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염미정의 머릿속엔 구씨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같이 살던 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구씨에게도 그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염미정이 괴로웠던 건, 어두웠던 과거를 꺼내 보이며 자신과 멀어지려는 듯한 구씨의 태도 때문이었다. 백사장(최민철 분)을 만난 뒤, 잠시 외면했던 본래의 자신을 다시 마주한 구씨. 그는 염미정을 추앙하기 전처럼 깊은 어둠 속으로 침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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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관계는 위태로워졌다. 자신의 삶은 원래 그렇다는 듯, 또다시 불행에 빠져든 구씨를 보며 염미정은 화가 났다. 구씨를 찾아간 염미정은 “어금니 꽉 깨물고 고통을 견디는 건 있어 보이고, 여자랑 알콩달콩 즐겁게 사는 건 시시한가 보지?”라며 그에게 한 소리 했다. 하지만 염미정은 다시 구씨에게 손을 뻗었다. 처음부터 그를 ‘좋기만 한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염미정이었다. 아무것도 재거나 따지지 않고, 그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사랑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관계였다. 염미정은 “난 아직도 당신이 괜찮아요. 그러니까 더 가요. 더 가 봐요”라고 구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메시지에 답하듯 구씨도 염미정에게 다시 다가가기로 했다. 그 전에 백사장이 산포에 더는 나타나지 못하도록 손을 써야 했다. 구씨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는 백사장을 찾아가 “내가 결정 갖고 올 때까지 기다려. 자꾸 알짱대면서 열받게 하면 진짜 이 세계에 내가 말뚝 박는 거니까, 조용히 기다리라고”라며 날카롭게 경고했다. 그리고 그는 염미정을 찾아갔다. 구씨가 왔다는 걸 안 염미정도 한달음에 그에게로 달려갔다. 두 사람은 이전처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이들의 마음을 채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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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정(이엘 분)에게는 울다가 웃는 날들이 이어졌다. 조태훈(이기우 분)에게 마음을 거절당한 후 우연찮게 그를 만날 기회가 생긴 것. 처음엔 어색했지만, 술이 들어가자 분위기는 금방 좋아졌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조태훈의 둘째 누나이자 염기정의 친구인 조경선(정수영 분)이 지난날 염기정의 실수를 알게 된 것. 염기정이 ‘애 딸린 홀애비’라는 말을 들먹이며 소개팅 상대를 욕했던 날, 그 옆에서 우연히 이야기를 들은 조태훈과 그의 딸이 상처받았다는 걸 알게 된 조경선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결국 염기정은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고, 어쩌다 보니 고백했다 차였다는 사실까지 말하게 됐다. 염기정은 창피했다. 게다가 회사에서는 박이사(김우형 분)와 연애 상담을 하느라 가깝게 지냈다는 이유로 후배에게 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정말이지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나 그 끝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조태훈에게 다시 만나 제대로 대접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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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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