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들쑤시고 다니는 예니콜이 얄밉기보다 사랑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해피엔딩은 나의 것”이라는 극중 말버릇처럼 ‘무한 긍정교’ 신도 같은 태도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대화를 나누면서 든 느낌인데 당신도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씩씩하다. (웃음)
전지현: 건강하게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한다. 물론 실제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노력하는 부분도 있어서 단정적으로 “나는 긍정적이고 건강해요” 라고 얘기할 순 없다. 사실 나의 제일 큰 관심사는 ‘life’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전반적으로 뭘 먹고, 어떤 생각을 하고, 뭘 입고 같은 것들이 다 포함된 거다. 다만 어떤 비싼 옷을 입고 비싼 가방을 들고 같은 차원은 아니다. 물론 나도 여자니까 누가 뭘 들었는지 뭘 입었는지 궁금하지만 그런 관심은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줄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그가 어떤 ‘life’를 갖고 사는지 느껴지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한 시야가 생겼다고 할까. 그래서 나도 내 기준에서 건강한 생활을 하고, 건강한 생각을 하고,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는 방법을 생각하다보니 아무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일과 개인의 행복을 구분 지으면서 살았다” 그런 변화는 나이가 들면서 생긴 건가, 아니면 결혼을 통해 바뀐 부분인가?
전지현: 사람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지.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사실 일을 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일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더 빨리 느낀 부분도 있고. 일을 하면서 일과 내 생활은 별개라는 구분을 확실히 지으려고 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SBS 라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눈을 깜빡 하면 잠이 들 정도로 너무 너무 피곤했었다. 그렇게 굉장히 힘들었던 와중에 딱 하루를 쉬게 되었는데 정작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내일부터 다시 살인적인 스케줄이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못 쉬겠고 갑자기 불안한 거다. ‘이러다 영원히 사람들에게 잊히면 어떡하지’, ‘일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들어서. 어린 나이였지만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이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일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인기를 얻고 톱스타로 살면서 일에서의 성공에 대한 욕심이나 야망 같은 게 생기기도 했을 것 같은데.
전지현: 물론 어렸을 때는 목표도 있었다. 뭘 해야 하고, 이걸 하면 좋겠다 같은 게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해도 결코 행복해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일을 할 때 최선을 다하지만, 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렇게 일과 개인의 행복을 구분 지으면서 살다보니 결혼도 때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거고. 물론 일이 많고 바빠서 좋은 것도 있다. 나는 사람은 확실히 바빠야 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안 바쁜 것 보단 바쁜 게 좋고 바쁘려면 일을 해야 한다. 딱 거기까지다. 일 자체에서 행복을 찾진 않는다. 그래서 촬영 안하고 쉴 때 오히려 더 ‘어떻게 하면 나 스스로 재밌고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당신은 유명인이기 때문에 일과 개인의 분리라는 부분이 대중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 것 같다. 대중과 거리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배우에게 중요한 동시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지 않나. 너무 가까우면 식상해하고 너무 멀면 신비주의라고 하는 상황에서 누구보다 이런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전지현: 글쎄, 나 스스로는 정말 잘 모르겠다. 일부러 뭘 하려고 했던 건 아니라서. 다만 어렸을 때부터 한 가지 생각한 건 있었다. 관객들이 돈을 내고 내 영화를 보러 오는데 그때 다른 선입견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내가 아닌 그 역할만 봤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확실히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에서 말하듯이 전략적으로 신비주의라는 방식으로 나를 포장하려는 건 아니었다. 다른 배우들이 영화 홍보를 하면서 언론과 만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랬다. 다만 최근 몇 년간 해외 촬영이 있었고 그 영향은 있었던 것 같다.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더 적어지면서 생겨난 오해와 편견들이 쌓였던 건 사실이다. 특히 는 흥행 부진이 큰 이유였겠지만 배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국내에서는 개봉조차 되지 않다 보니 점점 오해들이 생겼지. 하지만 내가 그걸 의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웃음)
“오해와 편견”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사실 모든 오해는 당사자에겐 너무 억울한 법이지 않나. 대중이 오해하고 있는 전지현의 모습 중에서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되는 게 있다면?
