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6월 5일 개봉
죽은 사람과 통화 가능케 해주는 서비스가 소재
수지-박보검, 커플로 첫 연기 호흡
실제 부부 탕웨이-김태용 감독, '만추' 이후 2번째 작업
박보검, 수지. /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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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박보검이 연인으로 첫 연기 호흡을 맞췄고, 김태용 감독이 아내 탕웨이와 10여년 만에 감독-연기자로 재회했다. 영화 '원더랜드'를 통해서다. 이 영화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로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감정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원더랜드'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태용 감독과 배우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이 참석했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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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서비스이다. 떠날 사람이나 떠난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생각했다. 바이리라는 캐릭터는 본인이 계속 살아간다면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인공지능이 우리와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가 이뤄진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조금 떠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이별하고 내가 가진 그리움을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와 어떻게 나눌까, 어떻게 헤어질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이 세계가 가진 유한함이 있다.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원더랜드 세계가) 영원하다고 생각하면 영원할 수도 있는 세계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행동, 감정 패턴을 이어가는 게 우리가 사는 세계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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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는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엄마 바이리 역을 맡았다. '만추', '헤어질 결심' 등 한국 영화 작업을 해온 탕웨이는 "저는 행운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계에 들어와서 일할 수 있게 된 자체가 행운이다"며 "이렇게 잘생기고 예쁜 분들과 함께 작업했다는 것도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공유와 연기 호흡을 맞춘 "영화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공유 씨가 했던 역할, 그 분도 AI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저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궁금할 것 같다. 저도 궁금해서 감독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계속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달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실제로 부부인 탕웨이와 김 감독은 '만추' 이후 두 번째 영화 작업이다. 김 감독은 "오랜만에 저도 탕웨이와 작업했다. '만추' 이후 한참 지났다. 10여년이라는 시간이, 이 배우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다른 좋은 영화들을 하면서 가져온 에너지가 어떤지, 일상에서 만나던 사람과 촬영장에서 만난 사람이 또 다르더라. 연출자로서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도 몰두해 있는 배우이다. 촬영장에 있다가 집에 있다가, 일과 일상이 구별되지 않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탕웨이는 남편인 김 감독에 대해 "변한 건 몸무게"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변하지 않은 건 인내심이다. 뭔가를 계속 찾아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분"이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엄마이자 딸인 탕웨이. 극 중에서도 엄마로서 모습, 딸로서 모습이 모두 그려진다. 실제 모습을 반영하려고 했냐는 물음에 김 감독은 "탕웨이가 극 중 고고학자인 것처럼 (실제로) 용감하다"고 답했다. 이어 "탕웨이가 어린 딸이자 책임감을 가진 엄마의 극과 극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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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는 의식불명인 남자친구를 원더랜드에서 복원한 항공사 승무원 정인을 연기했다. 박보검은 의식불명에서 깨어난 후 다시 마주하게 된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운 정인의 남자친구 태주로 분했다. 두 사람이 연인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건 이번 영화가 처음이다.

박보검은 "즐거운 작업이었다. 정인과 태주가 어떤 서사가 있었을까, 서로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왔을까, 태주가 정인을 예뻐하는 걸 어떻게 그려낼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수지와) 서로 사진을 많이 찍어줬다. 극 중 보이지 않은 이야기, 둘의 청춘, 서로 사랑했던 이야기를 사진으로 많이 담으려 했다.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셋이서 얘기하면서 서사를 메워나갔다"고 밝혔다. 원더랜드와 같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지 않겠나 상상만 해왔던 이야기다.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개봉하는 게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수지는 "(박)보검 오빠와 하면서 좋은 추억이 많다. 오랜 연인, 친구 같은 연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소품 사진 촬영도 많이 하고 리딩도 많이 하고 영상도 많이 남겼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연인 호흡이 잘 만들어졌다"고 회상했다. 박보검은 "원더랜드 신청서가 수지 씨가 직접 작성해준 버전이 있다. SNS에 올려줬다"며 웃었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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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는 원더랜드 서비스의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수석 플래너 해리로 출연했다. 극 중 머리를 짧게 자른 정유미는 "분장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제가 이 일을 하며 숏컷으로 하고 영화를 찍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그런 모습이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역할에 더 동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우식은 의뢰받은 서비스에서 뜻하지 않게 가족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 신입 플래너 현수로 등장한다. 최우식과 정유미는 예능 등 여러 방송을 함께하며 절친한 사이. 최우식은 "누나와 너무 친해서 쑥스러웠는데, 친해서 누구보다 더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친구와 작업하는 게 이런 거구나 시너지가 날 수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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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원더랜드 서비스가 있다면 신청하겠냐는 물음에 배우들 대부분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유미 "요즘 좀 고민해보게 됐다"며 망설여지는 마음을 드러냈다. 최우식도 "처음에는 보고 싶은 동물,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제가 원더랜드로 가는 건 괜찮은데, 남아서 보는 것 못 볼 것 같다. 저는 안 하겠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저도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여러 생각을 단계적으로 했다. 원더랜드에서 내가 뭔가를 실현할 수 있다면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나 외할머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정으로 내가 리얼한 사람을 안을 수 있고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내가 원더랜드에 들어가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보검도 "내가 그리운 사람을 AI로 복원시켜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해리처럼 원더랜드 서비스를 건강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푹 빠져서 휴대폰을 못 넣을 것 같다. 원더랜드 서비스는 신청하고 싶지만 신청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반면 수지는 "저는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인이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저는 오히려 '내가 원더랜드 속 사람이 된다면?'을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는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촬영하면서 원더랜드 서비스가 있다면 신청할지, 말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미 휴대폰 시대이고 인공지능으로 가짜와 진짜를 넘나드는 시대가 됐다"며 "처음에 안 하겠다던 사람이 영화를 보고 하겠다고 할 수도 있고 하겠다던 사람이 만약 하면 나를 잃어버리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고민하면서 촬영했다"고 했다. 신청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던 최우식은 "원더랜드 버전2가 나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류 과정도 없어지고 버전2가 나오면 할 것 같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박보검은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AI가 더 빨리 발전할 것이다. 그 기술에 휘둘릴지, 그 기술을 통해 건강하게 살아갈지 고민해보게 하는 영화다.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탕웨이는 "훌륭한 배우들과 연기했고 그 배우 각각의 우수한 점을 이 영화를 하면서 배웠다. 김 감독의 이번 소재, 제가 좋아하는 소재다. 관객들이 어떠한 상황에든 공감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욕심 많았던 프로젝트다. 배우들이 서로 많이 부딪히는 신이 적은데도 서로 아꼈다. 이들의 에너지와 마음이 영화에 잘 담기길 바랐다"며 "숙제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기계를 얘기하는 것 같기도, 관계, 그리움, 허망함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최우식은 "AI라는 차가운 소재가 김태용 감독님을 만나서 따뜻한 영화가 된 것 같다. 이 영화가 모든 이들에게 행운과 응원이 됐으면, 좋은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유미는 "이 영화가 어떤 분들에게는 위로가, 어떤 분들에게는 공허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양한 감정들을 이 영화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원더랜드'는 오는 6월 5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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