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플라이스>│갈 데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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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신의 영역을 꿈꾼다. 신처럼 높아지고자 바벨탑을 세웠고, 조물주가 되고 싶었던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괴물을 만들었다. 엘사(사라 폴리)와 클라이브(애드리언 브로디) 또한 과학으로 신의 권능에 도전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윤리적인 제약에 답답한 이들은 파충류, 조류, 양서류, 갑각류와 인간의 DNA가 결합한 ‘스플라이스’(다양한 종이 결합해 탄생한 독립적인 생명체) 드렌(델핀 샤네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엘사와 클라이브를 따르던 드렌의 급속한 성장은 점점 이들을 위협한다. 엘사와 클라이브는 결국 자신의 창조물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전철을 밟게 될까? 초현실적이고 기괴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제작자로, 새로운 방식으로 섬뜩함을 선보였던 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 이 둘은 각기 따로 만들던 영화에서만큼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어냈을까?
영화 <스플라이스>│갈 데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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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를 연 뒤 밀려오는 멀미
영화 <스플라이스>│갈 데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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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후 겪는 멀미 같다. 더 이상 영화는 유전자 복제, 생명공학과 윤리라는 해묵은 논쟁에 천착하지 않는다. 과감하게도 “신 생명체를 창조한 이후”에 더 주목한다. 별다른 고민 없이 “해 볼 수 있나 보게”, “끝까지 가보고픈” 과학자의 욕망이 수정시킨 드렌. 유전병 치료라는 구실을 내세워 “만들어 보고 폐기하면 돼”라고 간단히 치부하던 “실험”은 흉측한 모습으로 태어난 드렌과의 최초의 만남 이후 “실패작”이 되고, 이후 드렌이 점점 인간과 닮은 모습으로 성장해가면서 엘사는 그를 귀여운 애완동물쯤으로 느낀다. 이후 드렌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만한 존재로 변이해가자 엘사와 클라이브는 드렌을 가차 없이 괴물로 상정한다. 물론 이러한 이들의 변화되는 태도는 흥미롭지만 생명체와 창조주라는 틀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는 감독 스스로 “여성판 프랑켄슈타인”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것처럼 프랑켄슈타인 유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드렌은 , 등 새롭고 개성 있는 크리쳐를 창조해온 제작자 길예르모 델토로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선적이다. “무섭도록 아름다운 창조물”이라던 드렌은 “인간 속의 괴물”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소모될 뿐이다. 오히려 드렌을 통해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인간들의 모습에 영화의 미덕을 찾을 수 있다. 분명 는 “많은 얘깃거리가 있는 영화”이나 그 얘깃거리들 중 어느 것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끊임없이 부유한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감독이 의도하고자 한 바와 갖가지 큰 질문들이 어지러이 얽혀 들면서 깊이 있는 생각의 물고를 튼다기보다는 보는 이의 머릿속을 뒤섞을 뿐이다. 영화는 7월 1일 개봉한다.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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