전지현: 글쎄, 나도 TV나 스크린을 통해서 배우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어떨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겠지. 그런데 사람들이 내게 갖고 있는 이미지가 정확히 어떤 건지 잘 몰라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그다지 조용한 성격은 아니다. 밝은 쪽에 가깝다. 어떤 면에서는 용감하기도 하고. 그리고 항상 행동이 먼저인 타입이지 가만히 생각하면서 주시하는 타입은 아니다. 부지런한 편이라서 주변에서 “제발 쉬라” 라고 할 정도로 막 움직이고. 이렇게 말하면 깨는 부분이 있으려나? (웃음)
행동이 먼저라는 건 결과나 실패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일까?
전지현: 그건 좋게 봐주신 거고, 사실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라는 말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하고 귀찮아 할 때가 많다는 얘기다. (웃음)
“적당히 즐기면서 적당히 유지하는 밸런스를 갖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이야기에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 편인가? 예전에 에서 같이 작업한 이수연 감독이 당신에 대해 “강단이 있다”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지금 마주앉아 보니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전지현: 아하하. 그런가? 일단 뭐든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상식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렸을 때는 매사 조심스러웠지. 잘 모르니까 항상 어렵고, 당연히 말수도 적었다. 스스로 세운 벽도 좀 있었고. 그런데 해외 촬영이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경우에는 리빙빙 씨가 중국에서 톱스타니까 내가 조연의 자리에서 주연 배우를 바라보는 입장이 되지 않나. 그러다 보니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나도 한국에서는 나름 톱클래스였고 현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지내보기도 했으니까 초반에는 그게 스스로 어색했는데 또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괜찮더라. 그 동안 많은 허례허식 속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쓸데없는 부분들을 고수하고 있었구나 싶더라. 사실 따지고 보면 여배우가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닌데 주변에서 특별하게 대우해주고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믿는 거지. 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게 스스로를 더 외롭게 만드는 길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아, 내가 너무 과보호 속에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있나?
전지현: 지금 생각해보면, 음, 아무래도 그렇지. 그런데 당시에는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다른 생각을 안했다. 촬영장하고 집에만 있었다. 다른 걸 안 해봤으니까 그런 게 재미있다는 것도 몰랐던 거지. 신랑하고 얘기를 하다보면 놀라는 게 그가 “졸업 사진 찍을 때 어떤 일이 있었고” 이런 얘기를 하면 나는 “아, 그때 뭘 찍고 있었지?”라는 얘기를 하게 되는 거다. 촬영장에 있었던 게 전부니까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다른 걸 몰랐고 관심이 없었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쉽지.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다를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내 인생에 맞게 잘 살아온 것 같다.
그럼 요즘은 촬영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나?
전지현: 바쁘다. (웃음)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하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맛있는 거 있다고 하면 먹으러 가고.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서 일단 가 본다.
먹는 걸 좋아해서 요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던데 자신 있는 요리는 뭔가?
전지현: 아, 인터뷰에서 괜히 그런 말을 해서. (웃음) 사실 그냥 좋아하는 거지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MBC 팬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나는 안 나가겠다. 프로그램을 망치고 싶지 않다”라고 해서 흥미로웠다. 을 좋아한다고 하는 분들은 “꼭 나가고 싶어요. 불러주세요”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전지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을 정말 좋아한다. 당연히 ‘내가 나간다면?’ 하는 상상도 해봤다. 스타가 나가는 특집이 종종 있었으니까. 그런데 스타가 나오면 항상 같은 패턴이었던 것 같다. 고유의 색깔도 사라지고. 그건 나가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모두 재미가 없을 것 같더라.
