 수도 있다. 내가 하는 배우 작업의 부작용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희준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이희준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이같은 고충도 있지만 이희준은 "이거보다 재밌는 게 없어서 걱정"이라고 할 만큼 연기에 대한 애정이 컸다. 그는 연기를 "진지하게 하기도 하지만 늘 놀이 같다.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배역이 안 들어오거나 일을 안 하고 있을 때 공허함이 커요. 일중독이에요. 안 할 때는 허무해요. 그러니까 운동도 하고 복싱도 배우고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걸 하려는 거예요. 경주마가 뛰어야 하는데 '풀밭에서 좀 쉬어' 그러니까 못 뛰는 것 같은 강박이 있어요. 자꾸 새로운 걸 찾으려고도 하지만 연기만큼 재밌고 흥분되는 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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