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 B급 감성 코미디 '핸섬가이즈' 주인공
"이런 작품 제안 받으면 신나"
"이성민은 태닝 자국, 나는 부항 자국"
"21살 내가 46살 지금의 나 본다면 '멋있다' 할 것"
이희준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이희준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저도 제 잘생긴 외모가 걱정돼서 어려웠어요. 하하하."

픽픽 터지는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로 돌아온 이희준은 연신 넉살 좋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핸섬가이즈'는 추남 재필(이성민 분)과 상구(이희준 분)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희준은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세심하고 다정한 상구 역을 맡았다.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들에 이희준은 슬랩스틱 코미디 연기를 펼친다.

"배우로서 이런 작품을 받으면 너무 신나요. 악역을 많이 했고 지금도 악역 제안이 많은데, 이런 제안이 올 때 신나죠. 이전에 이런 연기를 보여준 적 없는데 (맡겨주시니) 감사하고 감동이에요. 감독님이 자칫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B급 감성을 국내 관객에 맞게 적절히 재밌게 잘 녹여준 것 같아요. 할리우드 B급 영화 보면 더 과해요. 야한 것도, 불쾌한 것도 많은데, 그런 것들을 보기 편하게 만들어준 건 감독님 능력 같아요."
'핸섬가이즈' 스틸. / 사진제공=NEW, 하이브미디어코프
'핸섬가이즈' 스틸. / 사진제공=NEW, 하이브미디어코프
극 중 재필과 상구는 사람들을 소름끼치게 할 정도의 추남이라는 설정이다. 극 중 상구는 큰 덩치를 그대로 드러내는 의상과 장발 등 파격적 비주얼로 눈길을 끈다. 이희준은 "이성민 선배와 20년 가까이 연극을 같이 오래 했다. 분장에 대한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배님이 태닝 자국, 꽁지머리를 하길래 나는 부항 자국 아이디어를 내면서 혼자만의 경쟁을 했다. 선배님이 자꾸 뭘 하길래 저도 생각한 거다"며 웃었다.

"현장에서 항상 저나 선배님, 감독님은 '더 재밌는 거 없나요?' 그랬어요. 오케이 돼도 무조건 3가지 버전은 찍은 것 같아요. 하하."
이희준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이희준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이희준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이성민을 향한 믿음과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희준은 "선배님과 연극을 오래 했다. 어릴 때 제 모습도 잘 아신다. 이젠 척 하면 척이다"고 말했다. 또한 "20대 후반, 30대 초반 선배님과 공연하던 내 모습, 15~16년 전 이희준 연기는 내가 생각해도 답답하다. 그런데 선배님은 예쁘게 봐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선배님들과 같이 공연하면서 영화, 드라마를 시작하게 됐다. 선배님들이 친한 감독님들한테 공연 보러 오라고 하고 잘하는 후배들 많다고 소개해줬다. 나도 그렇게 '부당거래'도 하게 되고 KBS 드라마 스페셜도 하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공연에선 선배님과 코미디도 많이 했는데 영화에서 처음이네요.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감사하고 신나요. 연극할 때부터 존경했던 이성민 선배님과 같이 영화 한다는 게 실감 안 날 정도로 행복한 일입니다. 이성민 선배님이 후배들을 불편하게 하는 캐릭터도 아니고, 저도 워낙 선배들한테 잘 하는 캐릭터에요. 하하."
이희준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이희준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이제는 그런 대선배와 투톱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배우가 된 이희준. 그는 "그저께 운전하다 든 생각이 있다"며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바쁘고 피곤해서 짜증이 올라오다가 번뜩 떠오른 게, 21살 연극한다고 학교도 포기하고 부모님 반대에도 상경해서 고시원 살며 대학로 돌아다니던 그때의 내가, 46살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갑자기 뭉클해졌어요. '너무 잘하고 있고 멋있다'고 할 것 같아요."

이희준은 현재 연극 '꽃, 별이 지나'를 공연하고 있다. 이 연극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창단 20주년 기념 작품으로, 2022년 '사랑의 형태'라는 이름으로 공연된 작품을 새롭게 각색했다. 이희준은 "공연은 저한테 놀이터다. 영화, 드라마도 놀이터로 삼으려 애쓰지만 일이기도 하다. 연극은 내게 일이라는 부분이 거의 사라진, 99% 놀이"라며 연극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15년 전에는 관객이 '너밖에 안 보였다' 그러면 그게 좋은 건줄 알았어요. 마치 경쟁하듯이요. 그런데 시간이 자나면서 '함께 2개월을 연습했는데 공연은 안 보이고 나만 보인다고?'라고 생각하니 같이 한 사람들한테 미안해졌어요. 나만 보이면 이 공연은 무너지고 실패한 거니까. 그런 깨달음을 얻은 어느 날 충격이었어요. 그때부터 상대가 어떻게 연기하든 잘 받아주는 연기를 하려고 애썼어요. 서로 아이디어 내고 서로 연기를 잘 받아주고 해야 공연 전체가 재밌어져요. 공연할 때 그런 태도를 다시 갖게 돼요.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줘요. 영화 하다 보면 연극처럼 상대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어떻게 배려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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