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 “영구가 어디 갑니까. 나이 들어 영구 역을 못하게 되면 영구 아버지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바보 연기는 계속할 겁니다” – 심형래, 와의 인터뷰에서
최고로 웃겼다. 어느 날 공룡에 미쳤다. 흥행도 해보고 비난도 받아봤다. 그리고, 다시 영구로 돌아왔다. 스크린에는 다시 “영구 없다”가 울려 퍼질 수 있을까.
심형래
심형래
김학래 : 심형래의 개그맨 동기. KBS 의 ‘벌레들의 합창’, 의 ‘한바탕 웃음으로’ 등에 함께 출연했다. 심형래는 1982년 KBS 를 통해 데뷔 했는데, 당시 TV에 나오는 이주일을 보고 “내가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해 개그맨이 됐다. 이후 그는 일본 NHK 에 한국 개그맨 최초로 출연하고, 1991년에도 조용필에 이어 연예인 고액 납세자 2위를 차지하는 등 진짜 코미디 황제가 됐다.

임하룡 : 심형래와 KBS 의 ‘변방의 북소리’ 등 여러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개그맨 겸 배우. 데뷔 초 “주민등록증 좀 봅시다”, “잘 모르겠는데요” 등의 유행어로 인기를 얻던 심형래는 임하룡과 콤비를 이루며 최고의 인기 개그맨이 됐다. 당시 개그맨들은 선후배 관계에 따라 주연부터 단역까지 역할이 명확하게 나눠졌고, 심형래의 코미디는 이런 관계를 극대화 시켰다. 주연급인 임하룡이 어떤 질문이나 지시를 내리면 단역과 조연급은 제대로 행동하는 반면 심형래는 바보스런 행동으로 웃음을 줬다. 그만큼 시청자는 심형래의 코미디에 집중했고, 개그맨 각자의 캐릭터도 살아나 형식은 같아도 비교적 질리지 않는 코미디가 가능했다. 다만 이런 코너들은 구성을 위해 먼저 나서는 후배가 심형래보다 더 웃기면 안 됐는데, ‘동물의 왕국’ 등에 함께 출연하던 김의환이 웃겨볼 심산에 심형래의 대사를 자기 차례에 말했다가 그 코너에서 잘리기도 했다.

김청기 : 심형래가 출연한 영화 의 감독.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변신로봇물로 심형래가 연기한 에스퍼맨과 외계인과의 격투, 에스퍼맨과 데일리의 사랑, 후반의 반전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 돼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멍청한 주인공이 에스퍼맨이 되면 똑똑해 진다거나,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재주를 넘어야 에스퍼맨으로 변할 수 있다는 설정은 심형래의 바보 캐릭터와 SF영화의 독특한 결합. 와 가 캐릭터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에 CG뿐만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액션도 많이 들어간 건 부터 시작된 심형래 감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듯.

쌍라이트 : 의 ‘영구야 영구야’에 출연한 조춘-김유행이 연기한 캐릭터. ‘영구야 영구야’의 성공으로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심형래는 임하룡, 김학래와 함께 했던 코미디와 달리 뚜렷한 기승전결 스토리를 바탕으로 예상 밖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구사하며 코너 전체를 혼자 이끌다시피 했다. 그는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눈물과 멜로까지 소화하는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심형래의 코미디가 한 단계 진화했음을 보여줬다. 또한 심형래는 1시간짜리 시추에이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지방에서 서울로 와서 기업가로 성공하는 캐릭터를 연기, 이 에피소드가 좋은 반응을 얻어 마치 드라마처럼 몇 달씩 방영되기도 했다. 당시 코미디의 모든 것이 가능했던 셈. 때론 기타를 들고 그럴듯하게 노래까지 했다.

남기남 : 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등 심형래와 여러 편의 작품을 한 감독. 당시 남기남은 머릿속으로 콘티를 다 계획하고 영화를 촬영, 영화 한 편을 찍던 도중 비는 1주일 동안 또 다른 영화인 을 찍을 만큼 영화를 빨리 찍기로 유명했다. 또한 수많은 액션 영화를 찍으면서 출연자들의 동작의 합을 맞추는데도 능했으니 심형래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어울리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남기남은 그만큼 스토리 전체를 일관성 있게 끌고 가는 능력은 부족했다. 심형래가 연출한 영화들이 볼거리에 비해 스토리를 지적받는 건 그가 남기남에게 영화를 배운 이후 독학으로 연출을 계속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찬호 : 심형래 연출의 영화에 다수 출연한 배우.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예능은 기존 코미디 대신 버라이어티 쇼 위주로 재편됐고, 심형래는 “1회성이 강한” TV 코미디와 “길거리에서 영구 분장 하고 뛰어다니면 영화가 되는” 출연작들에 지쳐 직접 연출에 나선다. 어린 시절 자신이 즐겨보던 처럼 공룡이 나오는 가 시작. 처음에는 공룡 제작 방법조차 몰라 곤란을 겪었고, 은 자기 돈 24억을 쏟아 부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은 원시인의 치아 상태를 재현하기 위해 고르지 못한 치아로 만들어진 가짜 치아를 만드는 등 리얼리티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시절보다 진일보한 공룡 모형으로 보여주는 액션도 CG로는 보여줄 수 없는 ‘날 것’의 느낌이 있었다. 은 에서 등장한 플라잉 바이크와 비슷한 특수 효과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했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어도, 특수촬영에 대한 그의 집념만큼은 꾸준한 것이었다.

