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한 것처럼 시행착오와 인생의 고비는 20대의 누구나 겪는 일이다. 중요한 건 그 때 용기를 잃느냐 잃지 않느냐다.
박민영 : 그 때가 가장 어두웠던 시기였는데 자신감도 없어지고, 의기소침하기도 했다. 사춘기 때에도 안 겪은, 내가 이 길을 맞게 가고 있는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고민을 하던 시기다. 그 정도로 정신적으로 황폐했다.
SBS 가 끝날 즈음이었던 건가.
박민영 : 끝나고 나서. 사실 배우로서의 나는 를 통해 얻은 게 많다. 그 동안에는 통통 튀거나 새침한? 그런 여고생을 연기하다가 처음으로 정극에 가까운 연기를 했던 게 다. 그래서 준비도 오래 걸렸다. 그동안 여고생 연기를 하며 장점이 되었던 목소리 톤이나 자연스럽게 들릴 법한 발음의 흘림이나 이런 것들이 사극에서는 적나라하게 단점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말의 힘, 목소리의 힘을 기르는 연습을 했다. 판소리도 오래 하고 아나운서 연습하듯 발음 연습도 다시 했다. 그런 트레이닝을 거친 후 반년 동안 촬영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힘들었을지 몰라도 연기적으로는 많이 배우는 시기였다. 그런 에서의 연기가 있었으니까 윤희라는 큰 선물을 받을 수 있게 되었겠지.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대중의 외면을 받았던 작품이라 당시에는 충격도 받았고 나 때문인가 싶었다. 글쎄… 이번 작품이 잘 됐다고 다음 작품도 잘 될 거라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은 이제 안 한다.
“반복하고 자기복제하면 가장 먼저 알아채는 게 대중” 그럼 그 땐 그런 생각을 했던 건가.
박민영 : 운이 워낙 좋지 않았나. 이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그 때까지 그다지 실패한 게 없었다. 도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어쨌든 두 번째 작품임에도 큰 역할을 했고 상도 받았다. 다들 예쁘다, 예쁘다 해주셨고. 그 다음 는 단막극이었는데도 시청률 21퍼센트가 나왔다. 그 다음 선택한 게 였는데 그냥 잘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안 됐을 때 충격이 더 컸던 거다. 보호막을 미리 장치해야 했는데 맨몸으로 받으니까 강도가 훨씬 크더라. 그 때 조금 힘들었지만 어쨌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했다는 거에 만족을 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끝나고 나서 몇 개 작품이 엎어졌는데 그 때 상심이 가장 심했다. 라는 작품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해서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잃을 게 있나 싶었다. 정말 하고 싶던 작품에 이상한 일이 생기면서 의기소침하게 되다 보니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계속 던지게 됐다. 그러다 마침 회사도 옮기고 많은 것이 변했고,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자 해서 새로운 회사에서 새롭게 시작했던 드라마가 였다. 그건 정말 마음을 다 비우고 나서, 이제 완전한 신인으로 돌아가서 해도 되겠다며 했다. 사실 수목드라마 사이를 메우기 위한 편성이었던 만큼 시청률에 대한 욕심은 내지 않고, 그냥 좋은 경험하겠다는 생각으로 찍었다. 덕분에 즐기면서 찍을 수 있었고, 그렇게 웜업하는 동안 이 들어오고 마지막 오디션을 통해 윤희 역을 맡았다. 마음을 잔뜩 비우니 새로 채울 일만 남아서 연기도 즐겁고 체력적인 고갈도 이길 만큼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더라. 그래서 이제는 윤희만큼 단단해졌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이제 성공과 실패 때문에 일희일비 안 할 자신이 있다는 건가.
박민영 : 그렇지. 예전 의 인기가 내 것이라고 자만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났던 거다. 이젠 아, 그게 사실 작품의 인기였구나, 캐릭터의 인기였구나,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내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대중은 바로 외면할 자세가 되어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을 통해 다시 인기를 돌려받았다고 해서 그게 내 거라는 생각은 안 하겠지. 그건 작품의 인기고, 김윤희라는 캐릭터가 사랑스러워서 받은 사랑이다. 여기서 내가 뭔가 노력해서 대중들에게 나 이런 사람이라고 각인시키지 않는 이상 또 잊혀지겠지. 또 단순히 나 혼자 열심히 연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고. 대중의 취향이 정말 일 분 일 초 단위로 변하는 시기에 대중이 좋아하는 연기가 무엇인지, 내게 원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안다고 해서 반복하고 자기복제하면 가장 먼저 알아채고 식상해하는 것도 대중이다. 그래서 영화 를 차기작으로 고른 거고.
작품이 호러라고 하던데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가.
