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tionary] ㄱ: 김홍희
[덕tionary] ㄱ: 김홍희
김홍희
a. 사진작가. 1959년생 부산 출신. 1985년 일본에 건너가 도쿄 비주얼아트에서 포토저널리즘 전공. 1학년 때 니콘 살롱, 2학년 때 올림푸스 홀에서 개인전 개최, 이는 당시 일본 내 현역 사진학교 학생이 이룬 전무후무한 기록. 2008년 니콘의 ‘세계의 사진가 20인’에 선정.
b. 앉으면 글 쓰고 서면 사진 찍는 사람. , , , 등의 사진 촬영. 사진 산문집 , , 등 다수의 저서 집필.
c. KBS 진행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을 다룬 35회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한 뒤 50회부터 진행자로 발탁.

연관어:
a. 2001년 변산의 겨울을 담진 사진과 글이 실린 김홍희의 사진 산문집. 팟 캐스트 2011년 6월 28일 방송에서 소개.
b. ‘방랑’은 김홍희의 저서 제목은 물론 글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삶의 순간을 담아 온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
[덕tionary] ㄱ: 김홍희
[덕tionary] ㄱ: 김홍희
[덕tionary] ㄱ: 김홍희
[덕tionary] ㄱ: 김홍희
“나는 히피처럼 지구촌을 떠돌았다. 잘 때도 눈을 뜬 채로 자는 물고기의 눈으로 세상의 구석구석을 방랑했다. 나에게 사진이란, 내가 떠돌아다니며 뜨겁게 사랑한 열병의 흔적 같은 것이다.” – 김홍희, 중에서

스스로를 ‘쇠뭉치를 깎아 만든 한 대의 카메라’와 다를 바 없는 존재라 말하는 김홍희는 자신을 일깨워 줄 힘을 기대하며 부초처럼 세상을 방랑했다. 그의 사진은 콘트라스트가 분명해서 한 눈에 시선을 잡아끌지도, 아무도 본 적 없는 압도적인 미지의 풍광을 담아내 숨을 멈추게 하지도 않는다. 다만, 오래 보고 있으면 어느새 가슴뼈 저 아래에서 뜨뜻한 숨이 차올라 끝내 젖은 눈을 끔뻑이게 한다. 사진가 김중만은 “그의 사진들은 모두 하나같이 삶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고” 무엇보다 “온 몸으로 찍어낸 속 깊은 사진”이라 말한다. 소설가 김영하는 “인생을 몸으로 느끼고 싶다, 어딘가에 가서 지독한 사람, 센 사람과 부딪치면서 인생 그 자체를 겪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고 그의 글을 평했다. 그의 사진과 글엔 카메라 너머 자신과 마주하는 삶을 온 몸과 온 마음으로 부딪친 이만이 움켜쥘 수 있는 순간이 담겨있다.

맹수의 안광을 유쾌한 눈가주름에 숨긴 김홍희는 길 위에서 떠돌아야만 비로소 삶을 확신할 수 있다는 구도(求道)의 마음으로 낯선 이들의 익숙한 심장을 겨누어 셔터를 ‘끊어’낸다. 그가 울지 않는 몽골 아이들()의 얼굴과 잠들지 않는 변산 바다()의 침묵에서 베어낸 순간에는 스스로를 긍휼히 여기는 자만이 다른 살아 있는 것들을 연민할 수 있다고 믿는 사내의 사랑이 있다. 여행을 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것은 세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바라볼 수 없고 바라보지 않으면 담을 수 없다. 그것이 풍경이든 사람이든 각자에게 주어진 버거운 삶을 어깨에 들춰 메고 버티고 선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애잔한 사랑, 그 서글픈 동병상련이 김홍희의 발을 멈추고 우리의 마음을 멈춘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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