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의 황금기는 이제 끝나버린 것일까? 솔직히 요즘 일본 드라마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여전히 재미있는 드라마는 있다. 다만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당시엔 다소 취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완성도 면에선 졸작을 찾기 어려웠다. 반면 요즘엔 범작은 범람하지만 ‘이거다!’ 싶은 걸작을 만나기가 예전보다 힘들어졌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점점 TV 앞을 떠나는 시청자들은 물론, 인기 만화나 소설 같은 원작에 너무 기대다 보니 참신한 소재와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노력이 부족했고 이것이 매너리즘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돌아오는 거장들과 참신한 이야기들

그런 점에서 이번 2009년 1분기에 방송될 드라마들의 면모는 오랜만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여전히 인기 소설과 만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있지만 오리지널 각본으로 제작되는 드라마 수가 상당하다. 게다가 소재 또한 다양하다. 일본 드라마의 대표 장르인 추리물도 법의학을 공부하는 의대생(<보이스>)이나 도쿄, 오사카, 파리, 상하이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트라이앵글>) 등 참신한 소재와 스펙터클을 무기로 장착했다. 여기에 일본 드라마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였던 노지마 신지가 그의 장기인 ‘도발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러브 셔플>과 쿠라모토 소우, 무코다 쿠니코와 함께 ‘드라마 각본의 3대 거장’이라 불렸던 야마다 타이치가 11년 만에 신작 <흔해빠진 기적>으로 돌아온다.

언제나 일본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쟈니즈도 건재하다. 캇툰의 카메나시는 <신의 물방울>을 통해 처음으로 샐러리맨 역에 도전하고, 같은 그룹의 나카마루 유이치는 뉴스의 마스다 타카히사와 함께 특별구조대원으로 변신한다. 지난 3분기 방송된 <마왕>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아라시의 오노 사토시가 <노래하는 형아>에서 코미디에 도전한다. 그리고 <필살 사업인 2009>에는 소년대의 히가시야마 노리유키부터 토키오의 마츠오카 마사히로, 칸쟈니 에이토의 오쿠라 타다요시까지 그야말로 세대를 아우르는 쟈니즈 선후배들이 함께 출연한다. 이처럼 2009년을 여는 새 드라마들이 부디 시청자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길, 그리하여 다시 한 번 일본 드라마의 부흥기가 시작되기를 바래 본다.

월요일
후지TV 밤 9시 <보이스> : 에이타, 이쿠타 토마, 이시하라 사토미 출연
카네코 시게키(<허니와 클로버>, <프로포즈 대작전>) 각본
부검을 통해 사인을 감정하기 때문에 ‘잃어버린 생명을 구하는 의학’이라 불리는 법의학을 소재로 5명의 의대생들이 ‘생명’을 대면하면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그리는 청춘 군상극. 에이타가 뛰어난 관찰력과 예리한 감을 바탕으로 사체에 남겨진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역할로 게츠쿠 첫 주연을 맡았다.

화요일

후지TV 밤 9시 <메이짱의 집사> : 미즈시마 히로, 에이쿠라 나나, 사토 타케루 출연
미야기 리코의 동명 만화가 원작, 후루야 오쇼(<라이어 게임>, <81다이버>) 각본
미즈시마 히로가 연기하는 꽃미남 집사가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게 된 에이쿠라 나나를 양갓집 규수로 길러내는 신개념 신데렐라 스토리다.

후지TV 밤 10시 <트라이앵글> :에구치 요스케, 이나가키 고로, 히로스에 료코 출연
미즈하시 후미에(<호타루의 빛>, <스크랩 티쳐>) 각본
15년 전 일어난 한 소녀의 살해 사건을 계기로 벌어지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드라마. 에구치 료스케가 첫사랑 소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로 인해 의사에서 형사로 변신하는 주인공 코다 료지를 연기한다. 도쿄, 오사카, 파리, 상하이를 무대로 매 회 엔딩에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니혼TV 밤 10시 <신의 물방울> : 카메나시 카즈야 출연
아기 타다시의 동명 만화가 원작. 와타나베 유스케(<야스코와 켄지>) 각본
맥주 회사의 와인 사업부에 근무하는 샐러리맨 카미자키 시즈쿠(카메나시 카즈야)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유서에 남긴 궁극의 와인 ‘신의 물방울’을 놓고 실력파 와인 평론가이자 아버지의 양자인 형과 숙명의 대결을 벌인다.

수요일
니혼TV 밤 10시 <키이나 불가능 범죄 수사관> : 칸노 미호, 히라오카 유타 출연
요시다 토모코(<미녀 혹은 야수>, <워킹맨>) 각본
평소엔 지극히 평범한 스물 아홉 살의 여형사지만 일단 수사에 들어가면 뛰어난 집중력과 관찰력으로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는 키이나(칸노 미호)가 실제로 일어난 괴기한 사건이나 엽기적인 사건 등 불가사의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드라마다.

