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의 막내딸' 김신영이 가고, '일요일의 하회탈' 남희석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3월 31일 방송된 '전국노래자랑' 2065회는 '전라남도 진도군 편'에서다. 남희석은 초대 MC 이한필을 시작으로 34년간을 이끌었던 '최장수 MC' 송해, 그의 타계 후 진행을 맡은 김신영에 이은 네 번째 MC가 됐다.
김신영과 남희석이 '전국노래자랑' MC로 발탁됐을 때의 분위기는 상반됐다. 김신영은 첫 여성 진행자에 송해와 나이가 57년이나 차이가 나는 세대교체라는 점에서 대중의 환호가 쏟아졌다면, 남희석은 하차 통보를 당한 김신영의 뒤를 잇는다는 점에서 후배의 자리를 뺏은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남희석은 시종일관 차분하게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그간의 진행 경력이 있기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이었지만, 이전 MC들에게서 보인 호탕함이나 너스레는 찾기 힘들었다. 신사적인 모습이었지만, 참가자들과의 티키타카나 재밌는 웃음은 없었다.
물론 첫 진행이고, 김신영의 하차 통보 후 바로 투입된 만큼 긴장이 덜 풀렸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주 김신영의 마지막 방송보다도 하락한 5.5% 시청률은 남희석에 대한 대중의 낮은 기대치를 짐작하게 한다.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첫 방송 때 시청률이 9.2%로 껑충 뛴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이런 상황 속 김신영보다 선배이고 남자인 남희석이 발탁되자 대중의 반발심은 거세졌다. 이는 곧 청원으로 이어졌고, KBS측은 김신영의 하차 이유가 시청률 하락이었음을 언급하며 진행과 관련해 KBS 시청자 상담실로 접수된 불만이 600여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만 접수건에 대한 진위여부를 떠나 KBS의 하차 방식이 무례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결국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 부진은 진행자의 역량도 있지만, 방송사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시선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고령의 시청자들은 '전국노래자랑'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트로트 프로그램들을 보며 만족감을 얻고 있다.
'전국노래자랑'에 남은 건 44년 전통의 국내 최장수 예능프로그램이라는 명성뿐이다. 남희석이 위기의 '전국노래자랑'을 타개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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