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에서 자라는 어린 배우들은 어린이인 동시에 한 사람 몫을 하는 연기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빠랑 버스, 지하철 타고 멀리 다녀온 게 보람 있다”고 털어놓는 초등학생 김유정은 이미 아이돌 가수의 열성적인 소녀 팬이기도 하고, 어른의 기준으로 던진 질문에 예상 밖의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던, 때로는 인터뷰어를 당황시키기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 이 특별한 배우와의 인터뷰는 그 반짝이는 연기를 보는 것 이상으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부모님 말고 가족들은 또 누가 있어요?
김유정 : 언니가 중학교 2학년이고요, 오빠가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다 세 살씩 차이나요.

누구랑 더 친한 거 같아요?
김유정 : 오빠가 잘 해주는데 언니랑 더 친한 것 같아요. 같은 여자고 나이도 조금 가까우니까. 옛날에는 싸우기만 했는데 요즘은 되게 잘 해주고 친해졌어요. 언니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서 동생 안 생겨도 될 것 같아요.

“20대 전까지는 오빠고, 20대부터는 삼촌”
김유정│“탑 오빠랑 같이 연기해 보고 싶어요” -2
김유정│“탑 오빠랑 같이 연기해 보고 싶어요” -2
언니랑은 무슨 얘기를 주로 해요?
김유정 : 빅뱅 이야기요.

빅뱅 멤버 중에서는 누가 제일 좋아요?
김유정 : 다 좋아하는데… 탑 좋아해요. 이번에 G 드래곤하고 탑 앨범 나왔어요. 그리고 빅뱅은 2월 1일에 컴백해요.

실제로 본 적도 있어요?
김유정 : 찍으면서 엄정화 이모랑 친해졌는데 음악 프로그램 데리고 가줘서 봤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에 대성이 더빙해서 시사회 갔을 때 봤어요. 영화도 재밌었는데, 멀리서도 빅뱅은 바로 알아봤어요.

멀리서 봐도 멋있어요?
김유정 : 네, 탑이 노란 색으로 머리해서 딱 눈에 띄었어요.

탑도 연기를 계속 하잖아요.
김유정 : 네, KBS 봤어요!

언제 같이 작품을 해 보고 싶지 않아요?
김유정 : 해보고 싶어요. 동생하고 오빠 사이.

에서 이민호 군이랑 했던 연기 같은 건 어때요? (웃음)
김유정 : (절레절레)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좀… 그리고 너무 좋아하니까 실제로 만나면 약간 어색해서 연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웃음)

오빠와 아저씨의 기준이 어떻게 돼요?
김유정 : 20대 전까지는 오빠고, 20대부터는 삼촌이에요.

그럼 50대도 삼촌이에요?
김유정 : 40대부터는 아저씨에요. 옛날에는 결혼 안 한 사람 삼촌, 결혼하면 아저씨였는데 거의 40대 전에 결혼하니까.

20대부터 삼촌이면 탑도 20대가 넘었는데요. (웃음)
김유정 : 탑은 젊어 보이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가수들은 사람들이 다 오빠라고 부르잖아요.

같이 했던 이민호 군은 진짜 오빠인데, 어땠어요? 처음에 유정 양이랑 친해지려고 마술 연습해서 보여주고 그랬다던데.
김유정 : 에이, 그거 완전 어색했어요! (웃음) 처음에는 키 차이도 너무 많이 나고 별로 안 친했는데 민호 오빠가 성격도 털털하고 되게 친절하게 친오빠처럼 잘해줘서 나중엔 좋아졌어요.

“ 때 제일 연기가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김유정│“탑 오빠랑 같이 연기해 보고 싶어요” -2
김유정│“탑 오빠랑 같이 연기해 보고 싶어요” -2
다섯 살 때부터면 아주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한 건데, 처음 기억이 나요?
김유정 : 처음에 < DMZ >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TV에서 나오는 거 보고 신기했어요. 아빠한테 안겨 있는 장면인데 그 아빠도 기억 안 나고 그 옷을 입었는지도 기억 안 나고, 기억상실증인가? (웃음)

그럼 기억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은 어떤 거예요?
김유정 : < DMZ > 바로 다음에 찍은 요. 한 신 나왔거든요? 폐교 같은 데서 찍는데 무지 추웠어요. 납치된 여자애였는데 대사가 작은 글씨로 한 이만큼 (손가락을 벌려 보이며) 됐어요. 울면서 “엄마, 나 집에 가고 싶어” 그런 대사를 녹음해서 부모님한테 보내는 건데 앞에 주인공 최민식 아저씨가 딱 서 있으니까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래서 대사도 못 하고 엉엉 울기만 했어요. 근데 계속 우니까 그 자리에서 나오라고 했는데 제가 안 나왔대요. 그랬더니 박찬욱 감독님이 “너 연기 욕심이 있구나” 그러셨대요. (웃음) 나중에 매니저 삼촌한테 얘기 들은 엄마한테 된통 혼났어요.

