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나보다 위 연배이신 분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한 ‘엄친아’에 대한 얘기로 꽃을 피웠다. 얼마 전 KBS <1대 100>에 출연한 연준모라는 청년인데, 얼굴에 몸매에 학벌까지 완벽해 방송 직후에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고, 뒤늦게 그 청년에 대해 알게 된 나도 한동안 모니터 앞을 떠나지 못했다. 어르신들은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줄 알고 그 얘기를 해드렸더니 이게 웬 걸, 그 분들도 TV 시청 중 한 분이 이 청년을 발견 한 뒤 “지금 당장 TV 틀어보라”며 전화로, 문자로 핫라인을 가동하셨다는 것이 아닌가. 훈훈한 청년에 대한 여자들의 관심은 역시 세대를 초월하는 듯 해다. 게다가 나처럼 사윗감을 생각하거나 이미 사위를 맞이한 분들이니 자연스레 그 청년을 자기 딸 옆에 세우면서 더욱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런데 뜻밖에도 나를 비롯한 모든 어르신들의 반응은 “훈훈하긴 해도 사윗감으로는 안돼”였다.
내 딸이 남자를 고르는 자리에 함께 나간다면
눈부시게 잘나긴 했지만 ‘엄친아’는 ‘엄친아’일 뿐이라는 것이다. 내 자식이라면 가끔 쥐어 박는 맛도 없이 알아서 클 것 같아서 재미없고, 사윗감으로는 당장 결혼식장에서부터 내 딸이 기운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올 게 걱정이라는 것이다. 사실 떡 줄 사람은 생각조차 않는 상황에서 허황된 상상이긴 하지만, 역시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그에 걸맞는 짝이 아니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처럼 그저 갤러리에 전시된 고가의 그림 같은 존재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지난 주 첫 회가 방송된 MBC <내 딸의 남자>는 딸에게 어울리는 배필을 고르고픈 엄마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했다. 출연한 청년들 중 마치 간택을 하듯 내 딸과 어울릴 사윗감을 고른다는 게 속물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연애가 아닌 중매결혼이라면 첫인상이나 직업, 나이 같은 조건들로 사람을 선별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 아닌가. 그런데 <내 딸의 남자>는 딸 키우는 엄마 심정에 대해 아직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쇼를 보면서 가장 감정 이입할 대상은 딸 가진 예비 장모들일 것이고, 그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즐거운 것은 양 손에 쥔 떡 마냥 매력적인 사윗감들이 한꺼번에 나와 장모들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어쩌누. 첫 회에 출연한 가수 홍경민, 연기자 김지석, 개그맨 김태현, 그리고 장승현이라는 한의사 청년 사이에서는 시작하자마자 대부분의 엄마들이 1위부터 4위를 정했을 텐데. 딸 입장에서는 다르겠지만, 엄마 입장에서야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한의사를 마다할 어머니가 어디 있으며, 눈에 익지 않은 연예인에게 덥석 딸을 맡길 어머니도 얼마나 있겠나.
떡 고르는 행복한 재미를 주시길
<내 딸의 남자>에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건 선택이 아닌 조언뿐인지라, 출연한 엄마는 딸이 연기자 김지석을 선택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지만, 그의 표정엔 살짝 실망의 빛이 어렸다. 함께 TV를 시청하던 우리 딸아이는 그런 상황을 마뜩치 않아 했지만 김지석이 연예프로그램이나 아침 토크쇼를 통해 보여준 인간미와 정 깊은 가족사를 알고 있다면 모를까, 또 <우리 결혼했어요> 추석 특집편에서 파트너 솔비에게 보인 홍경민의 따뜻한 배려를 알고 있다면 모를까, TV를 잘 보지 않는다는 양혜선의 어머니로서는 한의사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할 까닭이 없었던 것이다.
