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직원들은 2013년 시무식에서 ‘1등 탈환 결의대회’를 치렀다. 2012년 MBC의 광고매출은 전년 대비 1048억이나 감소해 2000년대들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MBC 평균 시청률은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 4.7%로 KBS, SBS보다 낮았다. <뉴스데스크> 평균 시청률 또한 2011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준 5.32%를 기록했다. 예능 프로그램도 <주병진 토크 콘서트>, <주얼리 하우스> 등 제대로 살아남은 것이 없고, 얼마 전 <놀러와> 폐지 후 신설된 <토크클럽 배우들>의 자체 최고 시청률은 4.7%에 불과하다. 사측이 회사의 정상화를 외칠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1등 탈환을 외친지 한 달이 채 가기도 전인 지난 16일, 사측은 최일구 아나운서 및 파업 참가자들에게 또 다시 교육 발령을 내리거나 교육 기간연장을 명령했다. 총파업이 끝난 지난해 7월, 파업 참가자들을 신천 MBC 아카데미와 용인 드라미아 개발단 등 현업과 관계없는 곳으로 발령한 인사이동이 다시 감행된 것이다.
공정성과는 상관없는 사측의 정상화
처럼 후속 프로그램이 제대로 준비되기도 전에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무조건 폐지하고 보는 간부들의 결정에서 자유로울 구성원은 없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AS10QOceGtcDZLf1UxAAVjRuH.jpg" width="555" height="185" border="0" />
이는 파업 후 MBC가 추진해 온 정상화의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공영 방송으로서 MBC가 가장 빨리 경쟁력을 회복시켜야 할 부문 중 하나는 보도 및 시사 교양이다. 파업의 장기화로 채용된 대체인력들이 만든 <뉴스데스크>는 18대 대선 과정에서 지상파 가운데 가장 많은 심의 위반 건수를 기록했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민주통합당 이정희 후보’라 보도했으며 故 김근태 전 의원의 사진을 잘못 내보내는 등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대체 작가를 투입해 간신히 재개한 < PD 수첩 > 시청률 또한 5~6%로 고전 중인 것은 물론 과거처럼 여론을 이끌어내는 탐사 보도는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 PD 수첩 >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 편을 제작한 이춘근 PD 등 경쟁력 있는 사원들은 신천 MBC 아카데미에서 ‘앎이 삶을 구원하는가’ 등의 수업을 듣는다. 현재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이 교육을 받는 직군이 기자라는 것도 상징적이다. 법적으로 가능한 정직 기간을 다 채웠음에도이런 조직원들을 계속 현업에서 제외시키는 경영진의 정상화는 언론으로서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MBC는 지난 15일 <100분 토론> 대신 < MBC 특별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을 방송 전날 긴급 편성했다.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을 일으킨 김현희와의 대담은 당일 녹화됐고 이는 지난해 12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이사들이 2003년 김현희 사건을다룬 < PD 수첩 >에 대해 편파성을 제기하며 요구한 후속조치를 그대로 따른 것이란 비난을 받았다. 권력 감시 기능이 떨어진 것도 여전하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29일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사퇴한 소식을 전하며 여느 언론이 문제로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선 기준은 다루지 않았다. 대신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를 언급할 뿐이었다.공정 보도를 위해 사회를 향해 쓴 소리를 하던 이들이 현장에서 배제되면서 MBC의 공정성은 점점 더 위험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언론으로서의 공정성 문제와 더불어 사측의 정상화가 제작 자율성을 죽이고, 오직 단기적인 시청률만 강조하는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MBC의 한 관계자는 “MBC가 시청자에게사랑 받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조직원들이 스스로 재밌게 일하는 환경 덕분이었다”며 “지금의 MBC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에게 너그럽지 않은 분위기가 팽배해 MBC만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간부급 인사의 결정이 강해지고 제작진과의 소통이 줄어들면서 고유의 제작환경 안에서 경쟁력을 키워온 구성원들이 직,간접적인 악영향을받고있는것이다. <놀러와>는 후속 프로그램이 제대로 준비되기도 전에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이런 간부들의 결정 속에서 자유로운 제작 분위기를 누릴 구성원은 없고, 특보를 통해 생활 밀착형 보도가 경쟁력 제고의 최선이며 “뉴스가아주 거대담론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고 밝힌 보도본부장 밑에서 일선기자가 그와 다른 기조를 내세우기는 어렵다. “보통 프로그램에 변화가 필요할 때는 사전에 제작진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다. 시청률도 중요한 만큼 원하는 것을 시도하는 최소한의 제작 자율성은 함께 담보되어야 하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직급끼리의 벽도 높아져 전만큼 소통도 되지 않는다”는 MBC 관계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MBC는 어디로 가는가
긴급편성을 일례로 MBC 공정성은 점점 더 위험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AS10yx7ZD1M41k.jpg" width="555" height="309" border="0" />
공영 언론으로서의 의무는 지키지 못하고,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검증된 제작 시스템은 되레 망가뜨린다. 사측의 정상화는 오히려 MBC의 기반을 흔들어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MBC의 정상화는 제도적으로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끌고갈 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위험하다. MBC는 KBS, SBS와는 달리 공영 방송사이면서 주식회사 형태다. 더구나 MBC 사장은 방문진이 임명하며 그 방문진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 이사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MBC의 경영 기준은 공영 언론의 역할과 수익 추구 사이에서 언제든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지금까지 MBC를 만든 건 그래서 문서화된 원칙이 아니라 MBC의 구성원들이며 그들의 제작 문화였다. 그러나 최근의 MBC 경영진은 이런 부분을 이용해 오히려 MBC의 제작 시스템을 흔들어놓고 있는 것이다. 공영 방송이라는 큰 책임을 가진 권력을 소수의 사람들이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상황은 현 경영진 이후의 MBC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MBC의 정상화 아닌 정상화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다. 소수의 경영진이 몇 년에 걸쳐 MBC의 구성원과 시스템을 임의로 바꾸고 정착 시킨다면, 이후 어떤 사장이 임명되어도 MBC를 회복시키기는 쉽지 않다.
한 MBC 구성원은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사랑 받아야 하는 게” 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MBC는 점점 더 이상적인 공영방송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공영 방송이기에 감시하고 지켜야 한다는 오래된 이유에 덧붙여 작년 총파업 전보다, 총파업 때보다, 파업이 끝난 이후 보다 앞으로 더 MBC를 주시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과연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희망은 있는가. 누구도 이에 대해 쉽게 답할 순 없다. 다만 조금이라도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금 이상의 최악을막는최선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야말로 이 길고 긴 공방 속에서도 MBC를 주시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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