하지만 의 최민식 씨는 무서울 만하죠. (웃음)
김유정 : 엄마도 원래 최민식 아저씨 팬이라서 그 때는 막 혼냈는데 이번에 보고 너무 무섭다고 했어요. (웃음) 너무 역할에 몰입하다가 빠지잖아요. 에서 조커 했던 사람도 역할에 너무 몰입해서 자살했잖아요. 근데, 배우는 그럼 안 돼요! 역할이 끝나면 빠져 나와야죠.

연기가 재미있다고 느꼈던 첫 번째 작품은 뭐였던 것 같아요?
김유정 : 연기 욕심이 났던 건 고요. 도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어요. 최근에는 도 재미있었고요. 때 제일 연기가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연기를 평생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 내용은 슬프고 무서운데 현장이 재밌었나 봐요.
김유정 : 완전 재미있어서!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스태프 언니랑 삼촌들도 다 잘 해주시고, 맛있는 것도 챙겨 주시고, 배우 분들도 되게 좋으세요. 특히 장현성 아저씨는 진짜 아빠 같고 친구 같아요. 이번에 에서도 제가 이제 안 나오니까 현장이 너무 활기차지 않다고, 고기 먹는데 제 생각났다고 놀러 오라고 전화하셨어요. (웃음) 그리고 감독님이 제일 좋았어요. 항상 웃으시고, 귀여워요. 웃을 때 여우를 닮으셨어요.

TV를 보다 보면 앞으로 꼭 해 보고 싶은 역할 같은 게 있어요?
김유정 : 부자 역할이요. (웃음) 거지만 해서요. 에서도 갑자기 하락하고, 에서도 세 들어서 살고. 에서도 가난하니까 돈 가지고 싶어 하고, 에서도 세 살고. 은 부자였지만 잠깐이어서 부자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에서도 애매하고, 에서도 엄마가… 하아…

부잣집 애들의 어떤 모습을 연기하고 싶은 거예요?
김유정 : ‘엄친딸’ 역할 해보고 싶어요. 흐흐.

예쁘고, 공부 잘하고, 돈 많고, 비싼 옷 입고 그런 느낌?
김유정 : 네. 근데 다들 저는 거지가 잘 어울린대요. 할 때도 잠깐 부잣집 가서 글 읽는 시험 본다고 색동옷 입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분장 팀에서도 저는 거지 분장이 더 잘 어울리고 예뻐 보인다고 했어요. (웃음)

그건 원래 예쁘기 때문에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일 거예요. (웃음) 그런데 TV에 나올 때 좀 예쁘게 나오면 좋겠다거나 외모에 신경이 쓰일 때도 있어요?
김유정 : 연기할 때는 그런 생각 안 드는데 사진 찍을 때는 좀 날씬하고 예쁘게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 들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연예인 앞에 설 때. (웃음)

아, 탑을 만났을 때요? (웃음)
김유정 : 엄정화 이모가 데리고 갔을 때 같이 사진도 찍고 말도 해 봤거든요. 그런데 촬영하고 간 거라 머리가 산발 도깨비여서 묶고, 옷도 이상했어요. 그런데 다들 그냥 예쁘다고 하잖아요. 탑이 예쁘다고, 귀엽다고 그러는데 안 믿었어요. (웃음) 안 예뻤던 거 같아.

“의 혜진이가 저랑 가장 닮았어요”
김유정│“탑 오빠랑 같이 연기해 보고 싶어요” -2
김유정│“탑 오빠랑 같이 연기해 보고 싶어요” -2
영화나 드라마 캐스팅 제안이 들어 왔을 때는 어떻게 결정해요?
김유정 : 예전에는 엄마가 많이 정했는데, 요즘에는 엄마랑 저랑 많이 의논해서 해요.

어떤 걸 하고 싶다고 엄마한테 얘기해요?
김유정 : 감정 신 많은 게 좋아요. 자기 감정을 나타낼 수 있잖아요. 웃는 신 많은 거 말고요. 웃는 신은 너무 힘들어요. 흐흐. 그런데 코믹 연기는 해보고 싶어요. MBC 에서 진지희 역할 같은 거. 신애 언니 역할처럼 셋방 사는 건 너무 많이 했으니까. (웃음) 그리고 KBS 처럼 학교가 나오는 드라마도 해보고 싶어요.

