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는 못살아>가 지지 않을 전술
가 지지 않을 전술" /> 3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은재(최지우)와 형우(윤상현)의 문제가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한 탓에 서로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것이라면, 의 문제는 시청자들 역시 그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도입부를 건너뛰고 곧바로 갈등 단계에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둘의 캐릭터는 서로의 차이점과 결점부터 부각하는 방식으로 구축되어 그 자체의 입체감이 떨어진다. 거기에 초고속 결혼이라는 설정이 더해져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가가 전달되지 않아 현재의 갈등을 심화시킬만한 정서의 동력이 약하다. “결혼은 매력을 단점으로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어”라는 대사나 “예전의 이은재만 나타나준다면 조인트 까이는 것도 참겠다”라는 대사들을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예전의 진짜 매력’을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재와 형우의 싸움은 현실에 찌든 어른들의 전쟁이라기보다 연애 시절의 ‘밀당’에 더 가까워보인다.

현실감과 정서의 깊이가 부족하다보니 둘의 갈등을 악화시키기 위해 지극히 전형적인 방식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 어제의 전개가 그러했다. 형우 앞에 예전에 그를 상처주고 갑자기 떠난 옛 애인 희수(이수경)가 다시 나타나고 그녀는 희망 법률사무소에 소송을 의뢰한다. 그리고 둘 사이를 눈치 챈 은재는 급기야는 형우의 출장길을 미행하다가 둘이 외도하고 있다고 오해하게 된다. 이처럼 이혼의 불씨가 되는 갈등이 우연과 오해로 깊어진다는 것은 다소 안이한 전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재미있는 드라마다. 은재와 형우 캐릭터가 대립하며 빚어내는 코미디나 멜로적 궁합은 좋은 편이며, 추후의 이혼소송에서 법정드라마 플롯이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지금보다 더 밀도 높은 이야기가 기대된다. 따라서 그 본격적 전개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우선 은재와 형우 캐릭터를 좀 더 두텁게 보완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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