박민영 : 고양이를 중심으로 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심리 호러인데 나는 우연히 사건의 실마리를 알게 되어 형사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다. 지독히 평범하면서도 폐쇄공포증이 있는 인물이다. 내가 여태 하던 인물과는 정반대의 인물인 셈이다. 사실 공포영화에서는 여자 캐릭터가 단순하게 그려지지 않나. 일차원적으로 꺄악 대거나. 그런데 이번 캐릭터는 그런 영화에선 보기 힘든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 정도의 역할이면 내가 욕심을 갖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크랭크인까지 2주 밖에 남지 않아서 모든 프로세스를 더 빨리 가동해야 한다. 다행인지 때마침 휴대전화를 깨뜨려서 모든 전화번호가 다 날아갔다. 문자가 와도 누군지 몰라서 답장을 못 보내고 있다. 이렇게 차츰 외로워지는 연습을 하다가 2월에 그 알을 깨고 나올 때 다시 밝은 모습으로 ‘샤라랑’ 나오려고.
“내가 좋은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작품도 입체적이라는 이유로 골랐는데, 사실 한국에서 여배우를 소비하는 방식이 꼭 입체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다.
박민영 : 어쩌겠나, 이 시대에 태어났고 지금 원하는 게 그런 거라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 그러다 윤희 같은 캐릭터를 만날 수도 있는 거고. 만약 내게 주어진 게 1이라면 1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요새는.
2를 바라진 않고?
박민영 : 그러려면 내가 작품을 써야지. 하하. 그냥 1을 연기하되 그래도 대중들이 봤을 때 미묘한 차이가 있는 연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이 캔디를 연기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지 않나. 누군가의 캔디는 좋았고, 누군가의 캔디는 진부하다고 할 때, 그래도 박민영의 캔디는 살아 움직이더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그런 걸 만들어가는 건 대본 외의 것이지 않나. 그것이 진정 배우의 능력일 수도 있고.
박민영 : 음… 어떻게 살리느냐는 진짜 배우의 몫인 거 같다. 을 할 땐 아무 것도 몰라서 주면 그냥 다 내 식으로 풀었다. 달려, 달려봐 할 때 나는 죽어라 달렸다. 그런데 여태껏 볼 수 없는 여배우의 달리기 자세가 나왔다더라. 그러다 작가분들이 전국대회 일등까지 시켜줬는데 그 때 알았다. 똑같은 기회를 줬을 때 쟁취하고 살리는 건 배우의 몫이라는 걸. 물론 내가 살린 캐릭터도 있고 못 살린 캐릭터도 있는데 윤희는 어느 정도 살렸다고 본다. 예를 들어 밥을 먹는다고 대본에 적혀있으면 나는 우걱우걱 먹는다. 예쁜 척 안하고 우걱우걱 김치도 먹고 미역국도 입에 가득 넣는다. 나는 그런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려 한다.
결국 캐릭터를 이해한다는 건 사람을 이해한다는 거 아닌가.
박민영 : 아직 연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이상 계산적인 건 잘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내 캐릭터를 아끼고 최대한 그 아이가 되는 거다. 그러면 달리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달리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나도 모르게 얼굴은 망가질지언정 죽어라 뛰지 않을까. 그리고 빨리 먹고 가야하는데 언제 예쁘게 먹고 있나. 집에서 밥 비벼먹듯 먹는 거지. 캐릭터를 가장 사랑하는 것만이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본인의 캐릭터 모두를 사랑할 자신이 있나.
박민영 : 다 사랑했다. 의 낙랑공주를 할 때도 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하면서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혼자 위로했다. 내 캐릭터를 다 사랑했고 앞으로는 더 사랑할 거다. 이제는 정체되면 안 되지 않나. 연기가 많이 늘어야지. 언제까지 신인일 수도 없는 거고. 연기는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인정받는 건 아니다. 그래도 결과를 보여줘야 시청률처럼 잘금잘금 실력이 오르고 있구나, 할 거 아닌가. 그래야 대중과 같이 호흡하는 배우가 될 거고.
화려한 데뷔도 하고 슬럼프도 겪고 다시 인기를 얻는 굴곡 많은 20대를 보내며 점점 성장하고 있다. 서른이 됐을 때는 어떤 배우면 좋겠나.
박민영 : 내가 가까운 미래는 설계를 잘하는데 조금 떨어지면 잘 모르겠다. 서른에는… 그냥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
그게 연기가 아닐 수도 있나.
박민영 : 모르지, 어떻게 아나. 아무도, 완전, 모르는 거다. 내가 지금은 연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하지만 어느 순간 지나가다 갤러리를 보고 ‘난 역시 미술을 해야 해’ 할 수도 있는 거다. 그런데 그걸 억누르고 두 번째로 사랑하는 연기를 하면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아직 20대고, 아직 충분히 방황해도 되는 나이고, 나는 지금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내가 좋은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 때까지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느끼고 있는 행복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 땐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게 아니라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면 좋겠다. 그게 육아일 수도 있고. 하하. 모르잖아.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박민영 : 그 때가 가장 어두웠던 시기였는데 자신감도 없어지고, 의기소침하기도 했다. 사춘기 때에도 안 겪은, 내가 이 길을 맞게 가고 있는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고민을 하던 시기다. 그 정도로 정신적으로 황폐했다.
