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 도사’가 도발적 질문지 대신 얻은 것
‘무릎팍 도사’가 도발적 질문지 대신 얻은 것
‘무릎팍 도사’ 수 MBC 밤 11시 5분
‘무릎팍 도사’의 특징 중 하나는 게스트가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다시피 한다는 점이다. 예측 가능한 수위의 질문을 던지고 연신 맞장구를 쳐주는 강호동의 진행은 예전의 도발적인 매력을 잃었지만, 그 덕분에 ‘무릎팍 도사’는 공중파에선 드물게 게스트가 온전히 자기 페이스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토크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 양날의 검은 토니안 같이 풀어낼 이야기가 많은 게스트가 나올 때 진가를 발휘한다. 토니안은 JTL로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이나, 수년간 항우울제에 의지해 살았다는 민감한 이야기들을 담담한 회고조로 들려주었다. 물론 해체 당시의 상처가 아직도 생생할 사람들에게는 ‘그저 오해였고 지금은 다 풀었다’ 정도의 수위에서 스마트하게 이야기를 닫아 버리는 토니안에게 더 집요하게 질문하지 않는 강호동의 진행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게스트의 말을 충실하게 들어주는 ‘무릎팍 도사’가 아니라면, 오디션 와중에 건전지를 사러 LA의 밤거리를 뛰어 다니던 절박했던 10대 시절 이야기를 이리도 길고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토니안을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무릎팍 도사’는 날카롭고 도발적인 질문자의 지위를 포기한 대신에, 자신의 인생에 드리워진 빛과 어둠을 고백하는 토니안의 육성을 그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고도 생생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데뷔한지 햇수로 15년 차인 ‘아이돌의 조상님’에게, 이만큼 정중히 예우를 갖추기도 쉽지 않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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