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재계약에 침묵일관 YG
주주가치 훼손하는 것 아닌가
ESG 경영 강조 무색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
《윤준호의 불쏘시개》

연예계 전반의 이슈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논란과 이슈의 원인은 무엇인지, 엔터 업계의 목소리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직 확정된 바 없다"

블랙핑크 재계약 문제가 나올 때마다 YG엔터테인먼트측은 수개월 째 같은 반응을 내놓고 있다. 확정된 바 없다는데, 재계약 불발부터 1인 기획사 설립소식까지 구체적인 계약 진행상황이 외부에 노출되고 있다. 그로 인해 주가가 요동치는데도 YG는 앵무새처럼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만 반복중이다. 일반적인 주식회사라면 특정 수주 문제나 계약 문제를 놓고 이렇게 수개월 째 같은 입장으로 버티기 어렵다.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지난 25일 6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이 기간 18.43% 급락했다. 블랙핑크 재계약 불확실 소식과 제니와 지수 1인 기획사 설립보도 등에 연이어 하락했지만, YG는 이렇다할 책임있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YG 로고
YG 로고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신뢰 위기를 맞고 있다. 9월 들어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9월 외국인 보유율은 18%대에서 15%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외국인은 이 기간 39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이 포함돼있는 연기금도 215억원어치나 팔았다. 기관투자자들이 YG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크게 인식했단 뜻이다. 반대로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200억원을 오히려 사들였다. 기존 투자자들은 '물타기' 측면이 컸고, 새로운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매수 기회로 인식했다.

블랙핑크는 회사 차원에서 보자면 핵심적인 무형자산이자 IP다. 물론 중요한 계약이 진행 중일때는 이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외부에 정보가 새어나오고 이로 인해 주가가 요동칠 때는 다른 문제다. 최소한 내부 보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단 뜻이다. 정보가 샜다면, 이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 '정해진 바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기엔 20% 가까운 주가 하락이 가져오는 주주가치 훼손의 정도가 크다. 자칫 방탄소년단(BTS)의 단체 활동 잠정 중단 소식을 미리 알고 선매도했다가 검찰에 기소된 하이브의 임직원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불확실성 사례도 있다. 올해 9월 데뷔를 예고한 YG의 신인 걸그룹 베이비 몬스터는 자취를 감췄다. 양현석 프로듀서가 직접 데뷔를 알렸고, 수 차례 공식 발표를 통해 베이비 몬스터 데뷔에 대한 기대감을 올렸던 YG. 구체적인 입장 역시 없기에 상황을 지켜보는 주주들은 답답할 뿐이다.
블랙핑크 / 사진=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의 안정적 활동을 도모,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 할 것". 불과 1년전 양민석 YG 공동 대표이사의 복귀와 함께 YG가 발표한 입장이다. YG엔터테인먼트가 강조한 ESG 경영 원칙이다.

이유가 있다. '버닝썬 게이트'로 사퇴했던 양민석 대표이사는 지난해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경영'을 내걸고 복귀했다.형이자 YG 총괄 프로듀서인 양현석의 '비아이 마약 무마 혐의' 판결이 나오기 전이었다. 갑작스러운 복귀와 맞물려, 양민석 대표이사가 주주들을 안심시킨 무기는 투명한 회사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불미스런 사건이 있었으니 ESG를 통해 더욱 책임있는 경영진의 모습을 보여주겠단 취지였다.
양민석 YG 공동 대표이사
양민석 YG 공동 대표이사
1년이 지난 현 시점, 양현석 프로듀서는 복귀했고 양민석 대표이사도 여전히 현직에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YG측 대응을 보면 ESG 경영의 핵심 가치중 하나인 '주주가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주가 재평가가 이뤄졌는데, 블랙핑크를 둘러싼 YG의 모습을 보면 아직도 주먹구구 시스템이 엿보인다"며 "결국 이번 재계약 사태가 K-엔터 관련주 전반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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