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이다. 추석이 ‘토, 일, 월’이다. 명절 연휴 세계에서 이보다 더 큰 일이 어디있겠는가. 짧은 만큼 철저한 계획을 짜서 쉬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흘이란 시간은 계획을 짜는 동안 흘러가고도 남을 짧디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계획 세우는 것조차 시간이 나지 않을 사람들을 위해, 밖에 나가기도 싫은 사람들을 위해 가 철저히 TV 시청과 실내생활을 중심으로 3일 동안의 한가위 생활 계획표를 그렸다. 3일짜리 2012년 추석 연휴를 위한 맞춤 계획표, ‘연휴 3일’이다.9월 29일 토요일
▶ 17:05~18:15 KBS 수지의 ‘집으로’
매끈하게 생률 치고, 전도 부쳤고, 산적도 양껏 만들었다면 혼자만의 휴식을 위한 초석은 마련한 셈이다. 그러니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수지와 함께 수지의 광주 시골 할머니 댁을 방문하며 마음을 정화하자. 이름하야, 수지의 ‘집으로’. 수지가 시골집을 방문해 자신이 입던 교복을 꺼내 입고, 광주 시내를 활보했다고 하니 지난주엔 ‘갸루상’ 연기까지 했던 그녀가 다시 온 국민의 첫사랑 모드로 돌아오는 기쁘고 반가운 순간이 아닐 수 없겠다. 수지를 연모하고 있는 소년, 청년 혹은 삼촌들이라면 수지 할머니께 큰절 올릴 준비도 해두는 것이 좋겠다.
▶ 23:00~25:20 SBS 추석 특집 드라마
더 깨어있다가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까치발로 부엌에 가 낮에 곱게 부쳐둔 모듬전에 손을 댈 지도 모를 시간이다. 일단 얼른 누워 추석 특집 드라마 한 편 감상하자. 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던 아버지가 1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야기를 그린다. 자수성가한 탓에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아버지와 헌신적인 어머니라는 전형적인 인물이 등장하면서도 죽었던 인물이 살아 돌아오는 이 드라마는 가족이란, 가족을 위한 최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만들지 않을까. 가족끼리 모두 모여 볼 필요는 없겠지만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밤을 만들어줄 것이다. 9월 30일 일요일
▶ 18:10~20:00 SBS ‘런닝맨’ – 절대 딱지 (전설의 딱지왕 가르기)
‘런닝맨’ 절대 딱지 특집은 시청 중과 후의 두 가지 여흥을 모두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다. 유재석은 MBC 에서도 내리치는 족족 다른 딱지들이 배면을 보여주었지만, 지난번 김종국과의 대결에서는 가위바위보의 패배로 단 한 번의 딱지치기도 보여줄 수 없었다. 그 막간 대결이 불씨가 되어 시작된 것이 이 절대 딱지 스페셜이다. 보는 동안에는 가족들과 각 출전 선수에게 배팅해 저녁 설거지 내기를 하는 것도 좋겠고, 시청 후에는 ‘딱지왕 가르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혹시 모르니 딱지 접는 방법 정도는 미리 익혀두자.
▶ 23:10~24:40 SBS 추석특집 코미디 쇼
이수근과 김병만은 10년 전 옥탑방에 함께 살던 시절, 멀리 보이는 방송국을 바라보며 “언젠가 저 곳에서 우리의 이름을 건 코미디를 하자”고 꿈꿔왔다. 은 그 꿈의 완성이다. 이 쇼에서 두 사람은 그간 꼭꼭 숨겨두었던 비장의 다섯 가지 코너, ‘조용한 펜션’, ‘취중 진상’, ‘킬러’, ‘수중가족’, ‘힙합 패밀리’를 선보인다. 이 중 ‘수중가족’은 단칸방 하나도 얻기 힘든 형편이라 땅에서는 살 수 없어 바다 속에서 사는 가족이라는 독특하고도 풍자적인 설정으로, 자칭 “세계 최초 물속 코미디”에 도전한다. 어른들에게도 늘 노력하는 모습으로 호감을 사고 있는 두 개그맨들과 함께 코미디 쇼이니, 모두 모여 유쾌하게 웃으며 하루를 마감하기에 좋을 듯하다. 10월 1일 월요일
▶ 20:50~21:55 KBS 추석 기획
이 와중에도 은 대한민국의 안위를 걱정하여 성묘와 제사 음식들에 관련한 내용을 기획했다. 어쩌면 연휴 첫날 혹은 그보다 일찍 접하고 머릿속에 새겨두었어야 했다 싶겠지만, 이미 다 먹고 지난 일이기에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늘 생활에서 쉬이 오해하고 있는 위험 요소들을 실제 일어났던 사건 사고를 재현해온 이 과연 추석 관련 에피소드로는 어떤 것을 보여줄까. 정성스럽게 준비한 제사 음식이 황당한 방식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무언가가 되는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길 바라보자.
▶ 24:10~25:00 온스타일 < SNL 시즌 38 > 첫 회, 싸이 출연.
대망의 연휴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는 쇼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지 모른다. 내일 역시 평소와 같이 하루를 시작해야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아닌 이들까지 모두 즐거워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의 쇼. 싸이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출연했던 미국 < SNL > 시즌 38의 첫 회가 1일 자정 온스타일에서 방송된다. 38년 역사의 미국 코미디 쇼 < SNL >에 싸이가 출연한 것은 미국에서 그가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볼 수 있는 기회였고, 그가 대한민국과 그곳에 어필하고 있는 매력의 온도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드라마틱한 “지금 이 순간”을 보내고 있는 싸이와 함께 이 밤의 끝을 잡아도 좋고, 흐뭇한 마음으로 이불 속에 파묻혀도 좋겠다.
글. 이경진 인턴기자 romm@
편집, 디자인.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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