SBS 가 끝날 즈음이었던 건가.
박민영 : 끝나고 나서. 사실 배우로서의 나는 를 통해 얻은 게 많다. 그 동안에는 통통 튀거나 새침한? 그런 여고생을 연기하다가 처음으로 정극에 가까운 연기를 했던 게 다. 그래서 준비도 오래 걸렸다. 그동안 여고생 연기를 하며 장점이 되었던 목소리 톤이나 자연스럽게 들릴 법한 발음의 흘림이나 이런 것들이 사극에서는 적나라하게 단점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말의 힘, 목소리의 힘을 기르는 연습을 했다. 판소리도 오래 하고 아나운서 연습하듯 발음 연습도 다시 했다. 그런 트레이닝을 거친 후 반년 동안 촬영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힘들었을지 몰라도 연기적으로는 많이 배우는 시기였다. 그런 에서의 연기가 있었으니까 윤희라는 큰 선물을 받을 수 있게 되었겠지.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대중의 외면을 받았던 작품이라 당시에는 충격도 받았고 나 때문인가 싶었다. 글쎄… 이번 작품이 잘 됐다고 다음 작품도 잘 될 거라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은 이제 안 한다.
“반복하고 자기복제하면 가장 먼저 알아채는 게 대중” 그럼 그 땐 그런 생각을 했던 건가.
박민영 : 운이 워낙 좋지 않았나. 이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그 때까지 그다지 실패한 게 없었다. 도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어쨌든 두 번째 작품임에도 큰 역할을 했고 상도 받았다. 다들 예쁘다, 예쁘다 해주셨고. 그 다음 는 단막극이었는데도 시청률 21퍼센트가 나왔다. 그 다음 선택한 게 였는데 그냥 잘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안 됐을 때 충격이 더 컸던 거다. 보호막을 미리 장치해야 했는데 맨몸으로 받으니까 강도가 훨씬 크더라. 그 때 조금 힘들었지만 어쨌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했다는 거에 만족을 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끝나고 나서 몇 개 작품이 엎어졌는데 그 때 상심이 가장 심했다. 라는 작품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해서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잃을 게 있나 싶었다. 정말 하고 싶던 작품에 이상한 일이 생기면서 의기소침하게 되다 보니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계속 던지게 됐다. 그러다 마침 회사도 옮기고 많은 것이 변했고,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자 해서 새로운 회사에서 새롭게 시작했던 드라마가 였다. 그건 정말 마음을 다 비우고 나서, 이제 완전한 신인으로 돌아가서 해도 되겠다며 했다. 사실 수목드라마 사이를 메우기 위한 편성이었던 만큼 시청률에 대한 욕심은 내지 않고, 그냥 좋은 경험하겠다는 생각으로 찍었다. 덕분에 즐기면서 찍을 수 있었고, 그렇게 웜업하는 동안 이 들어오고 마지막 오디션을 통해 윤희 역을 맡았다. 마음을 잔뜩 비우니 새로 채울 일만 남아서 연기도 즐겁고 체력적인 고갈도 이길 만큼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더라. 그래서 이제는 윤희만큼 단단해졌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이제 성공과 실패 때문에 일희일비 안 할 자신이 있다는 건가.
박민영 : 그렇지. 예전 의 인기가 내 것이라고 자만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났던 거다. 이젠 아, 그게 사실 작품의 인기였구나, 캐릭터의 인기였구나,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내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대중은 바로 외면할 자세가 되어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을 통해 다시 인기를 돌려받았다고 해서 그게 내 거라는 생각은 안 하겠지. 그건 작품의 인기고, 김윤희라는 캐릭터가 사랑스러워서 받은 사랑이다. 여기서 내가 뭔가 노력해서 대중들에게 나 이런 사람이라고 각인시키지 않는 이상 또 잊혀지겠지. 또 단순히 나 혼자 열심히 연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고. 대중의 취향이 정말 일 분 일 초 단위로 변하는 시기에 대중이 좋아하는 연기가 무엇인지, 내게 원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안다고 해서 반복하고 자기복제하면 가장 먼저 알아채고 식상해하는 것도 대중이다. 그래서 영화 를 차기작으로 고른 거고.
작품이 호러라고 하던데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가.
