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를 바라보는 배우들의 소신 발언
배우 정우성, 김고은, 유지태. /사진=각 소속사 제공
배우 정우성, 김고은, 유지태. /사진=각 소속사 제공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이끄는 배우들의 소신 발언들이 화제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개봉 및 공개되는 작품을 홍보하러 나온 배우들이 그동안 했던 생각에 대해 털어놓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친한 지인들의 콘텐츠 혹은 짧은 영상 콘텐츠에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며 보다 깊은 생각들을 편하게 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대중문화 산업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한 배우들이 있다.

◆ 김고은, "돈값 해야지. 대중문화 예술을 하는 데 아무도 안 봐주면 의미 없어"
사진=유튜브 채널 '정재형' 영상 캡처본.
사진=유튜브 채널 '정재형' 영상 캡처본.
지난 4일 김고은은 22일 개봉하는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홍보차 정재형의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했다. 2012년 개봉한 데뷔작 영화 '은교'(감독 정지우)의 비하인드부터 다양한 장르에 출연한 이유로 장도연, 윤여정, 이병헌, 최민식 등의 좋은 선배들로부터 배우기 위해서라는 말과 첫 드라마 tvN '치즈인더트랩'(2016), '도깨비'(2016)를 경유하며 번아웃이 오기까지의 과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호스트인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은 쉼 없이 달려온 김고은의 필모그래피를 짚으며 흥행이나 실패에 대한 부담감은 따로 없냐고 물었다. 김고은은 "안 되는 거에 대해서는 너무 슬프고 불안한 건 있다. 페이는 페이대로 받고,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농담으로 '돈값 해야지' 하는 것도 정말 진심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대중문화 예술을 하는 데 아무도 안 봐주면 의미가 없지 않나. 최대한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욕을 먹더라도 차라리 보고 욕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김고은의 말 안에는 대중문화 예술의 본질인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겨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드라마 및 영화의 제작 편수가 줄면서 힘들어진 환경 안에서 욕을 먹더라도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넌지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 정우성, 한국영화 위기론? "배우들에게 한 소리, 한국 영화 개봉하면 가냐"
사진=사진=유튜브 채널 성시경 영상 캡처본.
사진=사진=유튜브 채널 성시경 영상 캡처본.
배우 정우성은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기를 겪고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한 한국영화의 위기론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했다. 지난 2023년 11월 30일, 정우성은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홍보차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정우성은 지니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촬영하면서 5개월간 금주했다는 일화와 '서울의 봄'에서 맡은 이태신 역을 준비하며 생긴 비하인드, 1994년 데뷔작인 영화 '구미호'(감독 박헌수)를 통해 배우 고소영과 연기 호흡을 맞춘 일, 결혼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언급한 바 있다.

지속해서 대두되는 한국 영화 위기론을 짚으며 동료 배우들에게 한 소리를 하고 싶었다는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평소 극장을 자주 찾아 영화를 관람한다는 정우성은 "'한국 영화 어렵습니다' '극장 어렵습니다. 찾아주세요' 사실 그 구호가 난 무색하다. 염치없는 것 같다. 어느 날부터 현장 예매가 쉬워졌더라. 이걸 느끼는 배우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에게 한 소리 하고 싶었다. '너희 극장 개봉하는 영화들만 극장 와주세요' 하지, 너희가 한국 영화 개봉하면 극장 가서 봐? 이렇게 쓴소리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배우, 다른 한국 영화, 작은 영화든 저예산 영화든 무조건 와서 봐야 한다"라며 배우들 역시 대중들처럼 최근에 개봉하는 영화들을 찾아보는 자세를 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인터뷰를 통해서도 정우성은 1,380만명을 돌파한 '서울의 봄'로 인한 '천만 배우' 수식어는 본인의 것이 아니라면서 "내 것은 아니지 않나. '서울의 봄'이 천만을 넘은 거고, 관객이 선택한 거지 않나. 늘 이야기한 것이 한국 영화가 건재하려면 300만~ 500만이 여러 편인 것이 낫다. 천만이 한 편인 것은 의미가 없다. 감사도 하지만 우려도 큰 상황이다"라고 한 편의 영화에 관객들이 쏠리는 현상보다는 많은 작품에 고루고루 관심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 유지태, 독립 영화에 대한 관심 "정보 얻기 어려워, 나 같은 사람이 이야기해야"
사진=유튜브 채널 '살롱드립2' 영상 캡처본.
사진=유튜브 채널 '살롱드립2' 영상 캡처본.
배우 유지태는 독립 영화에 대한 어려움과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에 이야기했다. 지난 2023년 11월 21일, 유지태는 디즈니 + '비질란테' 홍보차 유튜브 채널 '살롱드립2'에 출연했다. 해당 회차에서 유지태는 '비질란테'가 드라마로 제작되기 전부터 웹툰의 팬이었다는 일화와 조헌 역을 맡으며 20kg을 증량했던 에피소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원조 두부 상으로 불리는 유지태는 과거 데뷔했을 당시에 성형 권유를 받았다고 설명하며 "내가 연기자를 25년 해보니까 모든 사람이 다 매력이 있고 그 매력을 트렌드에 맞출 필요가 없더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한 유지태는 배우 활동뿐만 아니라 영화감독, 유튜버와 건국대학교 영상영화과 전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유지태는 한국 독립 영화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그는 "사회 활동 한다고 독립영화 지원하는 영상 올렸더니 진짜 관심이 없더라"라며 종종 시계나 차와 같은 다른 영상을 올리며 영상을 보는 이들의 유입을 늘리려는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또 독립영화 행사가 있다. 대부분 독립영화가 정보 얻기가 어렵다. 나 같은 사람이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유튜브에서 영화 얘기를 해주면 '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알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지태는 2012년부터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응원 상영회를 시작했다. 자비로 독립영화 상영관 100석을 사전 구매 후에 영화 팬들 초대해 관람과 무대인사를 진행하는 행사다. 오는 14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 8층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22번째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응원 상영회 작품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의 김대중'(감독 민환기)가 선정되기도 했다. 상영관 수가 부족한 독립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속해서 행하는 유지태의 실천력은 그가 말하는 "한국 영화를 지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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