은 고등학교 이야기인데, 정말 고등학교 가면 그럴 것 같아요?
김유정 : 에이, 그건 드라마인데 진짜 학교가 그렇겠어요?

하하 그렇죠… 혹시 인터넷 같은 데서 사람들이 내 얘기 하는 내용을 찾아볼 때도 있어요?
김유정 : ‘김유정’ 치면 연관 검색어로 ‘김유정 안티’라고 되어 있대요. 한 번도 안 들어가 봤는데 애들 말로는 안티 카페도 있대요. 그런데 그런 건 별로 신경 안 써요. 팬 카페는 한 번 들어가 봤어요. 인터넷은 잘 안 해요.

사람들이 내 연기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때가 좋아요?
김유정 : 그냥, 제가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거 같다고 하면 좋아요. 에서 나영이 사투리 연기 잘 했다고 한 것처럼.

연기를 평생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도 나중에 컸을 때 배우 말고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김유정 : 음…원래 옛날에는 꿈이 의사였어요. 그리고 디자이너, 요리사, 기자도 해 보고 싶어요. 예체능 쪽에 관심 많으니까 운동선수도! 하하, 축구는 너무 체력이 달려서 안 될 것 같고 줄넘기? 아니면 달리기?

악기나 운동 중에 따로 배우고 싶은 것도 있어요?
김유정 : 촬영하면서 거의 다 배워본 것 같아요. 때는 해금을 배워서, 얻어왔거든요. 학교에서 장기 자랑할 때 도움이 돼요. 애들이 되게 신기해해요. 그런데 요즘은 선생님이 줄을 안 맞춰주시니까 가끔 생각나서 한 번씩 켜보면 점점 소리가 이상해지고 있어요. (웃음) 그리고 드럼이랑 기타도 배우고 싶어요. (기타 치는 시늉 하면서) 딩가딩가딩가~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관심이 있어요?
김유정 : 원래는 가수도 되고 싶었는데, 근데 또 솔로로 나가면 허전할 거 같고요. 그룹으로 나가면 누구 한 명이 뜨고 누구 한 명이 안 뜨는 것 때문에 의견이 부딪힐 거 같고요. 가수 지망생 생활도 되게 힘들 거 같아서 연기가 제일 좋아요. (웃음)

방학은 언제에요?
김유정 : 다음 주에요. 목요일.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요.

크리스마스 때는 뭐해요?
김유정 : 집에서 TV로 크리스마스 특집 보고, 친구들하고 모여서 놀 거예요. 눈 오면 좋겠어요.

혹시… 산타클로스가 있는 거 같아요?
김유정 : 없어요, 아빠에요 그거. 요즘 그걸 누가 믿어요? 유치원생도 안 믿는데. (웃음)

그렇군요. 역시 아무도 안 믿는군요… (웃음) 이번엔 아빠가 선물로 뭘 주실 것 같아요?
김유정 : 재작년부터 선물이 안 와요. 다른 친구들도 작년, 재작년부터 안 온대요. 고학년 되면 안 오나 봐요.

내년이면 6학년이 되는데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있어요?
김유정 : 놀이공원 가고 싶어요. 그리고 친한 애들끼리 모여서 파자마 파티도 하고 싶어요. 친구 집에서 실컷 놀다가 하룻밤 자고, 또 실컷 놀다가 헤어지는 거예요! 다른 애들은 다 된다고 하는데 엄마만 안 된대요. 엄마랑 아빠가 밖에서 자는 거 싫어하시고, 친구 부모님한테도 민폐라고 하는데 제가 생각해도 그렇긴 하지만 애들이랑 노는 게 좋아요. (웃음)

혹시 일기 같은 걸 써요?
김유정 : 초등학생은 누구나 일기 쓰는 거 싫어할 거 같은데요? 귀찮아요. 선생님도 일주일에 두 편 써 오라, 언제까지 몇 편 써오라고 하시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억지로 쓰게 하는 게 싫어요. 그냥 자기 기억에만 남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가끔 집에서 뭐 찾다가 언니랑 오빠가 옛날에 쓴 일기를 읽어보니까 써놓으면 좋을 것 같긴 해요.

그럼요. 시간이 지나면 다 기억이 안 나거든요. (웃음) 나중에 이걸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김유정 : 같이 일하는 사람들하고 잘 지내고, 자기를 연기로 잘 표현해내는 배우요.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 나하고 제일 닮았다고 생각되는 건 누구였어요?
김유정 : 의 혜진이요. (웃음)

인터뷰, 글. 최지은 five@
인터뷰. 이승한 fou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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