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을 소개합니다
우리 연이는 얼굴은 연꽃처럼 예쁘고, 손재주가 뛰어나 그림도 잘 그리고 무엇보다 이 어미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한 효녀입니다. 하지만 10살이 되면 여우가 될 운명을 갖고 태어난 불쌍한 아이입니다. 여우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남들보다 청각과 후각이 예민합니다. 듣지 않아도 될 소리와 맡지 않아도 될 냄새 때문에 힘들어하는 연이를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안아주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특히, 얼굴에 털이 나고 귀가 뾰족하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꾹 참으면서 “어머니, 저는 괴물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이 못난 어미의 가슴은 너무나 아팠습니다. 비록 여우가 될 운명이지만, 그 누구보다 사람을 믿고 사랑하는 아이입니다.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이 다치면 정성스레 상처를 치료해주고, 자신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초옥이를 위해 직접 수의까지 만들어줬습니다. 도련님이 우리 연이를 아끼고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 착한 심성 때문일 겁니다. 이렇게 예쁘고 착한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이제 연이는 제 곁에 없습니다. 아니, 이 어미를 잊지 못하고 초옥이의 몸을 통해 제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연이가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라고 불러주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내 여자친구 미호는 얼굴은 선녀처럼 예쁘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제 손을 잡고 달릴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우월한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슬만 먹게 생긴 얼굴로 한우 갈비살을 쉴 새 없이 먹는 ‘고기 돋는’ 여자입니다. 여우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남들보다 청각과 후각이 예민합니다. 밝은 귀로 제 신상정보는 물론이고 홀짝 게임에서 동전의 개수까지 알아맞히고, 남다른 후각 덕분에 제가 들고 있는 비닐 봉지 안에 고기 냄새 나는 덩어리가 있는지 스님이 좋아하는 녹차가 있는지 꿰뚫고 있는 여자입니다. 심지어 돈 없다고 거짓말하는 제 친구들의 지갑을 기어코 찾아내 “갓 잡은 소”를 사먹을 돈을 마련할 때 이 무능력한 남자친구의 가슴은 무너집니다. 비록 500년 동안 그림 속에 갇혀있었던 구미호지만, 그 어떤 여자보다 예쁘고 해맑은 인간입니다. 여우구슬을 핑계로 제 티셔츠 속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어도 예쁘고, 사이다의 탄산과 맥주의 거품을 보고 “이렇게 신기한 건 꼬리털 나고 처음”이라며 해맑게 웃으면 더 예쁩니다. 이렇게 묘한 아이가 점점 좋아지려 합니다. 오늘따라 미호가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소 좀 사주라, 대웅아!’라고 말하는 목소리 만큼은 무섭습니다.
글. 이가온 thirteen@
우리 연이는 얼굴은 연꽃처럼 예쁘고, 손재주가 뛰어나 그림도 잘 그리고 무엇보다 이 어미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한 효녀입니다. 하지만 10살이 되면 여우가 될 운명을 갖고 태어난 불쌍한 아이입니다. 여우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남들보다 청각과 후각이 예민합니다. 듣지 않아도 될 소리와 맡지 않아도 될 냄새 때문에 힘들어하는 연이를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안아주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특히, 얼굴에 털이 나고 귀가 뾰족하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꾹 참으면서 “어머니, 저는 괴물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이 못난 어미의 가슴은 너무나 아팠습니다. 비록 여우가 될 운명이지만, 그 누구보다 사람을 믿고 사랑하는 아이입니다.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이 다치면 정성스레 상처를 치료해주고, 자신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초옥이를 위해 직접 수의까지 만들어줬습니다. 도련님이 우리 연이를 아끼고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 착한 심성 때문일 겁니다. 이렇게 예쁘고 착한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이제 연이는 제 곁에 없습니다. 아니, 이 어미를 잊지 못하고 초옥이의 몸을 통해 제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연이가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라고 불러주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내 여자친구 미호는 얼굴은 선녀처럼 예쁘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제 손을 잡고 달릴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우월한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슬만 먹게 생긴 얼굴로 한우 갈비살을 쉴 새 없이 먹는 ‘고기 돋는’ 여자입니다. 여우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남들보다 청각과 후각이 예민합니다. 밝은 귀로 제 신상정보는 물론이고 홀짝 게임에서 동전의 개수까지 알아맞히고, 남다른 후각 덕분에 제가 들고 있는 비닐 봉지 안에 고기 냄새 나는 덩어리가 있는지 스님이 좋아하는 녹차가 있는지 꿰뚫고 있는 여자입니다. 심지어 돈 없다고 거짓말하는 제 친구들의 지갑을 기어코 찾아내 “갓 잡은 소”를 사먹을 돈을 마련할 때 이 무능력한 남자친구의 가슴은 무너집니다. 비록 500년 동안 그림 속에 갇혀있었던 구미호지만, 그 어떤 여자보다 예쁘고 해맑은 인간입니다. 여우구슬을 핑계로 제 티셔츠 속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어도 예쁘고, 사이다의 탄산과 맥주의 거품을 보고 “이렇게 신기한 건 꼬리털 나고 처음”이라며 해맑게 웃으면 더 예쁩니다. 이렇게 묘한 아이가 점점 좋아지려 합니다. 오늘따라 미호가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소 좀 사주라, 대웅아!’라고 말하는 목소리 만큼은 무섭습니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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