대중들에게 당신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전지현’이다. ‘제 2의 누구’가 아닌 ‘제 1의 전지현’으로서 그 브랜드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부러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전지현: 앞서 얘기했듯 나의 관심사는 ‘Life’ 그 자체다. 물론 내가 뭐 도 닦은 사람도 아니고 물질에 대한 욕심이 없고 다른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지. 다만 그것들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맞춰나가고 싶은 거다. 솔직히 지금 나는 없는 게 없고 다 있는데 이걸 즐기지 않고 사는 건 너무 불행한 일이지 않나. 적당히 즐기면서 적당히 유지하는 밸런스를 갖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그럴 수 있는 지혜가 있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웃음)
글, 인터뷰. 김희주 기자 fifteen@
인터뷰. 이지혜 sev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전지현: 건강하게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한다. 물론 실제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노력하는 부분도 있어서 단정적으로 “나는 긍정적이고 건강해요” 라고 얘기할 순 없다. 사실 나의 제일 큰 관심사는 ‘life’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전반적으로 뭘 먹고, 어떤 생각을 하고, 뭘 입고 같은 것들이 다 포함된 거다. 다만 어떤 비싼 옷을 입고 비싼 가방을 들고 같은 차원은 아니다. 물론 나도 여자니까 누가 뭘 들었는지 뭘 입었는지 궁금하지만 그런 관심은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줄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그가 어떤 ‘life’를 갖고 사는지 느껴지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한 시야가 생겼다고 할까. 그래서 나도 내 기준에서 건강한 생활을 하고, 건강한 생각을 하고,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는 방법을 생각하다보니 아무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일과 개인의 행복을 구분 지으면서 살았다” 그런 변화는 나이가 들면서 생긴 건가, 아니면 결혼을 통해 바뀐 부분인가?
전지현: 사람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지.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사실 일을 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일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더 빨리 느낀 부분도 있고. 일을 하면서 일과 내 생활은 별개라는 구분을 확실히 지으려고 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SBS 라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눈을 깜빡 하면 잠이 들 정도로 너무 너무 피곤했었다. 그렇게 굉장히 힘들었던 와중에 딱 하루를 쉬게 되었는데 정작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내일부터 다시 살인적인 스케줄이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못 쉬겠고 갑자기 불안한 거다. ‘이러다 영원히 사람들에게 잊히면 어떡하지’, ‘일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들어서. 어린 나이였지만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이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일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인기를 얻고 톱스타로 살면서 일에서의 성공에 대한 욕심이나 야망 같은 게 생기기도 했을 것 같은데.
전지현: 물론 어렸을 때는 목표도 있었다. 뭘 해야 하고, 이걸 하면 좋겠다 같은 게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해도 결코 행복해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일을 할 때 최선을 다하지만, 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렇게 일과 개인의 행복을 구분 지으면서 살다보니 결혼도 때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거고. 물론 일이 많고 바빠서 좋은 것도 있다. 나는 사람은 확실히 바빠야 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안 바쁜 것 보단 바쁜 게 좋고 바쁘려면 일을 해야 한다. 딱 거기까지다. 일 자체에서 행복을 찾진 않는다. 그래서 촬영 안하고 쉴 때 오히려 더 ‘어떻게 하면 나 스스로 재밌고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당신은 유명인이기 때문에 일과 개인의 분리라는 부분이 대중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 것 같다. 대중과 거리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배우에게 중요한 동시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지 않나. 너무 가까우면 식상해하고 너무 멀면 신비주의라고 하는 상황에서 누구보다 이런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전지현: 글쎄, 나 스스로는 정말 잘 모르겠다. 일부러 뭘 하려고 했던 건 아니라서. 다만 어렸을 때부터 한 가지 생각한 건 있었다. 관객들이 돈을 내고 내 영화를 보러 오는데 그때 다른 선입견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내가 아닌 그 역할만 봤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확실히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에서 말하듯이 전략적으로 신비주의라는 방식으로 나를 포장하려는 건 아니었다. 다른 배우들이 영화 홍보를 하면서 언론과 만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랬다. 다만 최근 몇 년간 해외 촬영이 있었고 그 영향은 있었던 것 같다.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더 적어지면서 생겨난 오해와 편견들이 쌓였던 건 사실이다. 특히 는 흥행 부진이 큰 이유였겠지만 배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국내에서는 개봉조차 되지 않다 보니 점점 오해들이 생겼지. 하지만 내가 그걸 의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웃음)
“오해와 편견”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사실 모든 오해는 당사자에겐 너무 억울한 법이지 않나. 대중이 오해하고 있는 전지현의 모습 중에서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되는 게 있다면?
