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AM은 많고 많은 남자 아이돌 그룹 중에서 유독 눈에 띈다. 그들은 2PM의 형제 그룹이기도 하고, 유일하게 발라드를 주로 부르는 남자 아이돌 그룹이기도 하다. 발라드를 부르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점이 그들만의 차별성을 갖게 하는 부분이지만, 동시에 화려한 비주얼을 앞세우는 다른 남자 아이돌 그룹에 비해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우려를 받기도 했다. 빅뱅, 샤이니, 씨엔블루 등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들이 대거 활동한 지난 3월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2AM은 새 앨범 의 타이틀곡 ‘너도 나처럼’이 모든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면서 남자 아이돌 그룹의 파고 속에서 승자 중 한 팀으로 남을 수 있었다. 데뷔곡 ‘이 노래’부터 탄탄하게 인기를 쌓아오면서 시장의 지배자는 되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 어느 팀에게도 쉽게 밀리지 않는 강자가 된 2AM에게 그들의 노래와 아이돌로서의 인생에 대해 들었다.남자 아이돌 그룹이 대거 컴백한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이번 활동이 어떤 느낌이었나요?
창민: 사실 저희는 작정하고 나온 앨범이었어요. 누가 들어도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라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구요. 각자 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정성을 들인 앨범이라면 사람들이 알아줄 거 같았어요. 전에 공연할 때 팬들에게 “럭셔리 발라드를 들려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그 약속은 지킨 것 같아요. 더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을 받았고, “이만큼 준비해서 들고 나왔습니다”라는 건 확실하게 보여 드린 것 같아요. 하다못해 앨범 케이스도 제작 단가가 높았어요. (웃음)
“나이 먹으면서 보컬의 느낌이 달라진다는 변화를 막 알게 됐다” 이라는 앨범 제목도 ‘럭셔리 발라드’를 염두에 둔 건가요? 피츠제럴드의 사랑법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더라구요. (웃음)
슬옹: 저희 프로듀서인 방시혁 PD님 아이디어이긴 했는데, 노래 가사들이 겉모습보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을 피츠제럴드와 연관시키신 것 같아요.
조권: 앨범이 전체적으로 약간 소설처럼 스토리에 중심을 뒀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집중해서 부르려고 했어요. 전에는 슬픈 일들을 떠올리거나 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일들을 생각하면서 노래하면 감정이 전달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가사를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면서 불렀어요.
진운: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너도 나처럼’은 특히 상황이 계속 그려지다 보니까 그 상황 자체에 몰입했죠.
슬옹: 저는 보컬을 절제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제가 전달하려는 걸 느끼도록 하는 목소리를 갖고 싶은데, 그런 점을 더 노력했어요. 저희가 아직 어리지만 한 살씩 먹어가면서 느낌이 달라지고, 더 나이 들면 다른 보컬이 될 수 있잖아요. 생각해보면 지금이 딱 그런 변화를 막 알게 된 때인 거 같아요. 그 맛을 즐기면서 부르게 됐어요.
진운 씨와 슬옹 씨는 2AM의 타이틀곡에서 앞부분을 부르는데, 소화하기 위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진운: 지난 앨범에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서 저희 음악에 맞는 감성을 잘 표현했는지 스스로 의심하기도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목소리 안에서 가장 억제하면서도 사람들이 슬프게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요.
슬옹: 노래 가사에 이별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 예전 경험들을 많이 끄집어냈던 것 같아요. 이별하고 나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무도 없는 불 꺼진 방안 침대에 혼자 앉아 있을 때의 그런 느낌. 그런 감정을 많이 표현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두 사람이 타이틀곡에서 앞부분을 부르고, 조권 씨와 창민 씨가 후렴구를 부르는 전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진운 씨는 지난번 이번에 내는 앨범에서는 꼭 후렴구를 부르겠다고 농담도 했었는데. (웃음)
진운: 그 얘기는 정말 농담이구요. (웃음) 저희의 노래 순서가 정해진 것처럼 들리지만 ‘잘못했어’도 그렇고 후렴구는 멤버들 중 각자 어울리는 사람이 불러요.
창민: 노래의 멜로디마다 지금 멤버들이 부른 것보다 더 잘 부르는 멤버가 없어요. 저보고 ‘너도 나처럼’ 앞부분을 부르라고 하면 진운이나 슬옹이만큼 못해요. 방시혁 PD님도 그 부분을 듣고 “딱 슬옹이 거다”라고 했으니까요. 만약에 제가 다른 부분도 다 잘했다면 처음에 솔로로 데뷔했겠죠. (웃음)
하지만 두 사람 역할이 희화화될 때도 있어요. MBC 의 ‘라디오 스타’에서 두 사람이 후렴구에서 하는 파트가 ‘우~’밖에 없다면서 놀림을 받기도 했고.
슬옹: 예능이니까요. (웃음) ‘너도 나처럼’에서 중저음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진운이 밖에 없어요. 높은 가성대의 화음은 제가 나은 편이구요. 그래서 아카펠라는 그렇게 해 왔거든요.
창민: 그냥 보시기에는 왜 ‘우~’밖에 안 하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저하고 권이하고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하면 아카펠라가 아예 안 돼요. 그런데도 해달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거절하다가 결국 하게 되죠. 그러면 그걸로 또 웃게 되는데, 예능 프로그램이니까 이해해요. 무대 위의 2AM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는 거니까.