<내 딸의 남자>가 딸 가진 엄마들에게 어필하려면 사위 후보들이 한 쪽은 조건이 좋더라도 부담갈 수 있거나, 한 쪽은 조건이 아주 좋지는 않더라도 부담 없이 딸과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떡 줄 사람 생각 안 해도 이미 떡을 손에 쥔 것처럼 고민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건드려야 했을 것 같다. 아마 이 프로그램이 성공했다면 나 같은 예비 장모들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넷 중에 누가 제일 끌려?”라는 식의 수다가 이어졌을 텐데, 내 주위의 어느 누구도 아직은 <내 딸의 남자>의 사위 후보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딸을 믿고 맡기고픈 청년은 없으니. 그림의 떡이라도 좋으니 괜찮은 사윗감들 좀 많이 보여주시라.
내 딸이 남자를 고르는 자리에 함께 나간다면
눈부시게 잘나긴 했지만 ‘엄친아’는 ‘엄친아’일 뿐이라는 것이다. 내 자식이라면 가끔 쥐어 박는 맛도 없이 알아서 클 것 같아서 재미없고, 사윗감으로는 당장 결혼식장에서부터 내 딸이 기운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올 게 걱정이라는 것이다. 사실 떡 줄 사람은 생각조차 않는 상황에서 허황된 상상이긴 하지만, 역시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그에 걸맞는 짝이 아니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처럼 그저 갤러리에 전시된 고가의 그림 같은 존재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지난 주 첫 회가 방송된 MBC <내 딸의 남자>는 딸에게 어울리는 배필을 고르고픈 엄마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했다. 출연한 청년들 중 마치 간택을 하듯 내 딸과 어울릴 사윗감을 고른다는 게 속물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연애가 아닌 중매결혼이라면 첫인상이나 직업, 나이 같은 조건들로 사람을 선별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 아닌가. 그런데 <내 딸의 남자>는 딸 키우는 엄마 심정에 대해 아직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쇼를 보면서 가장 감정 이입할 대상은 딸 가진 예비 장모들일 것이고, 그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즐거운 것은 양 손에 쥔 떡 마냥 매력적인 사윗감들이 한꺼번에 나와 장모들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어쩌누. 첫 회에 출연한 가수 홍경민, 연기자 김지석, 개그맨 김태현, 그리고 장승현이라는 한의사 청년 사이에서는 시작하자마자 대부분의 엄마들이 1위부터 4위를 정했을 텐데. 딸 입장에서는 다르겠지만, 엄마 입장에서야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한의사를 마다할 어머니가 어디 있으며, 눈에 익지 않은 연예인에게 덥석 딸을 맡길 어머니도 얼마나 있겠나.
떡 고르는 행복한 재미를 주시길
<내 딸의 남자>에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건 선택이 아닌 조언뿐인지라, 출연한 엄마는 딸이 연기자 김지석을 선택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지만, 그의 표정엔 살짝 실망의 빛이 어렸다. 함께 TV를 시청하던 우리 딸아이는 그런 상황을 마뜩치 않아 했지만 김지석이 연예프로그램이나 아침 토크쇼를 통해 보여준 인간미와 정 깊은 가족사를 알고 있다면 모를까, 또 <우리 결혼했어요> 추석 특집편에서 파트너 솔비에게 보인 홍경민의 따뜻한 배려를 알고 있다면 모를까, TV를 잘 보지 않는다는 양혜선의 어머니로서는 한의사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할 까닭이 없었던 것이다.
<내 딸의 남자>가 딸 가진 엄마들에게 어필하려면 사위 후보들이 한 쪽은 조건이 좋더라도 부담갈 수 있거나, 한 쪽은 조건이 아주 좋지는 않더라도 부담 없이 딸과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떡 줄 사람 생각 안 해도 이미 떡을 손에 쥔 것처럼 고민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건드려야 했을 것 같다. 아마 이 프로그램이 성공했다면 나 같은 예비 장모들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넷 중에 누가 제일 끌려?”라는 식의 수다가 이어졌을 텐데, 내 주위의 어느 누구도 아직은 <내 딸의 남자>의 사위 후보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딸을 믿고 맡기고픈 청년은 없으니. 그림의 떡이라도 좋으니 괜찮은 사윗감들 좀 많이 보여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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