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지난달 미국에서 개봉해 현지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가운데 봉준호 감독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할리우드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지명을 기대하냐는 물음에 “한국 영화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그동안 서구 관객에게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거장들이 있었다. ‘기생충’의 오스카 후보 지명으로 서구 팬들이 한국 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답했다.
‘기생충’ 북미 시장 프로모션을 맡은 배급사 네온(NEON)의 최고경영자(CEO) 톰 퀸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아카데미의 투표 시스템은 복잡하다고 들었다. 나로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후보 지명 가능성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내년 2월 열리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국제영화상 부문에 출품됐다. 이 부문은 외국어영화상에서 이름 이같이 바뀐 것이다. 다수의 매체는 ‘기생충’이 작품상 후보에도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봉 감독은 ‘기생충’이 왜 세계적으로 울림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난 3월에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내 일은 끝났다. 칸(황금종려상 수상)부터 지금(할리우드 개봉)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 뒤 “(기생충은) 스토리가 매우 보편적이다. 이건 빈자와 부자의 얘기다. 그래서 뭔가가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네온 CEO인 퀸은 “사람들은 ‘위층 아래층 얘기’로 해석하는데 그것보다는 한층 더 복잡하다. 난 미국에 살고 봉 감독은 한국에 살지만 우린 자본주의에 산다는 공통점을 느낀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봉 감독은 자신이 영화감독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미국 영화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1970~1980년대엔 한국에 주한미군 방송인 AFKN이 나왔는데 금·토요일 저녁마다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며 “존 카펜터, 브라이언 드 팔마, 샘 퍼킨파 감독의 영화, 그리고 많은 B급 영화들을 그때 섭렵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가장 크게 흥행에 성공하는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인 ‘마블 영화’의 메가폰을 잡아볼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봉 감독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창의성을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영화에 출연하는 걸 견딜 순 없을 것 같다. 나도 그런 옷을 입진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대부분의 슈퍼히어로는 달라붙는 가죽옷을 입지 않나”라며 “왠지 숨막히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이 마블 영화에 대해 ‘그건 영화가 아니다’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스코세이지와 코폴라 감독을 존경한다. 그들의 영화를 공부하면서 자랐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나 제임스 맨골드의 ‘로건’, 루소 형제의 ‘윈터 솔저’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전통적인 영화 시장을 침범하는 최근 경향에 대해서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불가피성에 동감했다. 그는 “영화를 보는 방법 중 가장 최선은 영화관에 가는 것이지만 어찌됐든 영화는 계속 상영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가 ‘옥자’에 투자한 데 대해 “예산은 빠듯한데 시각효과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야 했다. 넷플릭스의 투자가 고마웠다”고 말했다.