조지 루카스 : 영화감독. 의 암흑의 제왕 이름은 ‘루카스’였고, “우리별에서는 루카스 빼고 다 착해요”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심형래는 와 시리즈를 비교하기도 했고, 조지 루카스가 를 끊임없이 수정했듯 를 여러 번 수정했다. 또한 심형래는 을 보고 충격에 빠졌고, 를 , , 와 비교했다. 이주일을 보고 개그맨을 시작한 것처럼, 그는 영화에서도 자신보다 훨씬 큰 상대를 라이벌로 두고 경쟁하려 했다. 그가 점점 더 큰 영화를 만들려고 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故 김대중 : 전직 대통령. 심형래는 고인의 대통령 재임 시절 ‘신지식인’으로 뽑히며 “못하니까 안하는 게 아니라 안하니까 못하는 겁니다”라는 말을 했다. 새로운 분야에서 맨손으로 노하우를 쌓은 그는 IMF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던 정부에 있어 최고의 아이콘이었다. 심형래의 는 당시 국내에서는 천문학적인 153억의 제작비를 들였고, 프랑스 칸의 필름 마켓에서 645만 달러의 가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며 말 그대로 ‘성장동력’이 됐다. 하지만 계약 중 일부는 취소됐고, 심형래는 의 수출 및 배급을 담당한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해외에서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처음으로 본격적인 CG에 도전한 결과는 심형래 스스로 “내가 봐도 부끄러운 수준” 결과로 이어졌다. 애초에 “미국 어린이를 겨냥한 B급 시장”을 노렸던 작품이 스스로 비교 대상을 같은 실패한 블록버스터로 삼으면서 문제가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는 미국에서 잠시나마 미국 내 미개봉 영화 중 DVD 렌탈 순위 1위를 하며 원래의 목적에는 나름 충실한 역할을 했다.

진중권 : 위트와 독설을 맛깔나게 사용해 호오가 뚜렷한 글을 쓰는 사람. 심형래의 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진중권과 심형래, 그리고 에 대한 논란은 2007년의 사회 현상에 가까웠고, 그 모든 문제들을 지면에 옮길 수는 없다. 다만 그 때의 논쟁에서 라는 작품보다 작품 외적인 것들이 많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는 낮에도 이무기와 미국 LA의 합성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CG를 보여줬다. 그러나 같은 블록버스터가 거대 로봇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과 차량이 혼잡을 이루는 모습까지 정교하게 보여준 것과 달리, 는 한적한 거리에서 차 몇 대가 부서지는 것이 전부였다. 또한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했고, 씬과 씬의 편집은 엉성했다. 는 이무기를 표현하는 CG에 모든 것을 건 작품에 다름없었고, B급 영화에 가까운 규모와 내용에 블록버스터급 규모의 CG로 만들어낸 이무기 한 마리를 던져놓은 작품이 됐다. 장르 영화 전문가 김종철이 “괴수물로는 중간급은 된다”고 했던 작품에 순 제작비가 300억이 들고, 사회적으로 헐리웃 블록버스터와 경쟁하는 수출 전사가 되면서 작품 자체는 어디에도 속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그 길을 택하면서 영화 엔딩에 ‘아리랑’을 깔고, 자신을 CG와 해외 수출로 블록버스터와 맞서는 수출 전사로 만든 것은 심형래 자신이었다. 그러나 는 아이러니하게 미국 시장에서 실패했다. 코미디에 강하고, B급 영화 연출에 익숙한 사람이 더 잘 만든 대신 또 다른 를 만들려고 했고, 이런 접근방식은 미국 시장에서 그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의 문제의 시작은 거기서부터였을지도 모른다.

하비 케이틀 : 영화 에 출연하는 배우. 심형래가 쓴 대본을 읽고 아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심형래가 에서 다시 영구로 돌아오는 사이 영화 제작비는 150억으로 올랐고, 그는 그 돈을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를 받아 해결한다. 에서 사기를 당한 뒤 에서는 투자와 해외 배급을 꼼꼼하게 챙기며 제작비를 충당했고, 미국에서 와이드 릴리즈를 성사시켰다. 에서 캐스팅이 문제가 되자 에서는 하비 케이틀을 캐스팅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그는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그 실패를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했다. 최근 오락 프로그램에서처럼 이미 여러 차례 했던 과거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반복하는 우만 범하지 않는다면, 는 그가 코미디와 영화에서 가장 잘했던 것을 가장 많은 돈을 들여 보여주는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심형래는 다시 영구의, 그리고 자신의 전성시대를 되찾을 수 있을까.

Who is next
심형래와 영화 에 출연한 백일섭과 KBS 에 나온 차승원과 SBS 에 출연 중인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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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조영남송승헌엄태웅안내상이승철김성근 감독유아인토니 안류승범싸이윤상현김희철 – 심형래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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