박민영 : 고양이를 중심으로 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심리 호러인데 나는 우연히 사건의 실마리를 알게 되어 형사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다. 지독히 평범하면서도 폐쇄공포증이 있는 인물이다. 내가 여태 하던 인물과는 정반대의 인물인 셈이다. 사실 공포영화에서는 여자 캐릭터가 단순하게 그려지지 않나. 일차원적으로 꺄악 대거나. 그런데 이번 캐릭터는 그런 영화에선 보기 힘든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 정도의 역할이면 내가 욕심을 갖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크랭크인까지 2주 밖에 남지 않아서 모든 프로세스를 더 빨리 가동해야 한다. 다행인지 때마침 휴대전화를 깨뜨려서 모든 전화번호가 다 날아갔다. 문자가 와도 누군지 몰라서 답장을 못 보내고 있다. 이렇게 차츰 외로워지는 연습을 하다가 2월에 그 알을 깨고 나올 때 다시 밝은 모습으로 ‘샤라랑’ 나오려고.
“내가 좋은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작품도 입체적이라는 이유로 골랐는데, 사실 한국에서 여배우를 소비하는 방식이 꼭 입체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다.
박민영 : 어쩌겠나, 이 시대에 태어났고 지금 원하는 게 그런 거라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 그러다 윤희 같은 캐릭터를 만날 수도 있는 거고. 만약 내게 주어진 게 1이라면 1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요새는.
2를 바라진 않고?
박민영 : 그러려면 내가 작품을 써야지. 하하. 그냥 1을 연기하되 그래도 대중들이 봤을 때 미묘한 차이가 있는 연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이 캔디를 연기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지 않나. 누군가의 캔디는 좋았고, 누군가의 캔디는 진부하다고 할 때, 그래도 박민영의 캔디는 살아 움직이더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그런 걸 만들어가는 건 대본 외의 것이지 않나. 그것이 진정 배우의 능력일 수도 있고.
박민영 : 음… 어떻게 살리느냐는 진짜 배우의 몫인 거 같다. 을 할 땐 아무 것도 몰라서 주면 그냥 다 내 식으로 풀었다. 달려, 달려봐 할 때 나는 죽어라 달렸다. 그런데 여태껏 볼 수 없는 여배우의 달리기 자세가 나왔다더라. 그러다 작가분들이 전국대회 일등까지 시켜줬는데 그 때 알았다. 똑같은 기회를 줬을 때 쟁취하고 살리는 건 배우의 몫이라는 걸. 물론 내가 살린 캐릭터도 있고 못 살린 캐릭터도 있는데 윤희는 어느 정도 살렸다고 본다. 예를 들어 밥을 먹는다고 대본에 적혀있으면 나는 우걱우걱 먹는다. 예쁜 척 안하고 우걱우걱 김치도 먹고 미역국도 입에 가득 넣는다. 나는 그런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려 한다.
결국 캐릭터를 이해한다는 건 사람을 이해한다는 거 아닌가.
박민영 : 아직 연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이상 계산적인 건 잘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내 캐릭터를 아끼고 최대한 그 아이가 되는 거다. 그러면 달리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달리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나도 모르게 얼굴은 망가질지언정 죽어라 뛰지 않을까. 그리고 빨리 먹고 가야하는데 언제 예쁘게 먹고 있나. 집에서 밥 비벼먹듯 먹는 거지. 캐릭터를 가장 사랑하는 것만이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본인의 캐릭터 모두를 사랑할 자신이 있나.
박민영 : 다 사랑했다. 의 낙랑공주를 할 때도 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하면서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혼자 위로했다. 내 캐릭터를 다 사랑했고 앞으로는 더 사랑할 거다. 이제는 정체되면 안 되지 않나. 연기가 많이 늘어야지. 언제까지 신인일 수도 없는 거고. 연기는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인정받는 건 아니다. 그래도 결과를 보여줘야 시청률처럼 잘금잘금 실력이 오르고 있구나, 할 거 아닌가. 그래야 대중과 같이 호흡하는 배우가 될 거고.
화려한 데뷔도 하고 슬럼프도 겪고 다시 인기를 얻는 굴곡 많은 20대를 보내며 점점 성장하고 있다. 서른이 됐을 때는 어떤 배우면 좋겠나.
박민영 : 내가 가까운 미래는 설계를 잘하는데 조금 떨어지면 잘 모르겠다. 서른에는… 그냥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
그게 연기가 아닐 수도 있나.
박민영 : 모르지, 어떻게 아나. 아무도, 완전, 모르는 거다. 내가 지금은 연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하지만 어느 순간 지나가다 갤러리를 보고 ‘난 역시 미술을 해야 해’ 할 수도 있는 거다. 그런데 그걸 억누르고 두 번째로 사랑하는 연기를 하면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아직 20대고, 아직 충분히 방황해도 되는 나이고, 나는 지금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내가 좋은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 때까지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느끼고 있는 행복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 땐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게 아니라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면 좋겠다. 그게 육아일 수도 있고. 하하. 모르잖아.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