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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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시즌 1에 나왔던 배우(유아인)이 워낙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잖아요. 새로운 배우에게 그걸 흉내 내라고 하긴 힘들었습니다. 원작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관객에게 어떤 식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29일 연상호 감독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 관련 인터뷰를 진행, 주연 배우가 유아인에서 김성철로 교체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옥' 시즌2는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시즌1(2021)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지옥2'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 시즌2는 지난 27일 한국, 싱가포르, 베트남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홍콩,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등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다.

눈에 띄는 점은 주연 배우의 교체다. 주인공 정진수를 연기했던 유아인이 마약 혐의로 물의를 빚게 되면서 김성철 배우가 합류하게 됐다. 연상호 감독은 유아인을 시즌1에 나왔던 배우라고 표현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만화책 속 정진수가 있지만 대중들이 정진수란 인물로 인식하는 건 시즌1의 정진수다. (유아인이)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많이 발휘해서 연기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새로운 배우에게 그걸 흉내 내라고 하긴 힘들었다. 김성철 배우는 원작에서 시작하겠다고 하더라. 저는 관객에게 어떤 식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줄 것인가에 고민했다. 처음부터 얼굴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실루엣부터 시작해서 클로즈업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철 배우가 정진수 역을 맡는 것에 대해 걱정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연 감독은 "제일 걱정됐던 부분은 김성철이라는 가능성이 많은 배우에게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였다"라며 "사실 배우로서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다. 결과론적인 성공이라기보다는 원작 정진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몰입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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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문근영에 대한 애정을 내비치기도. 문근영은 광신도 집단 화살촉의 핵심 인물인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 역을 맡아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았다. 연 감독은 "예전부터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라며 "(문근영 배우가) 개인적으로 병(급성구획증후군)때문에 아픔도 있었고, 본인이 가진 이미지도 있었다. 상당히 내적으로 다져진 느낌을 받았다. 그런 걸 가장 강하게 느낀 건 드라마 '기억의 해각'(2021)을 보고 나서다.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도했다. 자기가 갇혀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배우로서의 의지가 많이 보여졌다. 그런 문근영에게 감동했다"라고 전했다.

오지원 캐릭터가 부활할 가능성에 대해 묻자 연 감독은 "캐릭터가 부활하기보다 문근영이라는 배우가 부활하기를 바랐다"라며 "배우로서 잘 활동했으면 좋겠다. 문근영 배우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걸 예상 했냐고 묻는다면, 저는 사랑받길 바랐다. 다들 '지옥2' 완성된 버전을 보고 문근영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나. 배우로서의 태도나 에너지가 이제 뭔가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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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가 시즌1에 이어 많은 관심을 받은 만큼 자연스레 시즌3에 눈길이 쏠렸다. 지옥' 시리즈 세계관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연상호 감독은 "이루어지기 힘든 바람이지만, '건담'처럼 됐으면 좋겠다"며 "건담도 제가 인정하는 세계관과 아닌 세계관이 있다. 들쭉날쭉한 세계관이 있는데 저는 모두 건담의 세계관으로 받아들인다. 파생될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 인상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저는 그 모든 것들을 캐릭터의 일부분이라고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시즌1에서 궁금증을 유발했던 것들이 시즌2에서 해결되지 않았다. 시즌 3에서는 떡밥들이 회수되냐고 묻자 연 감독은 "시즌3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라며 "코스믹 호러와 같은 장르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압도적인 세계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이 원천이고 특성이다. 많은 분이 왜 설명해 주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설렘일 수 도 있고 화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즌2를 구상할 때 궁금증이 거대해지길 원했지, 축소되길 바라지 않았다. 시즌3도 거대한 궁금증이 더 거대해질 것"이라며 "궁금증이 사그라지게 드는 건 되게 간단하다. 예를 들어 이 모든 건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거다. 사실 그런 건 도움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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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감독은 주로 암울하고 어두운 세계를 그린 디스토피아물을 주로 해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그는 " 휴머니즘에 대한 동경 같은 거라 생각한다. 요즘에는 제가 책을 많이 안 보는데 어렸을 때는 문학 소년이었다. 빛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건 어둠이다. 제 옛날 작품도 시니컬하긴 하지만 휴머니즘이 강한 작품이다. 그런 작품들을 좋아한다. 인간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어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연 감독의 독보적인 세계관은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이에 연 감독은 "호불호보다는 여전히 들끓는다는 표현이 좋다"라며 "이 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꿨을 때는 일종의 작가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가 뭔지도 모르고 멋있어 보여서 그랬다. 제가 꿈꿨던 작가는 지금 제가 처한 상황과 거의 유사하다. 늘 작품을 내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간다. 좋은 평가일 수도 있고 나쁜 평가 일수 있다. 저는 칭송을 받으면 불안할 것 같다. 살아있는 느낌이 안 들 것 같다. 여전히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건 행복한 일이다"라며 평가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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