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사내맞선'·'크레이지 러브' 엇갈린 성적표
'사내맞선' 개성 있는 연출→배우들 열연 '호평'
'크레이지 러브' 기억상실·시한부 설정 설득력↓
'사내맞선', '크레이지 러브' 포스터./사진제공=SBS, KBS
'사내맞선', '크레이지 러브' 포스터./사진제공=SBS, KBS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 김세정과 정수정이 월화드라마로 맞붙은 가운데, 시청률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BS '사내맞선'은 시청률 10%를 돌파했지만, KBS2 '크레이지 러브'는 2주 만에 1%대까지 떨어진 것. 똑같이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로맨스물임에도 전혀 다른 성적표를 얻는 데에는 극의 구성하는 캐릭터들의 매력과 그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배우들의 역량에서의 차이가 엿보인다.

지난달 28일 처음 방송된 '사내맞선'은 얼굴 천재 능력남 CEO와 정체를 속인 맞선녀 직원의 스릴 가득 퇴사 방지 오피스 로맨스물로, 카카오 페이지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소설,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보다 한주 늦게 방송된 '크레이지 러브'는 살인을 예고 받은 개차반 일타 강사와 시한부를 선고받은 그의 비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드라마다.

이들의 공통점은 로코(로맨틱 코미디) 장르라는 것 외에 여주가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까칠하고 오버스러운 톤을 구사하는 점, 만화처럼 과장된 연출 등 비슷한 지점이 많다. 그러나 성적 면에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사내맞선' / 사진 = SBS 제공
'사내맞선' / 사진 = SBS 제공
이러한 이유에는 같은 듯 다른 '클리셰' 지점에 있다. '사내맞선'은 첫 회부터 만화 같은 그림체에 다양한 CG, 극적인 코미디들을 넣었고, 반복되는 우연과 유치한 전개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매력 있는 캐릭터의 서사를 불어넣었고, 한 편의 만화를 보는 듯한 설정이 가볍지만 유쾌하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했다.

무엇보다 김세정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코믹 연기로 '한국의 엠마 스톤'이란 평까지 얻고 있는 상황. 여기에 첫 회에서 다소 과했던 요소들은 회가 지나면서 점차 안정적인 로코물로 접어들었고, 안효섭과 김세정, 김민규와 설인아의 로맨스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여기에 이덕화, 김현숙, 임기홍 등 맛깔나는 조연들의 열연도 극을 풍부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크레이지 러브' 스틸컷./사진제공=아크미디어
'크레이지 러브' 스틸컷./사진제공=아크미디어
반면 '크레이지 러브'는 대표적인 막장 요소인 기억상실과 시한부 판정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이를 설득할 만한 캐릭터들의 매력이 없다. 교모세포종이라는 암을 진단을 받고 노고진(김재욱 분)에게 복수를 꿈꾸는 이신아(정수정 분)가 한다는 행위가 고작 기억을 잃은 남자의 약혼녀 행세를 하며 양파를 먹이고 선크림을 잔뜩 바르는 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가 할 행동이라기엔 너무나 유치한 수준이다.

여기에 자신을 죽이려 한 자를 찾기 위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하며 연기하며 이신아의 행동을 다 받아주는 것 역시 첫 회에서 보인 노고진의 캐릭터와는 전혀 맞지 않은 상황.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 카메라를 바라보고 말하는 듯한 연출 역시 극의 몰입도를 방해했다.
'사내맞선'(위), '크레이지 러브' 제작발표회 ./사진제공=SBS, KBS
'사내맞선'(위), '크레이지 러브' 제작발표회 ./사진제공=SBS, KBS
이러한 상황에 '사내맞선'이 4.9%로 시작해 거침없는 상승세로 6회 만에10%를 돌파했지만 '크레이지 러브'는 3.4%로 시작해 계속되는 하락세로 3회 만에 1%대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화제성 부문에서도 '사내맞선'은 첫 주부터 3위에 진입하며 열띤 반응을 끌어냈지만, '크레이지 러브'는 첫 방송 전 스페셜까지 편성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음에도 화제성 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벌어진 격차만큼 '크레이지 러브'가 경쟁작의 질주를 막기는 힘든 상황. '대환장 케미'를 내세웠던 두 작품의 엇갈린 성적표가 어떻게 이어질지, 이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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