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미국 음악전문 웹진인 SPIN이 ‘SPIN`s 20 Best Pop Albums of 2011’을 발표했다. 아델,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의 앨범이 선정된 이번 리스트에서 레이디 가가의 < Born This Way >와 콜드 플레이의 < Mylo Xyloto >, 리한나의 < Talk That Talk: Deluxe Edition >가 각각 1위, 8위, 10위를 차지했다. 그 중 2NE1의 <2nd Mini Album>과 소녀시대의 < Girls` Generation >도 6위, 18위에 올랐다. 앞서 9일 발표된 ‘SPIN`s 20 Best Songs of 2011’에는 현아의 ‘버블 팝’이 9위에 랭크됐고, 또 다른 음악전문 웹진인 SLANT의 ‘The 25 Best Singles of 2011’에서는 K-POP 중 유일하게 2NE1의 ‘I Am the Best’가 2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동안 서구에서 K-POP은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리는 공연이나 인터넷에서의 반응 등 대중적인 영역에서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던 K-POP이 평론의 영역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한 소개를 넘어 구체적인 분석으로



현아의 ‘버블 팝’은 ‘SPIN`s 20 Best Songs of 2011’ 9위에, 소녀시대의 < Girls` Generation >은 ‘SPIN`s 20 Best Pop Albums of 2011’ 18위에 올랐다.
SPIN은 2NE1이 <2nd Mini Album>의 6곡을 시간차로 하나씩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this stopgap’) 이 앨범을 ‘부정할 수 없는 후크와 함께 15초마다 일렉트로 하우스, 힙합, 팝-록 기타 등이 충돌된’(A collision of electro-house, hip-hop, and pop-rock guitar, with yet another undeniable hook cropping up every 15 seconds) ‘올해의 가장 뚜렷하게 신나는 레코드’로 평가했다. 또한 이 앨범이 총 프로듀서를 맡은 테디와 쿠시의 주요한 작업임을 언급하며 프로듀서에 대한 관심을 비쳤고, ‘내가 제일 잘 나가’와 ‘Ugly’ 등에서 보여준 2NE1 멤버들의 특성을 ‘persona’로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SLANT는 박봄의 보컬에 대해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서양이 발견한 K-POP의 기쁨 중 가장 큰 발전’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2NE1이 미국 평단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에 대해 프로듀서 테디는 “유튜브 조회 수 같은 숫자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 동양의 음악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2NE1의 베이스는 힙합이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음악계를 주름 잡았던 것은 힙합이고, 이제 힙합을 모르면 팝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서구의 반응에 대해 분석했다. “음악을 만들 때 국내, 해외 트렌드가 아닌 글로벌 트렌드”를 생각한다는 테디의 자세가 해외 평단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는 것. “후렴은 장조이지만 브릿지는 아랍 스타일이고 단조로도 변하는” 시도를 했던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이런 생각의 결과이기도 하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잡은 2NE1



한국에서 곡을 만들고,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도 ‘글로벌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작곡가의 마인드는 서구에서 K-POP이 익숙하지만 새로운 느낌의 트렌드로 받아들여지도록 한다. 테디는 “영어 구사 뿐 아니라 힙합 문화를 깊이 체험한 멤버들을 통해 힙합을 ‘우리화’해서 다시 내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CL이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노래할 때의 발음과 보통 사람이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발음하는 것이 다르다”면서 “언어도 소리와 사운드로 표현”하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것. 서구에서 K-POP은 ‘한국의 음악’이라기 보다 현재 서구 대중음악의 트렌드에 한국 댄스음악의 특질이 섞인 어떤 장르 같은 것인 셈이다.

2NE1처럼 프로듀서가 세계를 염두에 두고 음악과 스타일을 프로듀싱 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또한 평단의 반응은 현재 그들의 트렌드와 음악시장, 그리고 해당 매체와 비평가의 입장까지 더해진 결과물이다.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무조건 좋은 곡인 것도, 그렇지 않다고 나쁜 곡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외팬들의 반응과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만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서구의 K-POP에 대한 관심이 이번 평론을 통해 새로운 평가의 잣대를 갖게 되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K-POP의 공격적인 해외 진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만 관련 사례는 이제 나오기 시작했고, 평가는 특정 뮤지션에 몰려 있다. 아직 K-POP이 그 이름만으로 어떤 정체성을 가졌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점에서 “많은 음악이 K-POP으로 분류되지만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테디의 말은 충분히 기억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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