슬옹: ‘라디오 스타’가 반응도 워낙 좋았구요. 제가 ‘마리오네트’를 ‘마리 앙뚜와네뜨’라고 하는 바람에 (웃음) 그런데 그 때 (김)구라 형 말고는 ‘마리오네트’인지 잘 몰랐어요. (웃음)
창민: 그럴 수도 있지. 난 갑자기 착각해서 시빌라이제이션을 시부리다의 명사형이라고 한 적도 있어. (웃음)
조권 씨는 특히 예능 프로그램과 무대 위에서의 차이가 큰 편이잖아요. 그런 부분이 지금의 조권에게 부담이 되지는 않나요?
조권: 예전에는 좀 비난을 받기도 해서 스트레스도 있었는데, 요즘엔 ‘깝권’이라는 게 너무 당연해져서. (웃음) 그런데 ‘깝권’은 제 원래 모습인 거고, 그게 많은 분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거예요. 그러니까 시간이 흐르면 저도 변하겠죠. 평생 ‘깝권’이기만 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평생 ‘깝권’ 이미지로만 보낼 수도 있고. (웃음) “조권을 이을 깝후보가 누구냐”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저는 신경 안 쓰이거든요. 저보다 더 잘하는 분이 나와도 상관없고. 저는 제가 변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겠죠.
창민: 권이도 그렇고 저희는 늘 똑같았다고 생각해요. 예능에서 재밌는 모습 보여 드리고, 무대에서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2AM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예능에서 저희를 알았다가 2AM의 발라드에 집중하게 되면 예능에서 저희의 모습이 어색할 수도 있을 거 같구요. 하지만 이것마저도 저희 색깔인 거 같아요.
“우리의 목소리가 어울리는 게 제일 좋은 곡” 발라드를 부르는 아이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점점 아이돌보다 발라드를 부르는 그룹이라는 느낌이 강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권: 데뷔했을 때 우리가 아이돌인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많은 분이 발라드 가수가 어떻게 아이돌이냐고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되돌아보니까 저희는 아이돌의 인생을 살았더라구요. 그런데 이젠 저희도 팬들도 좀 더 뮤지션으로 성장한 모습을 많이 원하고, 이번 앨범에서 어느 정도 보여 드릴 수 있는 때가 된 거라고 생각해요.
창민: 멤버들과도 얘기하는 게, 발라드를 부르는 실력파 아이돌을 “2AM 같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가 됐으면 좋겠어요. 발라드를 부르는 아이돌이면서 예능이나 연기에서 각자 할 수 있는 것들도 하고. 저희가 나올 때 목표가 god 같은 그룹이었거든요. 친근하기도 하면서 음악적으로도 대중이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그룹이요. 저희도 대중들이 어떤 노래를 들으면 2AM 생각이 난다고 할 수 있는 그룹이 됐으면 좋겠어요.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가 됐으면 좋겠고.
여러 면에서 지난 앨범 이후 이번 앨범까지의 기간이 터닝 포인트가 됐던 것 같아요. 앨범에서도 처음으로 방시혁 PD가 작곡에 참여하지 않았고.
창민: 방시혁 PD님이 곡에 많은 의견을 주시긴 했어요. 그런데 전에는 방시혁 PD님 같은 프로듀서의 작업을 통해서 2AM의 색깔이 만들어졌잖아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한 명의 프로듀서보다는 2AM 멤버들의 색깔로 만들어보라는 생각을 하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더 다양한 작곡가들을 썼고, 저희의 색깔이 드러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어반자카파의 권순일 씨와 한 ‘추억 다 지워’는 R&B를 시도했어요. 조권 씨는 가성을 쓰면서 새로운 보컬을 들려주기도 했고.
조권: 사실 새로운 보컬은 아니에요. 원래 다양하게 노래를 연습했는데, 그동안 못 보여 드린 걸 이번에 들려 드릴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추억 다 지워’ 같은 곡을 부를 수 있게 된 게 굉장히 좋았고, 재미있었어요.
여러 작곡가와 작업하면서 음악이나 노래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 때문에 노래에 대해 다들 한마디씩 하는데. (웃음)
슬옹: 개인적으로 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룹으로 볼 때는 네 명이 어우러졌을 때 가장 좋은 노래가 나오겠죠. 이번에 박선주 선생님이나 윤종신 선배님과 작업할 때 “너네 네 명은 괜히 모인 게 아니구나”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각자 맡고 있는 파트가 뚜렷한 색깔이 있어서 녹음할 때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확실한 색깔이 나온다”라고 하시더라구요. 좋은 노래라면 물론 곡부터 좋아야겠지만 그룹에게 좋은 노래는 우리의 목소리가 어울리는 게 제일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권: 연습생 때는 어떤 노래가 좋은 노래인지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것까지 생각했으면 머리가 터졌을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지금은 노래를 불렀을 때 유명해지기도 하지만 어떤 노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을 주잖아요. 많은 사람이 그럴 수 있다면 그 노래가 좋은 노래라고 생각해요. 감동을 주는 목소리를 노래에 담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 같아요.
감동을 주는 노래를 부르는데 지난 시간이 어떤 영향을 주나요? 조권 씨는 ‘너도 나처럼’에서 아주 세게 부르지는 않아도 감정적으로 절절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조권: 제 파트가 확 터지지도 않고, 앞부분처럼 아예 잔잔하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감정을 억누르려는 쪽으로 소화를 했어요. 제가 평소에 잘 참거든요. 예를 들면 연습생 시절도 잘 참았고, 화가 나도, 짜증이 나도, 슬퍼도 별로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하면서 잘 참는데 노래할 때 그 감정을 많이 쓰는 거 같아요. 평소 참아왔던 것들, 나 혼자 억누르고 있던 것들이 노래로 표현되니까 노래에도 감정 이입이 되구요.
글.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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