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10] 뭔가 보이는 라디오
[PIFF+10] 뭔가 보이는 라디오
빨갛다, 레드카펫이. 벌겋다, 공형진류승룡의 얼굴이. 지난 10일 부산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의 DJ 공형진과 게스트 류승룡의 얼굴은 마치 개막식 때 그들이 밟았던 레드카펫 색깔과 비슷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좀 더 어두웠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달린” 공형진은 선글라스로 충혈된 눈을 가리고 잠시 광고가 나가는 사이 연신 음료수를 들이켰고, 며칠 째 잠을 제대로 못 잤지만 라디오 출연을 위해 서울 올라가는 시간까지 미룬 자칭 “최선을 다하는 배우” 류승룡 역시 낯빛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이런 컨디션으로 무려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한다는 건 어쩌면 애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배우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의 주말을 조용하게 보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영화제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그토록 예의바른 두 배우는 그 날 유난히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속도 타고, 얼굴도 타는 1시간을 견뎌야 했다.

“화이팅!”이라며 악수를 건네는 할아버지 팬의 손을 넙죽 잡으며 무대에 오른 DJ 공형진은 객석으로부터 ‘절친’ 장동건 못지않은 환호를 받자 이내 V자를 그리며 자체 포토타임을 가진다. 방송 중간 중간 광고와 노래가 나갈 때 천근만근 같은 몸을 가누지 못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자가 되도록 의자에 기대지만, 이내 여기저기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워 ‘미소+V’자 패키지를 선보이는 그는 역시 프로답다. 이 날 게스트는 PIFF 갈라 프리젠테이션의 상영작 의 이서군 감독과 배우 류승룡. 12년 전 영화 를 통해 최연소 여성 감독으로 주목받은 이서군 감독이 “주부로서 된장찌개를 끓이다가 된장과 사랑을 엮어서 전혀 통속적이지 않은 이야기 만들어보고 싶었다”면서 진지하게 작품 소개를 한다면, 덥수룩한 턱수염과 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류승룡은 “요즘 내 별명이 ‘중년 귀요미’로 바뀌었다”는 말 한마디로 나이불문 여심을 뒤흔든다. 탁 트인 해운대 바다를 라디오 부스 삼아, 테이블에 놓인 음료수를 해장국 삼아. 이 날 은 분명 뭔가 ‘보이는 라디오’였다.
[PIFF+10] 뭔가 보이는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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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10] 뭔가 보이는 라디오
[PIFF+10] 뭔가 보이는 라디오
글. 부산=이가온 기자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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