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란 무엇인가>, 칭찬 제대로 하고 계십니까
, 칭찬 제대로 하고 계십니까" /> 화 EBS 밤 9시 50분
‘잘한다, 최고야’가 아닌 칭찬의 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다른 칭찬의 말은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에 부모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으로 “칭찬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되묻는다. 칭찬이 과연 모두가 기대하는 그런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일까? EBS 교육대기획 10부작 중 6부작인 ‘칭찬의 역효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칭찬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그 근원부터 파고들어가 질문을 던진다. 실험의 결과는 놀랍다. ‘잘한다, 똑똑하다’와 같은 일상적인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그 기대감이 부담스럽고,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 자신을 실험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 대신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한다’거나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은 아이들은 과감하게 그 다음 단계를 선택한다. 칭찬을 들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앞으로 어떤 것을 더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나는 몇 등인가?’에 있다. 칭찬 스티커 받기 위해 아이들은 자신의 수준보다 낮은 책을 빨리, 대충 읽어 넘기며 스티커의 개수에 집착한다. 책을 한글자라도 더 빨리 읽겠다고 뛰면서 웃음을 잃고 선생님에게 도장을 재촉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느 순간 지금 이 나라 무한경쟁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전문가들은 칭찬은 결국 타인의 평가 잣대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수학문제풀이 능력과, 그림 실력과, 놀이마저도 칭찬의 대상이 되는 순간, 아이들은 그 평가에 갇혀 스스로의 느낌으로 표현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칭찬에 춤추는 고래도, 당근과 채찍에 움직이는 당나귀도 아닌, 칭찬 속에 숨겨진 기대심리와 유혹을 이미 알고 있는 하나의 인격체이다. “박수가 멈추면 춤추지 못하는 어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이 다큐멘터리의 오프닝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칭찬 스티커 없이는 야채 주스를 마시지 않는 아이들처럼, 보상과 대가 없이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어쩌면 이 다큐멘터리가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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