전지현: 글쎄, 나도 TV나 스크린을 통해서 배우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어떨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겠지. 그런데 사람들이 내게 갖고 있는 이미지가 정확히 어떤 건지 잘 몰라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그다지 조용한 성격은 아니다. 밝은 쪽에 가깝다. 어떤 면에서는 용감하기도 하고. 그리고 항상 행동이 먼저인 타입이지 가만히 생각하면서 주시하는 타입은 아니다. 부지런한 편이라서 주변에서 “제발 쉬라” 라고 할 정도로 막 움직이고. 이렇게 말하면 깨는 부분이 있으려나? (웃음)
행동이 먼저라는 건 결과나 실패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일까?
전지현: 그건 좋게 봐주신 거고, 사실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라는 말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하고 귀찮아 할 때가 많다는 얘기다. (웃음)
“적당히 즐기면서 적당히 유지하는 밸런스를 갖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이야기에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 편인가? 예전에 에서 같이 작업한 이수연 감독이 당신에 대해 “강단이 있다”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지금 마주앉아 보니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전지현: 아하하. 그런가? 일단 뭐든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상식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렸을 때는 매사 조심스러웠지. 잘 모르니까 항상 어렵고, 당연히 말수도 적었다. 스스로 세운 벽도 좀 있었고. 그런데 해외 촬영이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경우에는 리빙빙 씨가 중국에서 톱스타니까 내가 조연의 자리에서 주연 배우를 바라보는 입장이 되지 않나. 그러다 보니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나도 한국에서는 나름 톱클래스였고 현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지내보기도 했으니까 초반에는 그게 스스로 어색했는데 또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괜찮더라. 그 동안 많은 허례허식 속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쓸데없는 부분들을 고수하고 있었구나 싶더라. 사실 따지고 보면 여배우가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닌데 주변에서 특별하게 대우해주고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믿는 거지. 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게 스스로를 더 외롭게 만드는 길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아, 내가 너무 과보호 속에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있나?
전지현: 지금 생각해보면, 음, 아무래도 그렇지. 그런데 당시에는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다른 생각을 안했다. 촬영장하고 집에만 있었다. 다른 걸 안 해봤으니까 그런 게 재미있다는 것도 몰랐던 거지. 신랑하고 얘기를 하다보면 놀라는 게 그가 “졸업 사진 찍을 때 어떤 일이 있었고” 이런 얘기를 하면 나는 “아, 그때 뭘 찍고 있었지?”라는 얘기를 하게 되는 거다. 촬영장에 있었던 게 전부니까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다른 걸 몰랐고 관심이 없었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쉽지.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다를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내 인생에 맞게 잘 살아온 것 같다.
그럼 요즘은 촬영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나?
전지현: 바쁘다. (웃음)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하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맛있는 거 있다고 하면 먹으러 가고.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서 일단 가 본다.
먹는 걸 좋아해서 요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던데 자신 있는 요리는 뭔가?
전지현: 아, 인터뷰에서 괜히 그런 말을 해서. (웃음) 사실 그냥 좋아하는 거지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MBC 팬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나는 안 나가겠다. 프로그램을 망치고 싶지 않다”라고 해서 흥미로웠다. 을 좋아한다고 하는 분들은 “꼭 나가고 싶어요. 불러주세요”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전지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을 정말 좋아한다. 당연히 ‘내가 나간다면?’ 하는 상상도 해봤다. 스타가 나가는 특집이 종종 있었으니까. 그런데 스타가 나오면 항상 같은 패턴이었던 것 같다. 고유의 색깔도 사라지고. 그건 나가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모두 재미가 없을 것 같더라.
대중들에게 당신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전지현’이다. ‘제 2의 누구’가 아닌 ‘제 1의 전지현’으로서 그 브랜드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부러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전지현: 앞서 얘기했듯 나의 관심사는 ‘Life’ 그 자체다. 물론 내가 뭐 도 닦은 사람도 아니고 물질에 대한 욕심이 없고 다른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지. 다만 그것들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맞춰나가고 싶은 거다. 솔직히 지금 나는 없는 게 없고 다 있는데 이걸 즐기지 않고 사는 건 너무 불행한 일이지 않나. 적당히 즐기면서 적당히 유지하는 밸런스를 갖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그럴 수 있는 지혜가 있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웃음)
글, 인터뷰. 김희주 기자 fifteen@
인터뷰. 이지혜 sev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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