목요일
후지TV 밤 10시 <흔해 빠진 기적> : 나카마 유키에, 카세 료, 진나이 타카노리 출연
야마다 타이치(<가지런하지 않은 사과들>) 각본
부계 가정에서 자란 남자(카세 료)와 모계 가정에서 자란 여자(나카마 유키에)는 주위에 흔히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각자 가족에게조차 말 못하는 비밀을 안고 있다. 지하철 자살 사고를 계기로 만난 이들이 서서히 마음을 열고 상처를 극복해 간다. ‘우리들은 흔해빠진 일상을 살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기적이라고 부를만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휴먼 드라마다.

금요일

TV아사히 밤 9시 <필살 사업인 2009> :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마츠오카 마사히로, 오쿠라 타다요시, 미즈카와 아사미 출연
1970년대부터 유행한 <필살> 시리즈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사업인> 시리즈의 리메이크.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낮에는 평범한 하급 관리지만 밤에는 원한을 해결해주는 자객으로 변신하는 필살사업인(살인청부업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시대극이다.

TBS 밤 10시 <러브 셔플> : 타마키 히로시, 카리나, 마츠다 쇼타, 칸지야 시호리 출연
노지마 신지(<고교 교사>, <장미가 없는 꽃집>) 각본
고급 맨션에 거주하는 남녀 네 쌍이 ‘운명의 사람이 오직 한 사람 뿐일까?’라는 의문을 서로의 애인을 교환하는 ‘러브 셔플’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러브 코미디다. 타마키 히로시가 조용히 지내려 하지만 늘 소동을 일으키고 마는 IT 기업의 과장 역을 맡았다.

TV아사히 밤 11시 <노래하는 형아> : 오노 사토시 출연
나가타 유코(<비밀의 화원>, <하루카 17>) 각본
활동하던 밴드가 해산된 데다 애인한테 차이고 가족들로부터는 쓸모 없는 아들 취급을 당하는 주인공 켄타(오노 사토시)가 교육방송의 어린이 음악 프로그램에서 ‘노래하는 형’ 역할을 맡아 매너리즘에 빠진 프로그램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아이들과 교류하며 성장하는 코미디 드라마다.

토요일

TBS 밤 8시 <레스큐~특별고도구조대> : 나카마루 유이치, 마스다 타카히사, 야마모토 류스케 출연
야마우라 마사히로(<야스코와 켄지>) 각본
어린 시절에 겪은 사고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 키타지마 타이치(나카무라 유이치)가 구조대 중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특별고도구조대원의 후보생이 되어 테즈카 유타카(마스다 타카히사)를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험난한 여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니혼TV 밤 9시 <제니게바> : 마츠야마 켄이치 출연
오카다 요시카즈(<밤비노!>, <무리한 연애>) 각본
죠지 아키야마의 동명 만화가 원작. 1970년에 발표되어 동시대 젊은이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만화를 현대로 무대를 옮겨 드라마화. 가난 때문에 어머니를 잃은 탓에 극도의 배금주의자가 된 주인공 가마고리 후타로(마츠야마 켄이치)를 중심으로 돈에 얽힌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서바이벌 생활을 그린다.
* ‘제니게바’란 돈을 뜻하는 일본어 ‘제니(銭)’와 무장 투쟁을 의미하는 독일어 ‘Gewalt’를 합성한 조어로 돈에 대한 강한 집착을 조롱하는 의미다.

후지TV 밤 11시 <붉은 실> : 미나미사와 나오, 미조바타 쥰페이 출연
와타나베 치호(<너무 좋아!>, <아빠와 딸의 7일간>) 각본
메이의 동명 휴대폰 소설이 원작. 첫사랑의 상처를 안고 있는 메이(미나미사와 나오)는 아츠시(미조바타 쥰페이)와 사랑에 빠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츠시가 사라지고 메이에게는 임신, 성폭력 등의 시련이 찾아 온다. 서로가 운명의 ‘붉은 실’로 연결된 상대인지 고민하고 상처 입으면서 성장하는 두 남녀의 순애 드라마. 12월 6일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일요일
TBS 밤 9시 <오늘도 맑음. 이상 없음> : 사카구치 켄지, 마츠시타 나오 출연
후지모토 유키(<꽃보다 남자>) 각본
오키나와의 한 낙도에 부임한 경찰관과 소외화로 인해 빈곤과 낙후로 고통 받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린 섬 사람들의 교류를 그린다. 사카구치 켄지가 사건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낙도로 부임한 경찰관을, 마츠시타 나오가 섬의 유일한 초등학교 교사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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