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남자> vs <상상플러스2>

<꽃보다 남자> KBS2 화 저녁 9시 55분
금잔디(구혜선)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해피엔딩이었다. 게임의 최종 관문이었던 ‘기억상실 과제’를 빛의 속도로 통과하고 최고의 기업가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구준표(이민호)의 동화 같은 프로포즈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 것. 강회장(이혜영)의 급작스런 양순 모드, 윤박사(이정길)의 부재, 잔디와 지후(김현중)의 의사 가운 등 결말의 궁금증은 여전히 산재하지만 <꽃보다 남자>는 그 당연한 의문들이 유효한 세계가 아니다. 오로지 구준표가 금잔디에게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청혼 반지를 내밀던 그 그림 같은 한 순간을 위해 달려온 드라마니까. 마지막회에서 잔디의 나레이션 중 언급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 드라마를 성장물로 그리고 싶었다던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 대사였지만, 잔디가 그 세계를 빠져나오는 순간 <꽃보다 남자>는 더 이상 <꽃보다 남자>가 아니게 된다는 데 이 드라마의 아이러니가 있다. 이 드라마가 2부에 들어서면서 표류하게 된 가장 큰 원인도 나름 사랑을 통한 성장통을 진지하게 그리려던 작가의 과욕이 로맨틱 판타지의 정수인 원작의 본질과 충돌을 빚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소위 ‘폭풍 전개’로 불리는 급마무리였지만 다시금 판타지로 돌아온 마지막회는 <꽃보다 남자>가 그 세계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이었다.
글 김선영

<상상플러스2> KBS2 화 저녁 11시 10분
지역감정과 고향사랑은 한끝차이라서 <상상플러스2> 혹은 <상상더하기>의 야심찬 코너 ‘전국 사투리 자랑’을 곱게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제 방송에서 확인한 사투리는 확실히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리얼과 상황극이 모두 노부부의 능글맞고 기상천외한 ‘농’ 안에 있었다. 고모부 내외의 대화를 방송에 나와 ‘사부작사부작’ 말하는 김신영, ‘설거지는 물에 폭 당가 놓이소’ 같은 생활 개그를 던지는 신봉선 정도가 재야에 널린 한국형 개그의 교본을 어느 정도 활용했다면 한 수준이다. 그걸 본격적으로 끌어안은 만큼 재미도 있고 점점 소외되던 어른 시청자들도 향수를 느끼고 즐길 만했다. 더불어 제작진은 박재정 캐스팅처럼 다분히 너드끼가 흐르는 인사도 단행하고, 그동안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아나테이너 만들기에도 좀 담백해지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사투리 자랑’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 출연진들의 토크는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들과 차별점을 두지 못하고 있다. 어제는 예능계의 범생이 프로그램에 요즘 어딜 틀어도 나오는 최양락과 ‘후지TV여인’ 윤손하가 나와 한참 수다를 떨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사투리 자랑’은 과연 의지를 갖고 오래할 수 있을까.
글 김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