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크고 화려해지는 가요 프로그램의 무대
2NE1은 SBS <인기가요> 컴백무대의 ‘Can`t nobody’에서 흑백 대비가 부각되는 세트로 아예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Go away’의 댄서들은 춤을 추는 대신 클러버의 모습을 연기하며 이 곡이 어디서 들어야할 곡인지 시각화시켰다. Mnet < M! Countdown >의 ‘박수쳐’는 아예 두 개의 무대를 따로 찍고, 편집으로 하나의 무대처럼 연출했다. 마지막에는 CL이 치켜든 손가락 앞에 ‘2NE’를 붙여 2NE1의 로고를 만들었다. 2NE1에게 가요 프로그램의 무대는 공간보다 시간의 개념이다. 가요 프로그램의 시간을 대여해 그들이 제작한 영상물을 보여준다. 그게 어떤 공간에서 찍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더 이상 같은 바닥과 세트에 줄 서서 나와 춤으로 변별력을 갖지 않는다. 미스 A의 ‘Breath’도 마찬가지다. 미스 A 주변에는 화려한 세트가 설치되고, 곡 중반부터 뒤편에 여성 댄서들이 등장해 배경 역할을 한다. 그들 중 일부는 앞으로 나와 미스 A와 여러 상황을 연출한다. 무대 연출이 춤이 아닌 전체적인 그림의 단위로 확대되고, 멤버들과 여성 댄서들의 다채로운 동작을 통해 반복적인 구성의 ‘Breath’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느낌으로 변한다.
지금의 가요계가 원하는 가수
그러나 이 무대는 더 넓어질수록 많은 이들에게는 닫힌 무대가 된다. 군소 기획사나 인디 뮤지션이 2NE1이나 미스 A같은 무대를 보여줄 수는 없다. 강승윤은 <슈퍼스타 K 2>에서 ‘본능적으로’를 불러 가인을 제치고 음원 차트를 ‘올킬’ 했다. 그 무대의 힘은 물론 강승윤이 드디어 가장 어울리는 곡을 만나 그를 아끼는 윤종신의 프로듀싱을 받아 부른데서 나왔다. 하지만 그 전에 강승윤은 <슈퍼스타 K 2>를 통해 몇 번씩 탈락 위기를 겪었고, ‘본능적으로’는 그 스토리의 반전 역할을 담당했다. 두 달여 동안 방송된 강승윤의 드라마가 ‘본능적으로’에서 해피엔딩으로 완결됐다. 실질적으로 <슈퍼스타 K 2>의 무대는 그 쇼 전체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얻는 가수는 극소수다. 그 외의 가수들은 점점 더 무대에서 승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한다. 선택받지 못한 그들은 과거보다 더 음악부터 무대까지 독창적인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요구받는다. 어쩌면 가요계는 그들에게 스스로를 통제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듀서가 되길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슈퍼스타 K>에 출연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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