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대한민국 교육채널입니다" /> EBS 수 밤 9시 50분
‘배우는 즐거움’은 인류 보편의 욕망이다. 동시에 ‘즐거워야 배운다’ 또한 부인할 수 없는 명제다. 30만 년 전, 텅 비어 있던 한반도에 나타나 구석기 문화를 남기고 사라진 호모에렉투스(직립인간)를 다룬 ‘한반도 최초의 인류 전곡리 사람들’ (이하 ‘한반도 최초의 인류’)은 후자의 가치를 잘 보여주었다. 시작은 작은 석기였다. 완벽한 좌우대칭에 날카로운 단면을 가진 ‘주먹도끼’는 ‘고대의 스위스 칼’이라 해도 좋을 구석기 시대 최고의 유물이자 발명품이었다.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경기도 한탄강 인근에서 발견된 ‘전곡리 주먹도끼’는 한반도에 나타난 첫 인류의 흔적이다. 방송에서 직접 제작하는 모습을 통해 보여주었듯 고도의 지능과 기술력이 필요한 주먹도끼는 인류가 외부 세계를 인지하고 머릿속의 이미지를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이다. 이것으로 동물을 사냥해 불에 익혀 먹었던 호모에렉투스는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할 수 있었고, 이는 뇌 용량의 비약적 발달로 이어져 인류의 진화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한반도 최초의 인류’는 이 일련의 과정을 전문가의 설명만이 아닌 특수 분장, 3D 그래픽, 재연으로 생생하게 전달했다. 투박한 얼굴에 괴성으로 소통하는 무리가 멧돼지를 사냥하는 순간은 박진감 있게 재연되었고, 주먹도끼로 가죽을 벗기는 장면은 이 ‘만능 석기’의 능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었다. “우리는 잊고 있지만, 모든 것은 오래 전 그들이 남긴 주먹도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자체가 나머지를 있게 했다”는 전문가의 말은 방송의 의의를 지지하기에 충분하지만, 좋은 의도가 좋은 방송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한반도 최초의 인류’를 통해 보여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흥미롭고 새롭게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EBS의 노력이 의미를 갖는다. 50분의 방송 시간이 술술 흘러갔다. 이것이 보는 것만으로 졸음이 밀려오는 판서가 가득한 50분짜리 국사 수업은 할 수 없는 ‘방송 다큐멘터리’의 힘이고 ‘즐거워야 배우는’ 이유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배우는 즐거움’은 인류 보편의 욕망이다. 동시에 ‘즐거워야 배운다’ 또한 부인할 수 없는 명제다. 30만 년 전, 텅 비어 있던 한반도에 나타나 구석기 문화를 남기고 사라진 호모에렉투스(직립인간)를 다룬 ‘한반도 최초의 인류 전곡리 사람들’ (이하 ‘한반도 최초의 인류’)은 후자의 가치를 잘 보여주었다. 시작은 작은 석기였다. 완벽한 좌우대칭에 날카로운 단면을 가진 ‘주먹도끼’는 ‘고대의 스위스 칼’이라 해도 좋을 구석기 시대 최고의 유물이자 발명품이었다.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경기도 한탄강 인근에서 발견된 ‘전곡리 주먹도끼’는 한반도에 나타난 첫 인류의 흔적이다. 방송에서 직접 제작하는 모습을 통해 보여주었듯 고도의 지능과 기술력이 필요한 주먹도끼는 인류가 외부 세계를 인지하고 머릿속의 이미지를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이다. 이것으로 동물을 사냥해 불에 익혀 먹었던 호모에렉투스는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할 수 있었고, 이는 뇌 용량의 비약적 발달로 이어져 인류의 진화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한반도 최초의 인류’는 이 일련의 과정을 전문가의 설명만이 아닌 특수 분장, 3D 그래픽, 재연으로 생생하게 전달했다. 투박한 얼굴에 괴성으로 소통하는 무리가 멧돼지를 사냥하는 순간은 박진감 있게 재연되었고, 주먹도끼로 가죽을 벗기는 장면은 이 ‘만능 석기’의 능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었다. “우리는 잊고 있지만, 모든 것은 오래 전 그들이 남긴 주먹도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자체가 나머지를 있게 했다”는 전문가의 말은 방송의 의의를 지지하기에 충분하지만, 좋은 의도가 좋은 방송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한반도 최초의 인류’를 통해 보여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흥미롭고 새롭게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EBS의 노력이 의미를 갖는다. 50분의 방송 시간이 술술 흘러갔다. 이것이 보는 것만으로 졸음이 밀려오는 판서가 가득한 50분짜리 국사 수업은 할 수 없는 ‘방송 다큐멘터리’의 힘이고 ‘즐거워야 배우는’ 이유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