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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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 장르를 내세운 아이돌이 속속 등장하며 가요계가 생소한 이름으로 뒤덮였다. 세계관을 구축해 진성 팬을 확보하던 과거와 달리, 대중성을 잡으면서도 그룹의 색깔을 명확하게 하는 게 최근 트렌드다. 아이돌 경쟁이 심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인 보이그룹에서 더 두드러지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생소한 장르를 내세우는 만큼 성공하면 '차별화'지만 실패했을 경우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리스크도 만만찮다.

지난 2일 데뷔한 그룹 나우어데이즈는 '데이즈 팝'이라는 장르를 제시했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그룹명처럼 '오늘'과 '일상'에서 함께하는 나우어데이즈의 모든 음악이 데이즈 팝이다. 나우어데이즈의 데뷔 앨범에는 총 세 곡이 수록됐다. '데이즈 팝'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세 곡은 모두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다.
사진제공=큐브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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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데뷔한 그룹 라이즈는 '이모셔널 팝'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SM에 따르면 '이모셔널 팝'은 라이즈가 성장하며 겪는 다양한 감정을 곡에 담아 표현하는 독자적 장르다. 라이즈를 프로듀싱한 SM 위저드 프로덕션 김형국 디렉터는 지난해 9월 라이즈 데뷔 프리미어 현장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려는 SM의 진심과, 라이즈의 핵심인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만났다. 멤버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음악에 담아보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라이즈 역시 강렬한 퍼포먼스 곡 '사이렌'부터 서정적인 곡 '러브119'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그룹 투어스는 '보이후드 팝'을 내세웠다. 소속사 플레디스에 따르면 보이후드 팝은 소년 시절의 아름다운 감성을 자극하는 노랫말과 캐치하면서 청량한 선율로 대표되는 투어스의 독자 장르다. '보이후드 팝'이라는 표현은 소년미를 전면으로 내세운 투어스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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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소속사의 설명을 들었을 때, OO팝은 음악 장르보다는 그룹의 콘셉트를 부각하는 하나의 장치 정도로 보인다. 업계에서 오랫동안 정식 용어로 인정받은 장르로 보기도 어렵다. 신인 그룹이 대중에게 각인되기 어렵다 보니, 브랜딩을 하는 과정에서 독자 장르가 탄생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남자 아이돌의 경우 최근까지도 방탄소년단, 세븐틴, NCT 등 고연차 그룹에서 신인 그룹으로 세대교체가 되지 않던 상황이다. 대중의 눈길을 끌 만하면서도 세계관처럼 심오하지는 않은, 그룹의 색깔을 보여줄 차별화된 수단이 필요했던 것.

신인인 만큼 신선한 인상을 주고 싶었던 것도 독자 장르를 만든 이유가 됐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인기 있었던 센 스타일의 음악이 식상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음악 트렌드가 많이 바뀌고 있다. 소속사들도 기존 음악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을 내놓으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신선한 음악을 선보인다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OO팝이라는 독자 장르가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독자 장르가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 평론가는 "포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생소한 표현으로 네이밍한 독자 장르는 대중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이 좋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독자 장르가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 때의 유행으로 지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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